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에세이―김대환] 선물 / (음악학부) 교수

며칠 전, 미국에 살고 있는 친척 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미국에서 순회 연주를 하고 있는 사촌, 알핀 홍의 독주회를 보고 와서 그 감동을 전하고자 전화한 것이었다.

알핀이 어렸을 때의 일이다. 그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삼촌은 그를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만들기 위해 바쁜 생활 속에서도 피아노 레슨을 항상 같이 다니고 연습도 매일 챙겼다. 그러나 알핀이 12살 때, 삼촌 부부는 불의의 교통 사고로 돌아가셨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은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고자 결심하였다.

그렇게 몇 해가 흘러 대학생이 된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였다. 놀랍게도 알핀은 피아노를 다시 시작한 지 불과 두 해가 되지 않아서 줄리아드에 입학하고 수 많은 콩쿠르와 권위있는 오디션에 합격함으로써 아버지가 원하던 꿈을 이루었다.

테크닉이 필수인 음악 분야에서 오랜 기간을 쉬었다가 재기에 성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의 성공은 타고난 재능 덕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 수년 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을 시킨 삼촌의 정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마도 알핀의 훈련된 손가락은 삼촌이 그에게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인 것 같다.

재능의 조기 발견과 교육이 중요한 때문이겠지만 예로부터 성공한 음악인의 뒤에는 부모의 헌신적 노력이 뒷받침된 경우가 많다. 정 트리오의 경우도 그렇다. 그들의 어머니인 이원숙 여사는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음악에 재능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의 레슨이 끊어지는 것을 걱정하여 피란 길에도 다른 값어치 있는 물건을 두고 피아노를 가져갔다고 한다. 심지어 휴가 때에도 선생님을 모시고 갔다니 아이들의 재능을 살리려는 그 어머니의 정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자녀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과 또 그 재능이 잘 성장하도록 이끌어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도 남음이 있다. 요즈음 우리 나라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맹목적이고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여 가끔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어린 자녀가 소질 있는 분야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며 이는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크고도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싶다.

원문보기 : http://www.kukinews.com/special/article/opinion_view.asp?page=1&gCode=opi&arcid=092060343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