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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아름다운 ‘시각장애인의 슈바이처’…한종원 장로 / 동문, 경제 11회

[국민일보 2005-07-15 15:35]


믿음과 행함. 이 둘은 따로가 아니고 하나이다. 믿음에는 그에 걸맞은 행함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약 2:26)는 말씀을 비롯해 성경의 많은 부분에서도 믿음과 행함은 동일체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믿음과 행함을 제대로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거기에는 많은 절제와 자기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믿음과 행함의 일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크리스천이 있다. 서울 천호동 한종원 안과의원 원장인 한종원(73) 장로이다. 그는 오직 하나님만을 믿고 의지하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그분의 뜻에 합당한 행동을 해오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영원한 슈바이처’로 불릴 정도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선교 사역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그는 교회 개척을 위해 거금을 흔쾌히 내놓기도 하는 등 언제나 주님이 기뻐하실 일을 찾아다닌다.

지난달 한 장로는 또 한번 뜻깊은 경험을 했다. 국제라이온스협회 354-A지구 총재로 회원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평양 라이온스 안과병원 준공식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번 깊게 체험했다. 그는 병원건물 설계에서부터 의료장비와 물품 준비 등 병원 설립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참으로 많은 기도를 했는데 결국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고 여긴다.

천호동 사거리에 있는 한종원 안과의원은 늘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누구든 이곳을 찾는 이들은 먼저 예수님부터 만나게 된다. 병원문을 열고 들어서면 맨 처음 맞은편 벽에 붙어 있는 ‘기도하는 예수님’을 보게 된다. 이는 예수님의 심정으로 환자들을 진료하겠다는 한 장로의 마음의 표현이다.

한 장로의 인생 족적은 ‘오직 주님’이라는 말로 대변된다. 20대 후반 하나님을 영접한 그는 일관되게 그분만을 바라보고 걸어왔다. 2002년의 한 일화는 그의 신실함을 잘 보여준다. 장로직에서 은퇴하면서 그가 섬기는 천호동성결교회(여성삼 목사)에 교회 개척자금으로 1억원을 헌금,이듬해 경기도 안산에 ‘한길교회’가 개척됐다. 교회 이름은 한 장로의 성인 ‘한’자와 예수님이 길이요 진리라는 요한복음 14장 6절 말씀에서 ‘길’자를 따왔다. 한 장로는 이후에도 한길교회가 차량과 의자 때문에 애로를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큰 액수의 헌금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 장로의 큰 업적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역이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시각장애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조선대 의과대학에 들어갔다. 1977년 졸업하고 의사가 되자마자 한빛맹학교 강사 겸 이사로 양로원과 맹학교 등을 돌며 수천 명의 시각장애인을 돌보는 사역에 나섰다. 특히 선한목자재단과 노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루디아의 집’ 설립은 한 장로의 땀과 열정이 밴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 장로는 의사가 되기 전에 돈을 벌겠다고 화장품 공장을 차렸다가 전 재산을 날린 뒤 하나님을 영접했다. 당시 가톨릭교회에서 영세를 받았던 그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자살하려고 한강철교에 갔다가 우연히 서울 용산의집 앞 천막교회의 십자가를 보고 곧바로 교회로 달려가 하나님께 울며 기도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당시 국민대 경제학과를 마치고 공병호 안과의원에서 검안사로 일하던 그는 중앙성결교회를 나가기 시작했고 이후 후암성결교회를 거쳐 1964년 천호동으로 이사한 뒤 천호동성결교회를 지금까지 섬기고 있다.

그는 요즘 자신의 지난날이 하나님의 은혜로 점철됐음을 깨닫고 있다. 특히 루디아의 집을 세울 때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조건을 극복한 과정과 세계연합선교회 사역을 하다가 선한목자재단을 설립한 것도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여긴다.

교회 밖에서도 그는 라이온스 지구 총재와 서울지법 민사조정위원,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한종원장학회 회장 등 많은 일을 하며 주위를 섬기고 있다. 덕분에 지난 5월13일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것을 비롯해 자랑스러운 서울시민상,대한적십자사총재상,복지부장관상,통일부장관상,법원행정처장상 등 셀 수 없이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정수익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