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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고이즈미 압승한 이유 / 이이범 일본학연구소 연구원

[매일경제 2005-09-13 07:32]

이번 제43회 일본총선(중의원선거)은 전체 의석 480석 중 296석(점유율 61.6%) 을 획득한 집권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러한 자민당 압승은 1986년 이후 19년 만의 과반수 의석 확보였고, 1960년 이후 기록적인 승리였다. 자민당과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31석을 포함하면 여당 전체 의석 수는 327 석으로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초과해 68%에 이른다. 반면에 지난 2000년, 200 3년 총선 이후 제1 야당의 지위를 확실히 한 민주당은 선거 전 177석에서 113 석(점유율 23.5%)으로 대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자민당이 이렇게 압승하고, 제1야당 민주당이 참패한 원인은 무엇일 까?

먼저 고이즈미 총리와 자민당의 선거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는 우 정민영화를 일본 개혁의 최대 과제로 부각하고, 이번 중의원 해산의 원인이 된 우정개혁의 반대 세력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일본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일관되 게 주장했다.

이런 단순한 선거전략은 90년대부터 구조개혁을 열망해온 일본 유권자에게 자 신의 한 표가 개혁저항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쉽게 갖게 했다. 또 투표율을 2003년 선거 때보다 7.5% 이상 상승하게 했고 그 동안 야당 성향이 강했던 대도시 지역 무당파 유권자들의 자민당 지지를 큰 폭으로 증가시켰다. 반면에 제1 야당인 민주당은 고이즈미의 개혁정책이 4년여 재임기간중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정권 교체만이 진정한 일본개혁을 이룬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주장은 자민당의 '개혁을 멈추게 하지마!'라는 도발적인 선거 슬로건에 가려 끝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둘째는 일본 투표자의 30%를 초과하는 무당파층의 자민당 지지가 증가했기 때 문이다. NHK 출구조사를 보면, 무당파층의 자민당 지지는 2003년 총선 때 22% 에 비하여 32%로 대폭 증가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여전히 다수 무당파층의 지지를 획득했지만 지난 2003년 56%에 비하여 39%에 머물렀다. 특히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 지역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지난 2003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36석을 확보했지만 이번에는 5석만을 확보하고 몰락했다.

이 밖에도 90년대 후반 이후 민주당의 정권담당능력을 신뢰하지 않는 유권자들 의 보수적 정치성향이나 자민당과 공명당이 선거협력에 성공한 반면 민주당과 사민당의 야당 공조가 실현되지 못한 점도 자민당 득표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일본 총선의 결과가 향후 일본정국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첫째는 고이즈미 내각이 내년 9월 말 자민당 총재임기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안 정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참의원 내 자민당 의석이 과반수에 미달 하고 있기에 공명당과의 연립내각도 지속할 것이다.

둘째는 자민당이 정치과정을 주도하면서 고이즈미 총리를 포함한 자민당 내 개 혁주도 세력들의 정치 장악력이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즈미 내 각의 주요 정책은 고이즈미 총리가 속한 모리파(森派)와 이들의 추종세력들에 의하여 주도된다. 이들 세력은 기존 자민당의 기득권 중시 정책에 반대하고 구 조개혁을 주창해 높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에 외교적으로는 지나친 미국 중시 정책과 주변국에 대한 강경정책으로 주 변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어 국내 여론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고 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참배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번 총 선에서 이러한 강경세력 그룹들은 당선자를 대폭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 서 이들의 자민당 내 입지와 정국 주도권은 향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셋째는 자민ㆍ민주 2대 정당시스템의 장래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 정당정치가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향후 유동적인 무당파층 의 지지에서 벗어나 다수 유권자들로부터 정당의 정체성과 수권정당의 능력을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내부 논란이 깊어질 것이다. 또한 자 민당은 총선 압승에 힘입어 그 동안 자민당 보수정치 그룹들이 추진해온 헌법 개정이나 교육법 개정, 안보관련 정책의 개편 등의 보수강경 정책을 가속화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일본 유권자 전체가 주목하는 재정적자 개선, 안정적 경 제성장, 연금제도개선, 세제 개편 등 난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중의원 압승은 별 도움이 안 된다. 향후 자민당에 쏠리는 정치적 책임과 부담은 선거에서 대 패한 민주당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이범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