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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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스 / 시공아트 / 이명옥 ( 미술학부 겸임교수)

[경향신문 2004-12-03 17:15]

◇로망스

[책]작품들의 증언 “로망스는 불륜”

이명옥|시공아트


모든 사랑의 온도를 하나씩 재본다고 할 때, 온도계 눈금이 가장 높이 올라가는 사랑의 종류는 아마도 ‘불륜’일 것이다. 온갖 비난과 극심한 심적 고통이 따르는 사랑일수록 더욱 활활 타오르게 마련이니까. 그런데 바로 불륜이 달콤한 사랑을 가리키는 말인줄만 알았던 로망스의 가장 주요한 소재였다고 이 책은 아름다운 그림들을 섞어가며 증언한다.


‘낭만’의 어원인 로망스는 원래 기사도와 모험,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한 중세문학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비나미술관 관장이자 국민대 미술학부 교수인 저자는 중세의 로망스 중 가장 유명한 네 쌍의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을 소개하면서, 이들을 다룬 미술작품들을 그 불륜의 현장증거처럼 제시하는 재미있는 방법을 썼다.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커플로부터 시작해 아더왕의 성배이야기가 곁들여지는 ‘랜슬롯과 귀네비에 왕비’, 그리고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거쳐 다시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신곡’에서 지옥을 떠도는 운명이 된 형수와 시동생의 불륜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아더왕의 기사 랜슬롯과 주군의 왕비 귀네비에의 비극적 사랑, 그리고 숙모와 조카 관계였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파괴적 사랑은 결국 이들을 죽음으로 이끌고 만다.


하지만 이런 치명적 사랑은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바로 중세 기사들의 로망스를 주로 그렸던 19세기말 라파엘전파 화가 로제티와 그의 모델 제인 모리스, 그리고 제인의 남편 윌리엄 모리스의 삼각관계가 그랬고, 로댕과 제자 카미유, 그리고 로댕의 아내 로즈의 이야기도 한시대를 풍미한 스캔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로댕과 로제티의 작품에는 유독 연인들의 뜨거운 사랑의 순간과 고통이 생생히 드러나고 있으니. 1만4천원


〈이무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