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기고]개헌발의 전 풀어야 할 과제 / 목진휴(행정)교수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 개정 제안은 우리 모두에게 금년의 대통령선거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화두를 던져 주었다. 대통령이 판단하는 헌법 개정의 필요성은 현행 5년 단임제의 제도적 한계와 선거 일정의 불합치가 초래하는 정치 과잉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므로 1회에 국한한 4년 연임 대통령 임기제도와 국회의원 선거 일정을 동일하게 만드는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도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바꾸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헌법 개정 제안이 발의되기 전에 신중히 재고되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다.

먼저, 현행 5년 단임제의 문제가 무엇에 기인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 노대통령을 포함하여 4번의 대통령이 모두 임기 말에 소위 권력누수를 경험하고 책임정치를 못하는 것이 제도의 문제인지, 아니면 사람의 문제인지를 따져야 한다. 노태우, 김영삼, 그리고 김대중 전임 대통령들은 모두 아들을 포함한 최측근의 부패 문제로 ‘식물 대통령’이 된 경우이다. 단임제이기에 식물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인과관계상의 심각한 오류 가능성이 엿보인다.

1회에 국한되는 4년 연임제가 과연 최선의 대안인가에 대해서도 평가가 필요하다. 대통령에 선출되는 그 시간부터 4년 후의 재임선거를 위해 선거운동에 몰입하는 것이 미국의 경우이다.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선심용이나 단기효과에 적합한 정책을 선호하고, 정부 고위인사도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선임한다. 한번 당선된 대통령은 설령 무능하더라도 재임 선거에서 낙선하기 어려운 것이 4년 연임제 혹은 중임제의 역사이다. 5년 단임제보다 오히려 더 못한 인기영합주의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선거 일정의 동일화 역시 그 득실을 따져 보아야 한다.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지면 빈번한 선거로 초래되는 과다한 사회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선거는 그때의 민심을 확인하는 도구로도 쓰인다. 4년에 한 번씩 선거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백지수표를 4년 동안이나 집권 집단에 준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같이 시행되지만 대통령 임기 중간에 국회의원선거가 있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가 가능하다.

개헌 제의의 시점이 역사적 불가피성보다는 대선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정략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국민적 의구심도 풀어야 할 큰 숙제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많은 국민들은 정치적 역발상이라는 점을 개헌 제의의 이유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 국민들은 다음 대통령이 집권 초에 개헌 논의를 해 주었으면 한다. 국민들이 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이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새해를 맞은 국민들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안보의 불안을 염려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3000만명 이상의 유권자들은 올해 말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보통 사람인 우리 국민들은 이런 고민을 헌법 개정에 대한 고민과 동시에 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삶을 꾸려가고 있지 못하다. 이 점을 노대통령은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