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조수진 교수 "성인지 감수성 결여, 체계적인 훈련과 실질적인 규제 필요" / 조수진(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YTN 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 YTN]

 □ 방송일시 : 2020년 7월 11일 (토) 20:20~21:00
 □ 진행 : 유다원 아나운서
□ 대담 :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성인지 감수성 결여, 체계적인 훈련과 실질적인 규제 필요"

◇ 유다원 아나운서(이하 유다원)> 미디어 비평 시간입니다.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이하 조수진)> 네. 안녕하세요.

◇ 유다원> 최근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 다크웹,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이 났는데, 논란이 많았죠. 최근 각계 단체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고요?

◆ 조수진> 네. 최근에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는데요. 지난 7월 8일 조선비즈 기사입니다. ‘여성변호사회 손정우 송환 불허, 디지털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용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인데요. 이번 법원의 결정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서지현 검사, 손정우 풀어준 판사 세상 물정 몰라’의 제목을 달았고요. 같은 날 국민일보도 ‘서지현, 손정우 처벌 재판부 물정 모르는 도련님 같아’라는 제목의 가시를 냈습니다. 이 신문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그렇고요. 국민들의 분노를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기사의 흐름이 단체나 전문가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고 끝나는 경우가 있어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고요. 서지현 검사가 모 라디오 방송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기사 내용으로 옮겨진 경우가 좀 있었거든요. 전문가가 다른 매체에 출연해서 이야기한 내용을 인용할 수는 있죠. 그런데 거기에 덧붙여서 언론사의 논조라든가, 이 문제에 대한 방향 제시. 이런 내용들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 유다원> 네. 더 나아가지 않고 인용에만 그치는 것처럼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 아쉬웠다는 말씀이신 것 같네요. 이번 보도에서 역시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 조수진> 네. 이번 손정우 인도 불허 판결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규탄 집회도 이어지고 있고요. 디지털 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과 담당 판사에 대한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국민 청원도 올라와서, 이틀 만에 4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 여러 분야의 사건에서도 이런 지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에 안타까운 일인데,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도 드러나고 있죠. 지난 8일 JTBC 보도인데, ‘마치 지도 관행인 양, 체육계 폭행 인지 감수성 낮아’라는 제목의 보도입니다. 체육계의 오래된 문제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팀닥터의 폭행뿐만 아니라, 성추행 관련해서도 지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종교계 관련해서도 최근에 보도된 것이 있는데요. 경향신문 7월 9일 자 보도입니다. ‘남편도 목사인데 왜 사모 안 하고 목사 하고 싶나, 목사고시 면접서 성차별’이라는 제목의 기사인데요. 기독교의 모 교단 목사고시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한 여성 면접자에게 한 발언이 이렇게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관련 신학대 여학생회를 비롯한 단체의 비판 성명이 나오자, 고시위원회가 사과와 함께 제도적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도 있었습니다.

◇ 유다원> 네. 종교계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게, 사회에 성차별적인 문제가 만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혹시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까?

◆ 조수진> 네. 9일 자 한국일보 보도인데요. ‘성폭력 피해자와 도란도란 상담, 국방부 피해자 쉼터 작명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취지는 좋았어요. 국방부와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겠다는 취지로 쉼터를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쉼터의 이름이 도란도란이에요. 우리가 도란도란이라고 하면, 재미난 이야기를 삼삼오오 모여서 하는 그런 분위기인 거잖아요? 내부 공모를 거쳐서 투표로 결정된 이름이라고는 하는데, 쉼터 이름이 적절하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정답게 이야기할 주제로 인식한 것 아니냐는 군내 성인지 감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유다원> 네. 말씀해주신 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가 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여론은 어떤가요?

◆ 조수진> 말씀드린 이번 사건에서도 보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부분이 많고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2,012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9년 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요. 재판에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서, 76.7%가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여성이 조금 더 높았는데요. 여성은 85.8%, 남성은 68%가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여론도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는 거죠.

◇ 유다원> 네. 여기서 한번 짚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성인지 감수성.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서,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 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게 언제부터인가요?

◆ 조수진> 판결에 성인지 감수성이 처음 등장해서 화제가 된 게, 2018년 모 대학교수의 학생 성희롱 사건입니다. 당시 대법원의 판단은 가해자가 교수고, 피해자가 학생이라는 점, 그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희롱 여부에 대한 인정은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기준에서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본 겁니다. 그래서 성희롱 피해자가 보이는 특수한 태도를 고려하는 것을 성인지 감수성의 역할이라고 판시를 했거든요. 양성평등기본법 5조 1항을 보면,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은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개념이, 아까 아나운서님께서 정의를 읽어 주시기는 했지만,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성범죄 관련 판결을 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고 있는 겁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게, 남녀 역할에 대한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요소, 고정관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정도를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성인지 감수성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에 따라 아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유다원> 성인지 감수성이 정도에 따라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르고. 이렇게 다양하게 존재하니까, 한가지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 언론 보도의 행태는 어땠습니까?

◆ 조수진> ‘미투 운동 이후의 언론계의 성인지 감수성 고찰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성범죄 보도’라는 논문이 있는데요. 이 연구에서 2019년 2월부터 4개월 동안 언론중재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시정 권고를 받은 관련 기사들을 검토합니다. 보도 유형으로 크게 4가지로 요약되거든요. 성폭력 피해자를 부각하는 것, 성폭력 피해자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 성폭력 피해자의 사생활 관련 선정적인 묘사를 하는 것, 성폭력 가해자 범행 수범을 묘사하는 것. 이렇게 4가지 유형으로 언론 보도가 분류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요. 이 중에서 성폭력 가해자 범행 수법 묘사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미투 운동과 관련한 언론 보도 속에서 피해자의 특수한 상황을 배려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많은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라고 말하고 있고요. 이러한 미투 보도에서 계속 제기되어온 문제점은 성인지 감수성의 결여, 피해자에 대한 몰이해로 요약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가 여러 개가 있는데,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미투 운동 이후 한국 신문에 나타난 성별 갈등 보도 분석’이라는 논문이 있거든요. 여기에도 보면, 미디어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 사실확인과 심층 보도의 중요성 등, 아까 제가 단순히 전달만 하고, 방향성의 제시가 없었다고 했잖아요. 이런 심층 보도가 필요하다. 저널리즘 윤리 차원의 제고가 요청된다고 다른 논문에서도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에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전 부산시장 성추행 미투 폭로 이후에,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회 기자회견에서도 강조된 내용인데, 언론이 권력 관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본질을 빼고, 선정적인 이슈라든가, 정략 이슈로 사건을 다뤘다고 지적하고요. 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BIG KINDS) 검색을 해보면, 언론이 폭로한 뒤에 불과 1달 동안, 2,769건의 기사를 쏟아내면서, 집중 조명했지만, 문제 개선에 힘을 모으는 것보다는 2차 가해의 주체가 됐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방송 진행자, 출연자도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사실 공감할 필요가 있잖아요. 그런데 웃음의 소재거리로 삼는 태도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법정 제재 주의를 받고, 사과방송까지 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유다원> 네.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조금은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졌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은 드는데,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 조수진> 이번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의 결정과 관련해서 법관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고요. 언론에 대해서도 역시 교육과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투 운동 이후에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 등에 언론 스스로의 자정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은 고무적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기자협회가 사건별 언론 보도 사례와 피해 유형 등 일선 기자들이 무신경하게 간과할 수 있는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선별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거든요. 이런 게 있기는 한데, 여기에 보면 단순히 해당 사안을 젠더 감수성에 견지해서 보도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피해자 보호제도나 관련 법률 정보,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 등 성폭력 예방과 피해 구제를 위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게 있기는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겠고, 그동안 제가 계속 얘기했지만, 재난 보도 준칙도 있고, 계속 있었잖아요. 있는데 지키지 않는 게 문제인데, 이런 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언론 관계 기관을 중심으로, 성인지 감수성의 가치를 훼손한 보도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책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 유다원> 네. 언론의 보도하는 사람도 준칙을 지켜야 하고, 살아가고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의 모니터도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앞으로도 청취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수진> 네. 고맙습니다.

◇ 유다원>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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