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캠퍼스 산책]이건임(국문3)국민대신문사편집장/학문만 하면 취업 못하나요


[동아일보 2005-02-21 19:05]


“선배, 이거 맞춤법 맞나 한번 봐주세요.”


헷갈리는 맞춤법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단지 국어국문학과에 다닌다는 이유에서다. 마음 같아서는 “국문학을 전공한다고 걸어 다니는 국어사전인 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국문과면서 그것도 모르네”라는 핀잔을 듣지 않으려면 ‘맞춤법 박사’ 노릇을 해야 한다.


요즘 인터넷에는 ‘학과별 애로사항’이라는 글이 돌아다니고 있다. 누리꾼(네티즌)들이 이리저리 퍼 나르는 걸 보니 학과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은근히 마음 고생하는 학생이 많은가 보다. 친구들의 컴퓨터 수리는 어느새 자기 몫이 돼 버렸다는 컴퓨터공학과 학생, 어깨를 주물러달라는 어른들 때문에 고생한다는 물리치료과 학생, 주식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친구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경영학과 학생, 각종 법률 자문을 하는 친척들로 고생이라는 법대생 등 사연도 다양하다.


이제 졸업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여서 그런지 ‘학과별 애로사항’이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수십 번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결국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졸업한다는 선배들의 멋쩍은 웃음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현재의 대학 교육은 기업이 바라는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며 대학이 현장 중심의 실무교육을 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그 앞에서 우리는 허탈할 뿐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사회가 기대하는 수준이 ‘학과별 애로사항’의 엉뚱한 오해처럼 서로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학문 중심의 대학 교육과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사회 사이에서 대학 졸업생들이 당황하지 않을 날은 언제쯤일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긴 올까.


이건임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