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에세이―김대환] 지구 구하기 / (음악학부) 교수

여름 휴가가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는 광고 문구를 따르는 것처럼 1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모두들 떠난다. 마치 명절의 교통체증을 감수하듯 인파 속에서 더 피로해질 듯한 피서를 감행한다. 바다로, 산으로, 계곡으로….

피서객들이 다녀간 곳에는 어김없이 흔적이 남는다. 금년에는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닭뼈를 조심하라는 얘기가 들린다. 피서객들이 엄청난 양의 프라이드 치킨을 배달시켜 먹고 뒷처리를 제대로 안 하기 때문이란다. 휴지통마다 산처럼 쌓여 있는 일회용 포장 재료들…. 여름 한철이 지날 때마다 자연환경은 몸살을 앓을 듯하다.

몇해 전 오사카국제콩쿠르 심사를 갔을 때 일이다. 오전 미팅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경선 방식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마침 같은 테이블에 있던 일본 여성이 나에게 친절하게 부연 설명을 곁들여주었다. 고마운 마음에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면서 테이블 위에 있던 간식 먹은 흔적들을 깨끗이 치웠다.

쉬는 시간, 그 일본 여성이 계속 무언가를 찾았다. 종이컵을 찾는다는 것이다. 내가 버렸다며 옆 테이블을 보니 각자의 종이 컵에 연필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자신이 사용한 종이컵에 표시를 해두었다가 계속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민망해하는 나를 위해 일본 여성은 괜찮다며 환경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종이컵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모든 이들이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습관.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미국 유학 시절, 룸 메이트와 대형 할인점을 처음 가본 나는 규모와 저렴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바빠서 설거지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모든 것을 일회용으로 해결한 적도 있다. 게다가 햄버거와 커피 등을 즐겨 사먹었으니 내가 지금껏 사용한 일회용품의 양만 해도 엄청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참 나쁜 지구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겨우 반 컵의 음료수를 정화시키는 데도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만다. 눈 앞의 편리함에 계속 무너지는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어린 딸이다. 내가 사랑하는 딸이 백 살이 넘도록, 또 그의 딸이 나이들 때까지 이 지구에 아무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예전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동기는 조금 이기적이지만 나 같은 일회용 애호가가 조금씩만이라도 사용을 줄인다면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원문보기 : http://www.kukinews.com/special/article/opinion_view.asp?page=1&gCode=opi&arcid=0920624715&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