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어디든지 자유롭게…정말 뿌듯해요”

윤호섭 교수(66·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사진)의 바지는 유난히 짧다. 폭도 좁다. 바람을 가르며 타는 자전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기 좋게 줄였다. 그는 1주일에 두세번 서울 우이동 집부터 정릉에 있는 학교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새천년을 맞은 2000년, 지구는 뒤숭숭했다. 에너지 고갈에 대한 고민이 특히 심각했다. 꽉 막힌 도로의 한가운데서 윤교수의 마음도 꽉 막혔다. “꼭 내가 환자같았어요. 부릉부릉 연기를 뿜어내며 내가 여기(차 안에) 왜 앉아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다. 처음엔 월요일과 금요일, 1주일에 두번만 타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2003년 버스 전용차로가 생기면서 아예 차를 폐차했다. 그후로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주로 자전거를 탄다.

“내 힘으로 두 바퀴를 열심히 굴려 자유롭게 나아가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이 나이에 자유롭고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잖아요? 내가 지금 가스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기분도 참 뿌듯하죠. 교통체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도요.”

골목길을 발견하는 기쁨도 크다. 좀더 빠르고, 좀더 안전한 길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골목길을 잘 파악하게 됐다. 1시간20분정도 걸리던 출근길도 지금은 50분 정도로 단축됐다.

좋은 점도 많지만, 위험한 고비도 여러번 넘겼다. 자전거 주행을 무시하고 들어오는 차를 피하려다 튕겨나가기 일쑤였다. 크게 다칠 뻔한 경험을 몇번 하고 나서 헬멧과 보호대를 착용했다. 도로에서 좀체 자전거를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를 윤교수는 ‘야만적’이라고 표현했다. 자전거 공용 도로를 만들어도 운전자들이 자전거 주행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윤교수는 자전거 주행을 가장 크게 막는 것은 ‘경사 높은 언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망우리 고개, 미아리 고개, 무악재 등 언덕에 한차로 정도 너비의 터널만 만들어도 교통체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유지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언덕인데, 포럼같은 데 나가도 언덕얘기는 아예 안해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는 터널을 내기 힘들면 케이블이라도 깔아줘야 자출족이 안정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는 윤교수는 매연을 피하는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자전거는 주로 버스의 오른쪽으로 가기 때문에 배기구를 왼쪽으로 두기만 해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