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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脈] 英 RCA(왕립 미술대학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들 / 박종서(테크노디자인대학원장)


[한국경제 2005-07-24 17:36]

디자이너 전성 시대가 왔다.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디자인을 가장 중시 하는 풍조가 일면서 기업들도 앞다퉈 ‘디자인경영’에 나서고 있다.디자인경 영의 핵심은 역시 디자이너.특히 성능이나 품질이 보편화된 자동차업계에서는 얼마나 우수한 디자이너들을 확보하느냐가 업계의 최대 경쟁 포인트가 되고 있 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행복하다.

새롭게 내놓은 차종의 디자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디자인 세계에는 영국 왕립미술대학원(RCA·Royal College of Art ) 출신들이 중심에 서 있다.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RCA는 주로 글로벌 기업에 서 실무 경험을 쌓은 디자이너를 선발한다.

이들은 졸업과 함께 몸담았던 기업으로 돌아가 해당 회사의 디자인 정책과 실무 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으로 성장한다.

국내에서는 줄잡아 40여명의 RCA 출신이 자동차 디자인 업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내 RCA 1호는 박종서 국민대 교수(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장).지난해 4월 현 대·기아차 디자인연구소장(부사장)을 끝으로 기업 현장을 떠난 그는 1980~198 1년 RCA에서 공부했다.

자동차 디자인과 관련한 아무런 교본조차 없던 시절 "디자인이 향후 자동차 경 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당시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박 원장이 첫 수혜자가 된 것.박 원장은 "RCA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의 디자이너들과 경쟁한 뒤 자동차 를 보는 눈이 확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RCA 연수에서 돌아온 박 원장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자 현대차는 해마다 디자 이너 2~3명을 RCA로 보내 꿈나무로 키우고 있다.

지금도 20명에 가까운 RCA 출신이 현대차의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의 디자인 수장인 차종민 현대차 디자인연구소장(전무) 역시 RCA 출신.지 난 82년 RCA에 입학한 차 소장은 이후 현대차 디자인 혁신의 신호탄이 된 스쿠 프와 엘란트라를 직접 디자인했다.

그랜저 쏘나타 등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최신 차량도 최종적으로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깜찍한 외모의 클릭을 디자인한 현대차 LA디자인센터장인 김경수 이사도 RCA 출 신.이 밖에 신형 그랜저를 디자인한 박혁 팀장과 컴퓨터 디자인 전문가인 방영 찬 팀장,현대차의 모든 색상을 담당하는 조성우 팀장 모두 RCA를 나왔다.

기아차에도 10여명의 RCA 유학파가 포진해 있다.

현대차에 몸담았던 시절 RCA를 다녀온 윤선호 기아차 디자인연구소장은 당시의 경험을 살려 기아차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하와이언 블루'라는 독특한 색상을 스포티지에 입혀 주목받은 정일희 색상 담 당 팀장을 비롯 민창식 이강 문정빈 곽강민씨 등 주요 팀장들도 RCA를 거쳤다.

GM대우에는 디자인센터 선행 익스테리어(외부 디자인)팀의 용성진 서브팀장(차 장)이 RCA 출신이다.

졸업 후 독일 폭스바겐에서 일한 적이 있는 그는 현재 라세티 후속 모델과 스몰 미니밴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는 이중철 디자이너가 RCA를 나왔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SM7의 앞 부분에 적용한 'V'자 형태의 디자인 컨셉트.그 가 손댄 'V'자 컨셉트는 SM 시리즈의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결정돼 앞으 로 선보일 SM 시리즈에 계속 적용된다.

디자인 전문업계에서는 이유섭 코다스 사장이 대표적인 RCA 인맥이다.

현대차에 몸담았던 86년 RCA로 유학한 이 사장은 당시 경험을 토대로 혁신적인 디자인을 잇달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코다스는 지난 5월 산업자원부로부터 '2005 톱 디자인 전문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학계에선 정주현 홍익대 미대 교수와 이근 교수 등이 RCA를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디자인이 단기간에 세계 수준으로 뛰어오르는 데 RCA 유학파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