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2005-11-16 07:50]

김 현 수 한국SI학회 회장ㆍ국민대 교수

산업의 진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한계상황이 지속되면 많은 기업들은 도태되는 길을 가지만 어떤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블루오션을 만들어낸다. 과거 생태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바다에 살던 일부 어류가 치열한 바다 속의 생존경쟁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진화시켜 민물고기가 되었다. 염도 차이로 인한 세포막 파열을 막기 위해 비늘을 만들어내고, 광물질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척추를 만들고, 삼투압을 막아내기 위해서 심장을 발달시켰다. 민물이라는 블루오션에서 상당 기간동안 이들은 먹이 걱정 없이 좋은 시절을 보내며 자신들을 증식시켜 갔다.

그러나 민물고기들이 많아지면서 민물에서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한계 상황에 도달하자 민물고기들은 강이나 개울가에 펼쳐진 육지에서 많은 먹이거리를 발견하고 육지에 오를 전략을 수립한다. 육지에서는 물 밖의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폐가 필요하고, 팔과 다리를 사용하여 기어다닐 수 있어야 함을 인식하였다. 그래서 일부 민물고기들은 피나는 노력을 계속하여 결국에는 아가미를 폐로, 지느러미를 사지(四肢)로 진화시켜 육지에 살수 있는 양서류가 되었다.

SI(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산업이 대다수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계 상황에 와 있다는 분석이 있다. 스스로를 어떻게 진화시켜 새로운 세계를 열어내고, 성장하느냐가 큰 과제다. 그동안 정부와 학계에서는 법제도 개선을 통하여 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했다. 전자정부 사업 등 수요창출 노력도 해왔다. 그러나 아직 산업의 사업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좌절감을 느끼고 발전 희망이 없다고 포기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보다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생존을 연장하기 위한 노력만 열심히 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장은 혼탁해지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더욱 요원한 길이 되고 있다.

알베르 까뮈는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해서 "부조리를 인식한 인간은 자살을 택하든지 아니면 그리스 신화속의 시지프스(Sisyphus)처럼 반항과 자유와 열정의 삶을 살아간다"고 말했다.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린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인간의 길이라고 주장하였다.

생태계에서는 바다속 어류가 민물고기로 진화하는데 걸린 시간이 약 1억1000만년이었고, 민물고기가 육지동물 양서류로 진화하는데 3000만년이 소요되었다. SI산업의 획기적인 진화를 위해 우리가 노력한 시간은 아직 적다. 이 시점에서 열정을 잃기보다는 더욱 큰 열정을 우리 모두가 창출해내야 한다. 개인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단체로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 민ㆍ관ㆍ학ㆍ연이 함께 힘을 모아 산업 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SI학회에서는 산업혁신을 위한 임계질량(critical mass)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하여 오는 23일에 대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SI(IT서비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산업 혁신을 위한 중점 발표들과 토론들이 있을 예정이다.

열정(passion)은 수난을 견뎌내는 의미와 함께, 주어진 모든 것을 필사적으로 불태우며 최대한 성실하게 살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우리 SI(IT서비스)산업에는 시지프스가 많이 필요하다. 그러한 사람들이 많아져 임계질량을 넘어서면 열정이 폭발하면서 굴려 올린 돌이 날개를 달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