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검증 필요한 '이미지 선거' / 손영준 (언론정보학부) 교수
[한국일보 2006-05-09 20:15]

열린우리당 강금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간의 토론회가 이어지면서 서울시장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두 사람은 후보로 선출된 이후 KBS, SBS, 관훈클럽 토론회에 잇따라 참석해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세 번에 걸친 토론회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가 진정으로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두 후보간의 물밑 기 싸움이 팽팽해서 일까? 두 후보가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일까? 정책 공약은 다양하게 제시됐지만, 두 후보의 철학과 비전은 잘 파악되지 않는다. 무언가 싱겁고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지켜보는 사람은 지루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사실 강금실, 오세훈 두 후보는 서울시장 자리를 알차게 준비해 온 사람은 아니다.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Image)가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당내 후보로 선정된 공통점이 있다. 여론이 불러서 그 자리에 온 사람들이다. 본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이 오늘의 두 후보를 토론회 자리에 있게 한 직접적 원인이다.

그러나 오늘날 여론조사를 통해 파악되는 여론은 유감스럽게도 불완전하며 가변적이다. 후보의 이미지가 유권자의 마음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후보를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 정보가 부족하다. 또한 정책 공약이란 것은 좋고 나쁨을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나의 정책에는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후보 이미지는 쉽게 구별된다. 이미지는 사람의 감성이나 정서를 겨냥한다. 좋고 나쁨이 상대적으로 쉽게 판가름 난다. 감성에 호소하는 이미지 전략은 단기간에, 그것도 확실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참신하고, 믿음직하며, 도덕적인 이미지는 사람의 감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여론이란 이름으로 표출된다.

이미지는 무엇인가? 미국의 역사학자 다니엘 부어스틴이 1962년 출간한 ‘디 이미지’(The Image)의 표현을 빌리면, 이미지는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진짜 현실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지가 완전한 허구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지는 개인이 갖고 있는, 또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어떤 특질의 한 부분이 수용자의 감성과 상호 작용을 거쳐 형상화한 것이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수용자의 동의를 거쳐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뿐이다.

이미지는 후보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 실체적 진실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유명 TV 연예인들에게 미사여구가 쏟아지지만 그들의 일상은 실제로는 평범한 것들이다. 이미지에 환호하는 우리의 기대는 일종의 환상이며, 채워질 듯하지만 결국은 채워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한국 정치에서 이미지 정치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후보 이미지가 선거 운동의 ‘시작이자 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미지가 정치적 능력이나 자질, 도덕성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따져 물어야 할 필요성을 우리 사회에 제기한다. 이미지와 실체적 진실과의 간극(間隙)을 검증하는 제도적 시스템의 작동 여부가 민주주의 운영의 필수적 요인임을 상기시킨다.

이미지나 감성에 의존한 집단적 선택이 항시 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정당 안에서 후보 이미지가 검증돼야 하겠지만, 오늘날의 정당은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결국 시민사회가 이 역할을 맡아야 하며 그 중심에 언론이 있어야 한다.

이미지 정치 시대에 ‘공론의 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가 힘들어지면 우리의 생활은 피곤해진다. 우리 언론은 이런 역할을 잘 하고 있는가?


※최영재 한림대 교수에 이어 손영준 국민대 교수가 9일부터 격주로 미디어비평을 연재합니다. 손 교수는 연합뉴스 기자를 거쳐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