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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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SW산업전략과 육성 방안
[디지털타임스 2005-01-27 10:02]

김현수 한국SI학회 회장ㆍ국민대 교수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 방안을 생각할 때 마다 대나무의 성장 곡선이 생각난다. 대나무는 씨앗을 심은 후 처음 4년 동안은 하나의 죽순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4년 동안 모든 성장은 땅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기간동안 섬유질의 뿌리구조가 형성되어 땅속으로 깊고 넓게 퍼져 나간다. 그리고 5년째 되는 해에 대나무는 대개 25미터 높이까지 자란다고 한다.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한 씨앗 뿌리기도 이와 같다. 처음 상당기간은 투자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시스템 아키텍트 등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 기초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응용 솔루션 개발에 대한 투자, IT컨설팅 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 IT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가 모두 오랜 회임기간을 거쳐서 효과가 나타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IBM과 EDS, 그리고 SAP도 성과를 거두기까지 수년에서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더구나, 소프트웨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공학 프로세스와 IT서비스에 의해 그 가치가 크게 차이나므로 중간 과정에서의 효과 분석이 쉽지 않다. 긴 안목과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국가발전 전략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과 U-Korea를 실현하기 위한 IT839전략 성공을 위해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신개념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기본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응용분야 지식을 결합하여 서비스하는 IT서비스 산업의 역량 증대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게 중요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한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조직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진흥과에서 산업육성을 주도하고 있으며, 산업자원부에서 제조업 부문 정보화와 e비즈니스 활성화 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산업육성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등에서도 수요 시장의 창출을 통하여 산업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조직의 위상과 정부 조직의 특성상 종합적인 대책 수립과 적극적인 추진이 쉽지 않은 구조이다.

전략과 조직구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직학자인 알프레드 찬들러는 미국의 100대 산업조직의 70개 기업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 조직의 전략과 조직구조 사이에는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유명한 명제를 제시했다. 정부의 산업 육성 전략은 정부의 조직구조에 녹아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조직의 위상이 정부의 전략을 말해주는 것이고, 분산된 정책 기능이 미흡한 정부 전략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육성은 솔루션과 IT서비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프트웨어 및 소프트웨어사업 공급자와 수요자, 해외진출과 국내시장 활성화, 소프트웨어 산업육성과 타 산업 지원능력 증대 등의 개별적으로 상충되는 과제들에 대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정부에서 적극적인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의지가 있다면,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 조직구조에 먼저 반영돼야 한다. 소프트웨어진흥 주무 조직은 국 단위 이상의 조직으로 위상이 강화돼야 하며, 분산된 산업육성 기능은 거시적인 통합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인 투자와 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