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 핵의 두 얼굴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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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부는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을까? 요즘 아마 이 질문만큼 자주 들리는 질문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북한 정부가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북한 정부의 입장에서 핵을 포기할 경우 얻을 건 별로 없지만 잃을 것은 많기 때문이다. 북한은 1970년대에 핵개발을 시작했을 때부터 동시에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에게는 핵무기가 국제사회에서 양보 및 원조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고 또 외국 침략을 차단하는 억제 수단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국내외 사정에 맞게 북한 정부는 어떤 때는 핵 프로그램을 억제 수단으로 생각하다가 어떤 때에는 양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보다 더 높이 평가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보면서 북한의 핵포기가 가능하다고 하는 증거로 언급한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3년 동안에 북한 국내외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1994년에 평양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공산권 붕괴 직후에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은 중국과 소련에서 원조를 받을 수 없었고 경제는 망가져 갔다. 또, 1994년의 미국 외교 정책을 보면 미국 정부는 무력으로 국제 위기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별로 심하지 않았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핵무기를 외국 지원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말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2007년의 북한의 사정은 매우 다르다. 북한은 중국에서도 남한에서도 원조를 받고 있다. 중국과 남한은 북핵 개발을 결코 환영하지 않지만 평양 정권의 붕괴 그리고 이 붕괴가 초래할 불안정을 핵보다 더 큰 위협으로 여긴다. 이들 국가가 핵실험 이후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북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이러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줬다. 그래서 중국과 남한의 원조로 인해 단기적으로라도 자신의 생존을 보장 받고 있는 북한 정권은 미국 원조가 옛날만큼 아쉽지 않다. 바꿔 말하면 양보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북핵의 가치가 1994년보다 많이 떨어졌다. 반대로, 북한은 핵 포기로 잃을 것은 늘었다. 첫째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작전 이후에 평양에서는 미국의 공격을 두려워하게 되면서 절대적인 억제 수단인 핵무기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 두 번째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면 앞으로 국제 사회에 압력을 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북한은 객관적으로 볼 때 핵이 없다면 너무너무 가난한 제삼세계 독재국가에 불과하다. 세 번째, 북한은 핵실험을 국내적으로 체제 유지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올해 북한은 신년 공동 사설에서 “우리가 핵 억제력을 가지게 된 것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불패의 국력을 갈망하여 온 우리 인민의 세기적 숙망을 실현한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로 주장된 핵을 포기하면 국내적으로 정권의 기반을 손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핵에 대한 타협은 불가능할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북한은 충분한 원조를 받을 경우에 핵 연구의 동결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6년 10월의 핵실험으로 북한은 자신의 핵 능력을 보여줬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10여 기(基)가 아니고 100기가 된다고 해서 이 무기의 정치적 효율성이 10배로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억제 수단이나 정치적 압력 수단으로 쓰기 위한 핵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곳에 몇 개만 숨기고 있으면 충분하다. 북한은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필요가 없으니 연구 시설을 동결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동결의 조건은 후한 원조이다. 그러나 이미 생산된 무기는 그대로 보유할 것이다. 북한 정권에서 보면 이런 전략은 너무너무 합리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5/03/2007050301020.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