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대학은 변신중>캠퍼스가 주민 학습장·쉼터로 / 국민대 수요예술무대
[문화일보 2005-08-05 13:52:47]


지역사회에 벽 허물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자리잡은 ‘평생학습센터’ 5층 대강의실. 서울대와 관악구청이 마련한 ‘관악 열린대학’의 문화강좌를 듣기 위해 몰려든 지역 주민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다.


주부 김원순(47)씨는 “요즘 또래 아줌마들과 함께 서울대 교수가 직접 강의하는 수준높은 문화강좌를 청강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2년전 직장을 그만 두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김태근(45·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씨는 거의 매일 아침 한국외국어대 중앙도서관을 다닌다.


면학 분위기도 좋은데다 시원한 에어컨까지 가동돼 웬만한 사설독서실보다 낫다는 생각에 김씨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대학측이 고맙기만 하다.대학들이 지역 주민에게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있다. 캠퍼스의담장을 허물어 공원으로 조성하는가 하면 도서관과 체육관 등 각종 시설물도 개방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 주민을 위한 교양 강좌나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 대학도 적지 않다. 문턱 높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주민과 더불어=학교 담을 허무는 대학이 늘고 있다. 서울시와‘대학 담장허물기 운동’에 나선 한국외대는 캠퍼스 외곽을 에워싼 담 730m를 허물고, 그 자리에 수목 1만4977그루를 심는 등캠퍼스를 도심 속 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서 중앙대는 지난 2002년 10월 높이 160㎝에 이르는 정문 주변담장 260m를 허물고, 담장 주변 인도도 2m에서 5m로 늘려 학생과 주민들을 위한 쉼터로 만들었다.


성공회대도 2003년 5월 성인 남자 키보다 훨씬 높았던 280㎝ 높이의 학교 담장을 허물고, 대신 정문을 중심으로 1㎞에 달하는공간을 주민들에게 완전 개방했다. 연세대와 숙명여대, 한신대,경기대 등 7개 대학도 올 연말까지 담장 일부를 허물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 주민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할 방침이다.


◈“열려라, 도서관!”=도서관이나 체육관 등 대학 시설물도 학생과 교직원들의 폐쇄된 공간에서 탈피, 지역 주민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지역 주민에게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특별열람증을 발급하고 있다. 열람증을 가진 주민들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5권의 책을 최장 20일까지 빌려볼 수 있다. 동덕여대와 한성대 역시 이르면 올해말부터 도서관, 어학실, 컴퓨터실 출입증을 발급받은 주민에 한해 개방할 예정이다.


충남 천안의 남서울대는 학교 체육관을 주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실내 주경기장(4500석)의 경우 낮엔 학생들이 이용하고, 어둠이깔리면 주민들이 찾아와 배드민턴와 농구, 배구 등을 즐긴다.


세종대의 경우 스쿼시장과 미니 골프연습장 등을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골프는 회원의 90%가인근 군자동 주민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


◈지역 주민과 평생학습을=대학을 단순히 개방하는 데서 벗어나지역 주민을 위한 교양 강좌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대학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외대가 일반인을 위해 문을 연 영어 클리닉의 경우하루 200여명의 주민이 이용하고 있다. 주민들이 영어회화와 문법 등에 대한 궁금증을 e메일이나 전화 등을 이용해 질문하면 교수와 강사가 무료로 답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운대는 주부 영어강좌를 무료로 개설, 주부들의 외국어에 대한공포증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기초부터 고급과정까지단계별로 마련한 영어강좌는 주부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강좌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퍼지면서 매번 수강인원이 넘쳐나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 2003년부터 교내 콘서트홀이나 예술대 대극장에서한달에 2차례씩 지역 주민을 위한 ‘수요예술무대’공연을 열고있다. 이 행사는 뮤지컬 공연, 마술쇼, 클래식 음악회 등 매회다른 주제로 진행되는데, 전문 예술인을 초빙해 완성도가 높은공연을 선보여 주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국민대측은 “그동안 주민에게 폐쇄적이었던 대학이 이제는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의 장으로 활용되면서 대학 이미지 홍보 효과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현기자 choc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