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박휘락의 안보백신] 문재인정부, 왜 스스로 비자주국이 되려는가!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언제부터 우리 국호가 “우리나라”?

현 문재인 정부는 자주적인가?

국민들의 자긍심 고양 필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탁

합참 공보실장 김준락 대령과 한미연합사 공보실장 피터스 대령이 지난 2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일정 연기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언제부터 우리 국호가 “우리나라”?

지난 8월 15일에 정말 이상한 일이 있었다. “대한민국” 대신에 “우리나라”가 등장한 것이다. 대통령부터 태극기 밑에 “우리나라”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광복절 행사의 단상에도 “우리나라”라는 말이 크게 쓰여 있었다. 언제부터 우리 국호가 “우리나라”로 바뀌었는가? 이러니 경축해야할 광복절이 분열의 무대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현 정부와 현 정부에 근무하는 상당수 사람들은 우리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다. “친일”을 과도하게 금기시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친일”이 우리 역사를 가장 잘못되게 만들었다고 규정해두고 나니,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대한민국을 건국한 모든 사람들이 “친일”이었다면서 부정해야하고, 그러니 그 후손인 우리는 모두 당당하지 못한 것이다.

누가 친일이나 아니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생략하자. 친일한 사람들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역사를 단죄하면 이 세상에 당당한 국가가 어디에 있을까? 로마에 정복당한 유럽의 국가들 중에 로마에 협조하지 않은 지도자들이 얼마나 되었던가? 그러나 유럽의 국가들은 그들 조상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수만 년의 역사를 살아오면서 다른 민족 또는 다른 국가의 지배하에 들어가지 않았던 국가가 어디 있고, 모든 국민이 죽을 때까지 저항했던 민족은 멸망했을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역사만 잠깐 떠올려 봐도 역사에 대한 평가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만 말하지만, 병자호란을 통하여 청나라에게 항복한 후 우리의 선조들 중 청나라에 소위 ‘부역(賦役)’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오히려 부역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했던 사람이 몇이나 되었던가? 임진왜란 7년 동안에 일본군과 명나라 군대에 전혀 협조하지 않은 체 자주적으로만 행동했던 사람이 있긴 있었을까? 고려 시대에 원나라에 복속됐을 때도 끝까지 저항하는 사람이 있긴 했던가?

이렇게 역사를 청산해가면 존경할만한 사람 한 사람 없고, 자랑스럽게 여길 역사가 하나도 없다. 인간사회와 똑같이 국가도 국익을 두고 서로 경쟁을 하다보면 치욕을 참아야할 때도 있고, 은인자중해야할 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다 잘못되었다면서 적폐로 몰아서 단죄하면 자랑스러운 조상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현 정부는 자주적인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연유를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현 정부나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중요하시는 것이 ‘자주(自主)’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현 정부 또는 지지층들이 정말 자주적인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면, 북핵을 자주적으로 해결하려면 우리가 스스로 나서서 협상해야하고,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북핵은 우리 대한민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미국에게 북핵에 대한 협상도 위임하고 억제와 방어도 담당시킨 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게 자주인가?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게 일본을 물리치도록 부탁한 채 당파싸움을 지속했던 선조시대의 조선과 같지 않은가?


지금 실시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에서도 현 정부의 비자주성은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8월 18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한다는데, 모든 것을 북한의 눈치를 봐서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훈련의 실시 여부도 눈치보고 있고, 명칭도 마음대로 붙이지 못하여 ‘동맹’으로 바꿨다가 이제는 ‘한미’를 뺀 ‘연합지휘소훈련’이라고 한다. 북한이 훈련에 대하여 어떤 불만을 말할까 전전긍긍하고, 큰 항의가 없으니 다행이다라면서 안도하고 있다. 이게 정말 비자주 아닌가? 언제부터 북한이 우리의 상전이 되었다는 것인가?


정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 특히 좌파의 시민들은 더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반미(反美)·친북(親北) 성향의 단체로 알려진 ‘국민주권연대’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되자 전쟁이 일어날 위험에 처했다면서 회원들에게 ‘전쟁 대비 비상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이들은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6.12 싱가포르 북미합의를 이행하여 한반도에 평화, 번영, 통일을 실현하길 고대한 국민의 염원을 무참히 짓밟고 기어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강행되었다”면서 생존물품을 마련하고, 핵전쟁에 대비하여 안전한 지하 대피소를 알아두고, 통신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하여 비상연락방법을 마련하며, 전쟁이 끝난 후 회원들이 모이는 장소를 지정하여 알려줄 것 등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하고 있다.


내용으로 봤을 때 이들은 한미연합군이 북한을 공격하여 전쟁이 발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연합훈련에 북한이 반발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난가는 게 자주적인가? 북한에게 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경고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총칼을 들고 전선에 나가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피력하는 것이 자주적인 것 아닌가?

국민들의 자긍심 고양 필요

정부에게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없다. 나머지는 정부가 없어도 큰 문제없이 굴러갈 수 있고, 잘못되어도 치명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안보가 국가에게 가장 중요하기에 대한민국은 헌법 제66조 2항을 통하여 대통령의 책무로 “국가의 영토와 독립의 보전”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전은 총력전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통령은 국민들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는 총력방위를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총력방위가 가능하려면 국민들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지켜야할 자랑스러운 국가라고 생각해야 목숨까지 걸면서 지키지 않겠는가? 그런데 대통령부터 우리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니 국민들이 어찌 자랑스러워할 것이며, 목숨을 던져서 국가를 지키고자 하겠는가? 그러니 가장 순수하고 가장 자주적이라고 스스로가 주장하는 젊은이들도 북한이 공격을 해올 경우 피난부터 가겠다는 것 아닌가?

우리 대한민국은 절대로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다. 조선이 잘못하여 일본에 합방되었지만, 그리고 그 속에서 선조들은 가끔 또는 부분적으로는 타협해가면서 살아야했지만, 우리의 얼과 문화를 망각하거나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의 민족 지도자들은 일본의 강압 하에서도 우리 민족의 자유와 풍요를 조금이나마 진전시킬 수 있도록 일본 총독부에게 필요한 사항을 요구하여 관철시켰고, 친일로 평가되는 것을 각오한 채 타협책을 찾아서 우리의 역사가 지속되도록 하였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으로 갑자기 나라를 되찾게 되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 이후에도 우리 선조들은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여 전 세계가 경탄할 정도로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였고, 모든 세계인들이 “한강의 기적”이라면서 대한민국의 발전모델을 경탄하고 있다. 분단 상황에서 전쟁까지 겪고 기아에서 허덕이던 1960년대의 대한민국이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것이 왜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대통령에게 부탁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취임 후 4년이 가깝도록 적폐를 청산했고, 역사를 바로잡아 왔다. 이제는 제발 ‘미래’를 말씀하시라. 100년의 미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50년, 정 안되면 10년 후의 미래에 우리 대한민국이 무엇을 먹고 살아갈 것인지는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임기의 마지막 남은 얼마라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하지 않겠는가?

제발 대한민국을 부정하지 마시라. 여러분의 부모가 여러분을 키우는 과정에서 다소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여러분의 부모를 부정할 것인가? 자식과 손자들에게 더욱 발전되고 풍요로운 국가사회를 물려주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만 했던 조상들의 심정을 정말 모르겠다는 것인가? 여러분은 평생을 살면서 현실과 전혀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선동을 위한 자주가 아니라 진정한 자주를 추구하라. 자주는 우리 힘으로 우리 국가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 해결을 미국에게 위임한 것부터 찾아와라. 우리가 직접 협상해서 북핵을 없애는 것이 자주 아닌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으면 우리가 선제타격해서 파괴하거나 우리 스스로 핵무기를 만들어서라도 우리에게 핵공격을 못하도록 하는 게 자주 아닌가? 북한이 핵을 만들었더라도 떳떳하게 할 말하고, 훈련할 것 하는 게 자주 아닌가?

반미와 자주를 혼동하지 마시라. 미국을 활용하여 안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서 경제발전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늘린 선배들이 비자주적인가, 아무런 북핵 대비도 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기대고 있는 여러분이 비자주적인가? 방위비분담도 하지 않은 채 미국이 북핵을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여러분이 자주적인가, 경제성장 범위 내에서 방위비분담을 하면서 미국과 대등하게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문제를 상의했던 여러분의 선배들이 자주적인가?

최근의 역사 논란을 보면서 필자는 이 자리를 빌어서 정말 부탁드리고 싶다. 북한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북한으로 가서 사는 것이 좋다. 그것이 불법이라면 정부는 이를 보장하는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남과 북의 정부가 서로 많은 국민들을 유치하고자 서로 좋은 체제를 만들겠다고 경쟁할 수도 있다. 왜 대한민국에 살면서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지키고자 생각하지도 않는가?

‘가오’가 없으면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듯이, 국가의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긍심일 지도 모른다. 정부는 국민들의 자긍심을 강화시키지는 못할망정 갖고 있는 것을 허물지는 않아야할 것이다.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참담한 기분을 가진 사람은 필자뿐일까?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원문보기: https://www.dailian.co.kr/news/view/913763/?sc=Naver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