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DT 시론] 도시혁명, 산업혁명, 서비스혁명 / 김현수 (경영) 교수

인류의 역사는 400만년인데, 그 대부분의 기간을 인류는 수렵채집에 의존하며 생활하였다. 1만년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해수면이 상승하며 막대한 토지가 수몰되었는데, 식량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건조지역에서 먼저 농업이 시작되었다.

농업은 숲이나 평원을 태워서 농지를 만들어서 시작되었는데, 인구의 증가로 인해 농지로 만들 땅이 부족해지자 메마른 토지까지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수로를 파고 저수지를 만드는 등의 관개공사에 많은 사람들의 공동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이 한 장소에 모여 살게 되어 도시가 생겨났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문명이 탄생하였고, 세계 역사는 빠르게 발전하게 되었다. 도시는 식량을 스스로 생산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인공공간으로서 지난 5000년간 복잡한 인류 역사를 만들어 냈다. 도시의 역사에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 사건은 산업혁명이었다. 1760년대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도시에 많은 공장을 세우게 했고, 도시의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이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던 곳까지 도시가 생겨나며 인류 사회를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자본주의와 제조업의 발달로 인류의 물질적 만족 수준이 급격하게 증대되었다. 또한 기업의 발달로 각 기업은 보다 전문적인 핵심 역량에 자사의 노동력을 집중하게 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하드웨어적인 제품보다 건강, 교육, 엔터테인먼트 같은 서비스를 더 원하게 되었고, 기업도 핵심 기능 이외의 기능은 외부에서 서비스로 제공받기를 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세계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거대한 노동력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산업혁명이후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OECD국가의 경우 서비스산업의 비중과 서비스인력 비중이 평균 70%에 근접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경우도 50%를 상회하는 국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정부에서 이러한 서비스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때늦은 감이 있으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21개 유망 서비스업을 선정하여 각 산업에 대해 육성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제조업대비 불합리한 규제 철폐나 병원 경영지원과 같은 단편적인 대책에 치중하고 있다. 물론 서비스업의 특성이 업종별로 매우 다른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서비스산업의 공통 특징을 분석하고, 공통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국가차원에서 강화하는 대책이 먼저 종합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서비스업 육성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가능하다. 먼저 우리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여 서비스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교육이나 법률, 의료 등 내수기반의 산업에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큰 수요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서비스산업 인프라가 취약하여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약한 것이므로, 서비스 연구와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IT서비스가 인프라 구축과 프로세스 혁신 차원에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서비스업 육성 전략기획이 필요하다. 서비스경쟁력 강화 방법론으로 최근 신학문으로 탄생한 서비스사이언스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대폭 강화하면서, 각 산업별로 글로벌수준에 맞는 서비스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확보한 IT강국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여 서비스업 전체의 수준 향상이 조기에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농업혁명에서 도시혁명으로, 또 산업혁명에서 서비스혁명으로 인류사회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진화의 흐름을 먼저 인지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기획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