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휘락 칼럼] 우리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사치인가?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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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면 자진해서 자기 아들을 참전시킬 장관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이러한 강한 희생심과 자긍심을 가진 인사들이다. 현 정부의 인사들은 남에게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보통사람보다 더욱 자신의 이익에만 치중하여 행동하는 것 같다. 법무부장관으로 내정까지 되었던 사람이 법정에서 묵비권만 행사한다? 아버지 후광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부동산에 관한 법망만 교묘히 피해가면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현재의 법무부장관도 자식의 군 휴가 문제에 관하여 분명하게 밝히지 않음으로써 많은 의혹을 제기하게 만들었고, 13일에는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말은 했으나 정작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사실에 대한 분명한 해명은 없었다. 이 정부 들어서 고위공직자 중에 실수라고 사과하거나 부끄럽다고 스스로 물러난 적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현 정부의 상당수 고위직 인사들은 그 직책에 상응하는 자긍심이나 희생심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사자라도 ‘풀을 뜯든 말든 배부터 채워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 주어진 지위와 권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느냐고 반문하는 것 같다. "대부분이 하는 부동산 투기를 좀 했기로서니, 대부분의 사람처럼 자식을 의대 보내기 위하여 편법을 사용했기로서니, 대부분의 부모처럼 군에 간 자식이 안쓰러워 휴가 좀 연장시켰기로서니, 뭐가 그리 잘못되었다고 난리인가?"라고 오히려 따지는 것 같다. 이들이 국가의 지도자급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의 고위직 공무원은 전체를 위한 높은 사명감과 희생심을 가져야 하고,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서양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던 이유도 리더라면 보통사람보다 더욱 희생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통사람처럼 행세하고 싶다면 그 직위를 그만두면 된다. 보통사람과 다르게 나라에서 주는 고액의 녹봉을 받고, 관용차와 운전기사 혜택을 받고, 온갖 특별대우와 특권을 누리면서 개인적 이익이 걸린 경우에는 철저히 보통사람과 같아지고자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법무장관 자신이 논란 자초 병사가 몸이 아프면 병가(病暇)를 갈 수도 있고,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하면 부대에 전화하여 지휘관의 허락을 받은 후 휴가를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충분히 걸을 수 있고, 차를 탈 수 있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허용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일단 부대에 복귀해서 지휘관에게 조치받은 후 새로운 휴가증을 받아서 다시 휴가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 보면 법무장관의 아들은 그렇게 심한 중병도 아니었고, 부대로 복귀하지 못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법무장관에게 묻고자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군인이 휴가 가서 전화로 휴가 연장하고, 필요한 서류도 나중에 내도 괜찮은 것으로 제도를 바꿔도 되겠는가? 그러다가 적이 처들어 왔을 때 부대가 제대로 전투준비도 갖추지 못하여 패배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과연 자신의 아들이 귀대(歸隊) 후 새롭게 조치 받아서 나오지 못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다고 생각하는가? 부모가 자식을 위하여 부대에 전화도 할 수 있고, 배려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의 리더 중 한 사람인 집권당의 당대표라면 더욱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한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그리고 이것이 다른 국민들에게 알려졌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등 더욱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 어떤 연유로든 그에 관하여 문제가 제기되었을 경우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의 양해와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게 지도자의 태도이고, 노블리스 오블리주 아닌가? 실제로 이번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 및 ‘미귀(未歸: 제시간에 귀대하지 못하는 일을 말하는 군사용어) 문제는 이렇게까지 커질 성격의 일이 아니었다. 죄송하다면서 양해를 구했다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법무장관이 모든 의혹을 원초적으로 부정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를 계속 미뤄오니까 의혹이 커지고, 제보가 시작된 것이며, 결국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도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무장관은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검언유착”이라면서 “소설을 쓰시네”라고 무시하였다. 보좌관이 전화하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 또는 “보좌관에게 그런 전화를 시킨 바 없다”고 전면적으로 부정하였다. 이러한 법무장관의 전면적인 부정으로 인하여, 이 사안은 휴가나 그 연장 자체의 타당성이 아니라 법무장관의 부정직 여부로 전환되고 말았다. 의혹을 입증하는 한 가지 자료가 나올 때마다 법무장관은 부정직한 사람이 되고, 따라서 국민들은 법무장관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법무장관의 정직성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아들 서모씨의 황제 군 휴가 등 의혹을 받는 추미애(사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우리에겐 희귀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외국에는 고위직으로서의 특권을 악용하는 사람은 매우 적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례가 너무나 많다. 군에 관한 사항이니까, 군인의 예를 들어보자. 6·25전쟁은 북한이 한국을 적화통일하고자 일으킨 전쟁이지만, 한국군 장성의 자제가 자진하여 참전했다는 말은 별로 없고, 미국의 장성들 자제는 142명이 참전했고, 이 중 35명이 사망·실종 또는 부상당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교통사고로 사망한 워커(Walton Walker)미8군 사령관의 아들도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 후임자 중 한 사람인 밴플리트(James Alward Van Fleet) 장군의 아들도 공군 조종사로 참전했고, 야간폭격 임무를 수행하러 갔다가 실종되었다. 당시 밴플리트는 미8군 사령관이었는데, 자식 때문에 군의 임무 수행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수색작전을 조기에 중단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자진하여 자신의 아들을 전쟁에 참여시킬 장군이 몇이나 될까? 자식의 참전을 격려할 고위공직자들이 몇이나 될까? 자신의 아들은 뒤로 빼돌리고는 국민들의 아들들에게 적극적으로 참전하여 나라를 구하자고 말할 것 아닌가? 이러한 것이 연상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법무장관 아들의 미귀 문제에 대하여 과도할 정도로 관심을 쏟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전쟁이니까 장군을 대상으로 말하지만, 평시의 국가에서는 정치지도자들과 고위공직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중요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처럼 법무장관의 아들이 병가를 연속으로 받고, 귀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엄마의 후광에 힘입어 집에서 전화로 휴가를 연장받았다고 한다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듣지 못해야 한다. 자식사랑에 치우쳐 오판했다면서 국민들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당당한 것은 자신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하는 지도자 중의 하나임을 모르는 것 아닌가? 군대는 건드리지 말자 여당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말로 법무장관과 그 아들을 옹호하고 있다. “군대 안 가도 되는데 갔으면 칭찬받을 일” “카투사 자체가 편한 곳, 추미애 아들 논란 의미 없다” “식당에서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달라고 한 것이다” “휴가를 추가하려고 산 넘고 바다 건너 다시 부대로 복귀하는 게 합리적이냐?” 이러한 견강부회적인 옹호를 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이 지도자 중 한 사람인지 모르고, 지도자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다. 나아가 이들은 법무장관 아들의 미귀 문제를 어떻게든 무마하고자 군의 기강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정시 귀대도 중요하지 않고, 청탁하는 것도 김치찌개 재촉하는 것에 불과하고, 전화로 휴가 연장해도 괜찮다고 전 국민들에게 교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이나 군인들이 법무장관의 아들처럼 행동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모든 군인들이 귀대시간을 지키지 않고, 모든 군인들이 전화로 휴가를 연장한다면 우리 군이 어떻게 적의 침략을 막을 수 있는 군대가 되겠는가? 군대에서 정시 귀대를 강조하고, 일단 귀대하여 승인을 받은 후 다시 휴가 가는 절차를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군인들은 어떤 개인적인 사정이 발생해도 정시에 귀대해지 못하면 처벌을 받았다. 그것을 전 국민이 알기에 귀대 시간에 늦을 것 같다고 말하면 택시기사 아저씨도 속도위반을 하면서까지 협조했고, 지나가던 차도 일단 부대까지 데려다주곤 했다. 전 세계의 모든 군대는 “제식훈련”을 통하여 군인 만들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반듯한 자세로 보조를 맞춰서 걸어가는 것이 군대의 상징이 되었고, ‘국군의 날’ 등 행사에 퍼레이드를 실시하여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용 차원에서 보면 이것도 비판할 수 있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데 아무렇게나 걸으면 어떤가? 발을 맞춰서 가지 않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무렇게나 돌면 되지 정해진 방식에 맞춰서 우향우, 좌향좌를 할 필요가 무엇이라는 것인가? 그럼에도 군대에서 제식훈련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일사불란한 명령 복종을 생활화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는 사소한 일도 참사로 연결될 수 있고, 모든 구성원과 부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사소한 일이라도 명령과 규정에 완벽하게 따를 것을 요구한다. 군대는 사안의 위중성보다는 명령이나 규정을 준수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따진다. 하급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명령이나 규정을 무시해버리면 군대는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장관을 변호한다는 취지에서 다양한 여당 정치인들이 다양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의 상당한 부분은 군대와 군인을 폄하하는 것으로 들린다. 아무리 정치적 이익이 발등에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군대만은 건드리지 말자. 군대의 기강은 확고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은 침묵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국가의 기강을 정립해야 한다. 법무장관이 진실보다는 자신의 언행을 변호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면 질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장관에 대한 기준은 당연히 보통사람들에 대한 기준과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장관들도, 청와대 비서들도, 모든 공무원들도 솔선수범이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전화로 휴가 연장을 해도 괜찮다는 국방부의 설명은 정말 가관이다. “휴가 중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전화 등으로 연장이 가능하다”면서 국방부는 적법하다고 발표하였다. 적법성을 밝힐 때 서 일병의 상황이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함께 판단해야 하는데, 그러한 판단도 없이 그냥 적법하다고 판정을 내린 것이다. “본인의 생명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할 경우 정당방위 차원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할 때, 당시 상황이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인지 판단도 하지 않고, 이 규정이 있다고 무기 사용을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앞으로 모든 군인들이 이 국방부의 설명을 핑계로 전화로 휴가를 연장하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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