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규칙 잘 알고 있으면… 위기상황때 ‘반전카드’ 갖고 있는 셈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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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규칙은 양날의 칼 미셸 위, 덤불로 간 공 주변서 디섐보, 공 옆에 개미 보이자 디섐보의 경우, 나뭇가지를 치우게 되면 공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태라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플레이했다. 하지만 그는 플레이를 하는 대신 경기위원을 불렀다. 공이 놓인 부근에서 스탠스를 취하다가 자신이 개미 몇 마리를 밟았고 근처에 개미굴도 있다며, 무벌타 구제가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골프규칙에 따르면 공 가까이에 독사, 말벌, 악어, 불개미, 곰 등 위험한 동물이 있어 그대로 플레이할 경우 심각한 위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벌타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현장에 도착한 경기위원은 디섐보의 기대와 달리 개미 몇 마리가 밟혀 죽어있는 것은 맞지만, 너무 작을 뿐 아니라 불개미도 아니어서 위험한 상황이 아니므로 있는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골프규칙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위기를 벗어나려 한 ‘꼼수’가 통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그대로 플레이한 디섐보는 공을 제대로 때리지 못하고 그린 근처 러프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로 홀을 마쳤다. 일부 선수, 골프팬들은 디섐보의 억지 때문에 경기가 지연됐다면서 그의 행동을 비난했다. 미국의 브룩스 켑카는 이튿날 같은 홀에서 디섐보와 비슷한 위치에 공이 빠지자, 스윙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캐디에게 클럽으로 땅을 가리키며 개미가 있다고 말했다. 화들짝 놀란 캐디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자 캡카는 웃으며 농담이라고 말했다. 마치 디섐보를 조롱하는 듯한 장면이 그대로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결과적으로 늑장 플레이를 한 셈이 됐지만, 디섐보처럼 골프규칙을 잘 알면서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고자 한 행동은 결코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규칙을 잘 몰라 어처구니없는 규칙 위반으로 벌타를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골프규칙은 양날의 칼로, 골프규칙을 지키는 것이 골퍼에게 꼭 불리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규칙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활용할 경우, 때로는 자칫 어려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반전시킬 수도 있다. 재미교포 미셸 위 웨스트와 미국의 타이거 우즈가 그랬다. 2005년 삼성월드챔피언십 2라운드 14번 홀(파4)에서 미셸 위 웨스트가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 오른쪽 나무 덤불로 날아갔다. 다행히 공은 찾았으나 덤불 밑둥치 바로 옆에 떨어져 있어 사실상 정상적인 스윙이 불가능했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벌타를 받은 후 구제를 받고 플레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덤불의 꽃에 몰려든 벌을 발견하고는 경기위원을 불러 자신에게 벌 알레르기가 있어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기위원은 일종의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로 인정했고, 그는 벌타 없이 구제받아 한 클럽 이내에 드롭을 한 후 경기를 계속해 파로 홀을 마칠 수 있었다. 1999년 피닉스오픈 마지막 라운드 13번 홀(파5)에서 우즈의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났는데, 공교롭게도 바윗돌 바로 뒤로 떨어졌다. 너비 1m가 훨씬 넘고 높이가 60㎝ 정도 되는 큰 바위였다. 그린까지 225야드 정도 남았지만, 바위에 가로막혀 직접 홀을 겨냥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구제를 받거나, 바위를 피해 페어웨이 쪽으로 레이업을 해야만 했다. 잠시 고민하던 우즈는 경기위원을 부르더니, 바위가 루스임페디먼트라고 주장했다. 루스임페디먼트에 관한 규칙에 크기나 무게에 대한 특별한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바위를 자세히 살펴본 경기위원은 바위가 땅에 단단히 박혀있지 않고 모래 위에 살짝 얹혀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쩔 수 없이 우즈의 주장대로 루스임페디먼트로 판정을 내렸다. 주변에 있던 십여 명의 갤러리는 우즈의 부탁을 받고 기다렸다는 듯 순식간에 달려들어 바위를 치웠고 우즈는 그린을 향해 멋진 샷을 날린 후 버디를 잡았다. 경기 후 일부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마도 골프 역사상 가장 무거운 루스임페디먼트일 거라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어쨌든 우즈가 관련 규칙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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