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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의 안보백신]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보다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북핵 폐기’는 미국이 아닌 북한 압박이 필요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태도 반성 필요

중국과의 ‘균형외교’ 재검토

한국의 선도적 동맹강화 노력이 핵심

 

ⓒ데일리안 DB
 

바이든(Joe Biden)이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북한, 한국에 대하여 어떤 정책방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하여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국민들의 대부분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정책방향 변화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야할 것인가이다.

 

‘북핵 폐기’는 미국이 아닌 북한 압박이 필요

 

바이든의 당선이 확정되어 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노력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바이든 당선자의 협력을 얻는 것이었다. 바이든 당선자는 북한의 확실한 핵무기 폐기 약속 없이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11월 12일 바이든 당선자와 통화를 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할 것을 요청하였고,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미국을 방문하면서 바이든 측 인사들을 만나 동일한 사항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 폐기’는 미국이 대화에 나선다고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결심해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여 핵무기를 폐기할 수도 있다고 ‘기만’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이 의도하는 것은 핵무기의 폐기가 아니라 핵전력 증강을 위한 시간을 획득하는 것이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였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핵무기 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하나도 실천하지 않았고, 그 동안 핵무기 증강을 계속하여 지난 10월 10일 열병식에서는 미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라는 용어 자체가 그들 핵무기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1990년대부터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해왔는데, 그 내용은 미국의 핵우산과 주한미군의 철수였다. 그래서 북한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였지 그들의 비핵화는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이 북한과 대화만 하면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2018년부터 2년 동안 미국이 두 번의 정상회담과 한 번의 추가 회동까지 하면서 대화를 통하여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추진하였지만, ‘군사적 옵션’을 실행할 명분만 상실했을 뿐이다.

 

정부가 정말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킬 생각이 있다면, 우선 ‘비핵화’라는 애매한 용어 대신 ‘북핵 폐기’라는 분명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미국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할 것을 요구하기 이전에 북한에게 핵무기 폐기를 요구하거나 설득해야 한다. 북한에게는 북핵 폐기라는 글자도 꺼내지 못하면서 미국에게 대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큰 소리쳤던 북핵 폐기를 이룩하지 못한 책임을 미국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 함께 북핵 폐기를 진정으로 구현하고자 한다면, 2018년부터 시작된 북핵 폐기 협상이 왜 실패했는지의 원인부터 분명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라는 단어가 핵무기 폐기를 의미하는 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실패 원인 아니었던가? 대화에 취하여 군사적 옵션과 같은 압박책을 지레 포기한 것이 북한에게 핵무기 폐기를 양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도록 만든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제는 성급하게 대화를 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경제제재로 북한을 압박하여 북한이 핵무기 폐기가 아니면 생존할 수 없다고 느끼도록 해야 하고, 그러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태도 반성 필요

 

현 정부는 겉으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말해 왔고, 바이든 행정부와도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요청하고 있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현 정부가 반성 및 개선해야할 부분이 더욱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거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으로 위협하거나, 터무니없는 방위비분담 액수를 요구함으로써 한미동맹을 불안하게 만든 점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또한 반미 성향의 지지자들을 의식하여, 한미동맹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의하여 동맹을 약화시킨 측면이 적지 않다.

 

현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무엇보다 먼저 바이든 당선자에게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전투에서 승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했지만, 그 동안 북한은 핵무기 폐기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미 양국은 당연히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해야할 것이고, 북한의 핵위협이 강화된 만큼 훈련의 범위와 강도를 더욱 높여야할 것이다.

 

방위비분담 문제도 한국의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였지만 그것을 적절한 선에서 타협해내지 못한 현 정부도 잘못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9년 동티모르에 400명 정도의 병력을 파견했다가 유엔에서 주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한다고 말하자 그것이 싫어서 2003년 철수했다, 우리 부대가 우리 비용으로 아직까지 동티모르에 주둔하고 있고, 동티모르가 안정 및 성장하여 일부 비용을 분담할 수준이 되었다면 우리도 방위비분담을 요구하지 않았을까?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방위비분담을 생각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미국 정부와 적정한 액수를 타결하고, 이로써 한미동맹에 관한 한국의 책임성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문제(현재 한국에서는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이라고 말하지만, 그 핵심내용은 이것이다)에 관해서도 냉정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위협이 이와 같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미군의 사령관 직책을 박탈하여 한반도 방어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2014년에 한미 양국이 합의한 조건―한국군이 한미연합작전을 주도하거나, 북핵 위협을 위한 초기역량을 구비하거나, 동북아 안보정세가 유리해질 때—이 전혀 충족되지도 않았는데, 무리하게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안보상으로도 매우 위험한 조치이다. ‘북핵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생각하에 이 문제를 처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마찬가지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도 미국의 새 정부가 노력해야할 사항보다 한국이 노력해야할 사항이 더욱 많다. 미국에게 주문하기 이전에 우리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 노력해야할 부분을 찾아서 이행하고, 그 이후에 미국도 그들 몫을 하도록 주문해야 한다.

 

중국과의 ‘균형외교’ 재검토

 

그러나 한미동맹 관계 강화를 위하여 가장 근본적인 것은 현 정부가 외교기조로 시행해온 소위 ‘균형외교’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서 방법은 달라질 수 있으나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과의 경쟁이나 대결 기조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 대결이 지속될 경우 미국은 한국에게 어느 편인지를 물을 수밖에 없고, 그 때 한국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데도 한미동맹을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확장억제를 이행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 정부는 ‘균형외교’라는 명분하에 굴종적이라고 할 정도로 중국의 비위를 맞추고자 노력했다. 국가의 주권에 해당되는 사항이지만, “미국과 미사일방어협력을 하지 않고, 사드(THAAD) 요격미사일을 추가배치하지 않으며, 한국·미국·일본 간의 안보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소위 ‘3불(不)’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친중외교를 통하여 우리가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의 사무총장에 출마했을 때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은 미국이었지, 중국이 아니었다. 심지어 중국은 6.25전쟁이 북한의 기습적 남침에 의하여 발발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편리에 따라 역사까지 마음대로 왜곡하고 있다.

 

3년 반의 경험을 통하여 현 정부와 좌파인사들을 그래도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은 미국이고,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외교적 힘을 활용해야 현재의 안전과 번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의 거대한 시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데 한미동맹은 필수적인 요소임을 인식해야 한다. 일부 인사들은 중국과의 ‘균형외교’를 통하여 한국의 자주성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지만, 중국의 외교력은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고, 시장의 불확실성도 크며, 무엇보다 북핵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는커녕 오히려 북한에 병합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3년 반의 경험을 통하여 이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면 그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고민해오지 않은 것이다.

 

차제에 우리는 중국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 지를 냉정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08년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맺으면서 안보분야를 포함한 깊은 협력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중국은 안보분야 문제에서 한국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2년 후인 2010년 3월에 발생한 천안함 폭침은 2개월에 걸친 국제조사단의 조사결과로 북한의 소행임이 분명히 드러났지만, 중국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결의안이 토의되지 못하도록 방해하였다. 11월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은 백주 대낮에 북한의 만행이 중계 방송되었음에도 중국은 남북한 양측을 함께 비판하였다. 2014년부터 중국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어온 미군의 사드 배치를 허용하지 말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도, 사드 배치를 불가피하게 만든 근본원인인 북한의 핵위협 해소를 위해서는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 2018년부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추진되었지만 중국은 협조는커녕 김정은과의 수차례 정상회담을 통하여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도록 했다고 의심받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과 동반자관계를 체결함으로써 상생의 협력을 기대하였지만, 중국은 한국이 명나라나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던 조선의 태도로 복귀한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오랫동안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였고, 사드를 배치하지 말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일부 인사들은 ‘균형외교’의 이상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겠지만, 국제정치 이론에서 ‘균형(balancing)’은 다수의 강대국들이 가장 강력한 강대국, 즉 ‘지배국(dominant power)’에 함께 대응하기 위하여 힘을 모으는 방법이지 약소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약소국은 이리 저리 옮겨봐야 세력균형 자체가 변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정치이론에 의하면 안보가 취약한 약소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수의 강대국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편승(bandwagoning)’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균형외교’는 미국에 대한 지나친 경사를 일부 조정하는 정도로 추진 및 이해해야지, 진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선도적 동맹 강화 노력이 핵심

 

한미동맹은 지금까지 한국의 안전과 경제적 번영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반면에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에 의존하는 마음을 크게 만든 부작용도 없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에게 어떤 것을 해달라고 요구 및 주문하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우리가 한미동맹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하여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기 이전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논의하자. 미국 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어떠할 것인가를 파악하기 전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바를 찾아서 묵묵히 실천하자. 이런게 진정한 자주가 아니겠는가?

 

또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70년 전, 정확하게 말하면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음으로써 미국을 동맹국으로 분명하게 선택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미국 편이고, 중국과 미국이 대결할 경우 동맹국으로서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과 한국이 대결할 경우 미국이 한국 편을 들 것 아닌가? 휴전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과, 6.25전쟁 때 우리를 구해준 후 동맹관계까지 맺어서 우리 국가의 부흥을 지원해준 미국을 우리가 동등하게 보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한국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가 좋아지지 않는 것은 한국이 중국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헛된 기대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니까 중국은 한국에게 화를 내고, 경제적 및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이 미국 편임을 분명히 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할 경우 중국은 미국이 무서워 한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고, 한미 양국군 간의 군사적 관계 강화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와 좌파 지식인들은 ‘반미’를 그들의 특권, 특성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국가안보가 어떻게 되든 그들은 반미를 주창하고, 그것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감정적 유희를 국가안보보다 우선시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을 비판하는 시간과 정열 대신에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보라.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다른 말로 하면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한 채, 반미만을 외치는 인사들이야말로 바이든 시대의 시작과 더불어 가장 먼저 사라져야할 사람들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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