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위메이드 박관호대표의 '미르의 꿈' / 경영 91학번
[스포츠서울]

중국 최초의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중국 서비스명 전기(電機))’의 개발사인 위메이드(대표 박관호)가 새로운 CI와 개발중인 신규게임의 라인업을 발표하며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그동안 ‘미르의 전설’의 중국 서비스사인 ‘샨다’와의 긴 시간에 걸친 분쟁으로 손상된 회사 이미지와 내부 역량을 재정비해 새로운 게임으로 ‘제2의 미르의 전설’에 도전하겠다는 것. 위메이드를 이끌고 있는 박관호사장(34)은 ‘바람의 나라’‘리니지’를 만든 송재경,‘라그나로크’를 만든 김학규씨 등과 함께 국내 온라인게임 시대를 연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이다. 특히 그가 만든 ‘미르의 전설’은 한때 동시접속자 80만명을 기록,중국에 온라인게임 시대를 연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관호사장은 다른 스타 개발자들에 비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샨다와의 수년에 걸친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기업이나 작품에 대해 알릴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를 정리하고 멋진 재도약을 준비하는 박관호대표를 만나 그의 대륙정벌 수난기(?)와 게임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게임동아리와 카페주인의 의기투합

국민대 재학 중이던 95년 무렵 컴퓨터를 취미로 하던 박대표가 채팅과 머드게임을 보며 컴퓨터로 일반 프로그램말고 무엇인가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한 것이 ‘미르의 전설’의 탄생신화.박대표는 때 마침 나온 원조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보고 평소 구상해오던 무협 온라인게임 개발을 실천에 옮기기로 한다. 친구 후배 선배들과 함께 허구헌날 학교 앞 찻집에 모여 게임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박대표의 최초의 후원자는 찻집주인인 홍정표사장. 그들의 모의를 유심히 듣던 홍사장은 개발자금으로 5000만원을 내놨고 이 자금을 모태로 96년 10월 액토즈소프트가 창립된다. 그리고 97년 ‘미르의 전설I’의 개발 착수. 그러나 개발자금으로 5000만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더 이상 자금을 감당할 수 없었던 홍씨는 이종현 전사장을 새로운 경영진으로 끌어들인다.그러나 처음부터 게임자체보다는 머니게임에 더 관심이 많았던 새로운 경영진과 개발진은 사사건건 대립했고 이에 박대표는 ‘미르의 전설II’ 개발권 하나만을 달랑 들고 ‘위메이드’를 설립한다. 이때는 이미 ‘천년’‘영웅문’‘레드문’등의 무협게임이 나온 뒤. 박대표와 위메이드 멤버들은 시간과 돈에 쫓겨가며 ‘미르의전설II’를 완성한다. 박대표는 “개발기간 1년동안은 모든 멤버들이 ‘집’이라는 개념을 잊고 살았다”고 말했다.

◇우연히 찾아온 중국정벌의 기회

박대표가 ‘미르의전설II’를 들고 중국시장을 기울인 것은 순전히 자구책 차원이었다.국내는 ‘리니지’의 기반이 워낙 탄탄해 새로운 게임이 발을 붙일 여지가 없었던 것.그러나 막상 북경에 발을 딛고보니 눈앞이 캄캄했다. 인터넷 보급률이 워낙 낮았던 것. 그러던 중 ‘미르의 전설II’의 서비스권을 갖고있던 액토즈의 직원이 우연히 상해를 근거지로 하는 ‘샨다’와 만남을 주선했고 별다른 기대없이 2001년 9월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순전히 선점 차원이었다. 10월 베타테스트를 시작했고 11월 상용화를 시작했다.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의 반응이 엄청났다. 상해에는 이미 수십만개의 PC방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 마케팅을 하지않아도 매일 동접자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년만에 최고동접자수가 70만을 넘어서 있었다.‘전기’는 중국 온라인게임의 대명사가 되었고 샨다는 하루아침에 신데렐라 기업이 되었다.“기분이 너무 뿌듯했어요. 처음엔 어리둥절할 정도였죠.기자 간담회라도 열라치면 전국 각지에서 수백명의 기자가 몰려왔어요. 시나닷컴이 연일 ‘전기’이야기로 도배할 정도였으니까요. 북경대에선 교수들이 학생들이 ‘전기’때문에 공부를 안한다며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고요.”

◇액토즈와의 잘못된 만남

그러나 본시 우연히 찾아온 행운은 반드시 문제라는 친구를 끌고 오는 법.동접자 30만부터 샨다와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아이템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킹과 불법서버 문제가 불거졌고 샨다는 기술이전을 요구했다.계약금이 몇달씩 연체되기도 했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불신의 벽이 높아져갔다.액토즈는 샨다가 중국 특유의 상술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샨다는 위메이드가 성의가 없다고 생각한 것. 마침내 샨다는 카피서버를 만들어 독자 서비스를 하겠다며 위협했고 급기야 위메이드는 샨댜측을 국제 재판에 회부했다.“지금 생각하면 서로 미숙해서 생긴 일이었어요.온라인게임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서로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던거죠.특히 중간에 있던 액토즈소프트가 조금만 성의가 있었더라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었을텐데...” 박대표는 이 대목에서 언성을 높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액토즈는 처음부터 문제의 원만한 해결보다는 다른데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는 “액토즈와 위메이드의 관계는 머니게임에만 관심이 있는 자본과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게임기술과의 불행한 만남의 대표적인 예”라고 잘라말했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막강한 헤게모니의 산실이 될 수도 있었을 ‘전기’의 성공이 한낱 M&A게임으로 끝나버린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자본에 휘둘리지않는 탄탄한 개발회사가 꿈

사실 이런저런 분쟁만 아니었다면 ‘미르의 전설II’는 국내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작품으로 남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위메이드가 ‘미르II’로 거둬들인 로열티 수입만 5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수년에 걸친 분쟁으로 인해 위메이드는 ‘최초의 중국 온라인게임’의 이렇다 할 이점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시장에 대해 배운 것도 많다. 그동안 준비해 둔 신규게임도 만만치않다. 캐주얼게임 ‘크림프’와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창천’,그리고 새로운 차원의 MMORPG인 ‘프로젝트 산’,동화풍의 퓨전판타지 ‘프로젝트 네드’등 하나하나가 만만치않은 게임이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이제는 오로지 게임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것.다른 것은 몰라도 게임이라면 무조건 자신이 있다는 박대표의 ‘제2 중국정벌기’가 기대된다.

윤선영기자 mayan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