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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학생 자작차 경주대회(Formula SAE)’ 출전을 앞둔 국민대 자동차 동아리 팀원들이 지난 5일 강원도 문막의 발보린 모터파크에서 차량 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
학교서 먹고 자며 연습 또 연습
`목표는 일본 누르고 아시아 1등`
'끽~.'
널찍한 경주로에 질주해 들어온 경주용 자동차가 짧은 제동음을 남기며 멈췄다. 헬멧을 벗으니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이 드러난다. 지난 5일 강원도 문막의 발보린 모터 파크에는 손수 만든 자동차를 테스트하기 위해 모여 든 대학생들로 붐볐다. 미국 자동차공학회가 주최한 '대학생 자작차(自作車) 경주대회(Formula SAE)'에 참가할 젊은이들이 최종 실전 연습을 하는 자리였다.
국민대 기계.자동차학부의 자작차 동아리'KORA(KOOKMIN Racing)' 회원 현진우(27) 씨는 "차 구조를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어 깔끔하고 세련됐다는 게 우리 팀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3년 연속 미 본선대회에 출전하는 이 팀의 올해 목표는 지난해 28위를 차지한 일본 고쿠시칸 대학을 누르고 아시아권의 1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17일부터 미 미시간 주에서 열리는 'Formula SAE'는 젊은 자동차 공학도에겐 '꿈의 무대'다. 세계 20여개국 140개 대학이 참가해 자동차 전문가들 앞에서 손수 만든 차의 성능을 겨룬다.
학생들은 600㏄급 엔진을 장착해 만든 경주용 자동차를, 주행성능이나 내구성.디자인.경제성.설계 등 9개 항목에 걸쳐 닷새 동안 평가받는다.
올해 25년째 대회지만 우리나라에선 2004년 국민대가 처음 출전했다. 올해는 영남대.금오공대.충북대.호서대가 뛰어 들어 5개 대학이 본선에 나간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첫 출전 때 KORA는 국내에 없는 600㏄ 엔진을 구하려고 멀쩡한 일제 오토바이를 사서 엔진만 떼어내 차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차는 결국 마지막 주행 시험 중 엔진 과열로 멈춰서 내구성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좌절을 딛고 지난해 거둔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전 학교 중 30위. 우승 한 미 코넬 대학과의 격차는 컸지만 듀크대.브라운대 등 명문대보다 높은 순위였다. 올해는 지난해 290㎝에 이른 차체 길이를 226㎝로 줄이고 소재를 경량화해 무게를 30㎏ 이상 줄였다. 순발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3년째 설계 지도와 대회 참가 인솔을 맡은 이 학과 김주현 교수는 제자들을 "자동차에 미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KORA 팀의 자작차 제작을 맡은 학부생 15명 중 5명은 이 대회를 위해 1년째 휴학 중이다.
국민대 부설 자동차전문대학원의 원생들이 한 학기 동안 설계 수업을 들으며 제작한 도면에 따라 차를 만드는 학부생들은 서너달 동안 학교 작업실에서 숙식을 함께 하기도 했다. 자동차 전자제어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현진우씨는 "하나하나 공들인 수천개의 부품을 결합한 차가 굉음을 내며 움직일 때 찾아오는 전율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출전 경비는 적잖은 부담이다. 2500만원의 제작비 외에도 자동차 선적비용과 14명의 선수단 출전 경비 등에 4000만~5000만원이 추가로 든다. 대부분 학교가 부담하지만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후원도 적잖은 보탬이 됐다. 현대차는 현금 1000만원을, 금호타이어는 경주용 타이어, 홍진HJC는 헬멧을 제공했다. 김상섭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장은 "자동차와 씨름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밝은 미래를 본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