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한국을 배우는 베트남 인재들 / 국민대 MBA과정
낮에는 인턴사원 … 밤에는 MBA 수강






▶ 국내 중소기업들이 장학금을 대줘 한국에 유학온 11명의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민대에서 야간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들은 모두 하노이대와 호찌민대를 졸업했다. 신인섭 기자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에 감사할 뿐입니다. 돌아가면 베트남과 한국이 교류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3월 한국에 유학와 국민대(총장 김문환)에서 야간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는 베트남의 쩐 옥 유이(27)는 유창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베트남 호찌민대 인문사회학부를 졸업한 뒤 베트남에 진출해 있던 한국계 운송회사에서 1년여 근무했다. 이후 국민대가 운영하는 '베트남 MBA 장학생 프로그램'에 지원, 선발됐다. 학비와 숙식비는 전액 면제되며 월 80만원가량의 생활비도 지원받는다. 유이는 이 돈을 아껴 매달 200달러를 고향에 송금한다. 대신 낮에는 장학금을 대주는 해운회사인 서울라인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밤에 수업을 듣는다.



하노이대를 졸업하고 같은 프로그램에 선발돼 지난해 8월 유학온 띵 하이 옌(25.여)도 장학금을 지원하는 구조조정 전문회사 골든 브릿지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회사에 다녀 보니 한국이 왜 잘 사는지 알 것 같다"며 "베트남 사람들은 오후 4시쯤 퇴근하면 모두 자기 시간을 갖지만 한국인들은 퇴근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하더라"고 말한다.



국민대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학생은 모두 11명. 전원 베트남 최고 명문인 하노이대와 호찌민대를 졸업한 인재다.



장학금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댄다. 골든 브릿지와 서울라인 외에 섬유회사인 약진통상과 현진어패럴, 기계업체인 한국코트렐 등도 학생 1인당 연간 15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학생들은 대신 해당 기업에서 낮에 인턴사원으로 일한다. 서울라인 이두경 사장은 "가난한 나라의 학생들이 좀 더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후일 베트남에 진출할 경우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국민대가 베트남 학생을 받아들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이재경(경영학) 교수는 "2003년 베트남 학생에게서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e-메일을 받은 뒤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인재를 키우면 한.베트남 경협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래서 이 교수는 베트남에 관심 있는 국내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호소한 끝에 중소기업 5개사의 도움을 받게 됐다.



베트남 학생들도 느낀 바가 많다. 올 연말 졸업하는 유이는 "돌아가면 베트남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서 "베트남은 특히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한국인의 집단의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욱 전문기자

사진=신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