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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힘든 상대 바이든을 만나다 / 강윤희(러시아, 유라시아학과) 교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이던 201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당시 총리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국제 정세의 변화가 예고된다.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남다른 만큼, 전 세계 어느 국가도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는 나라가 없다.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였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못지않게 러시아에 대해서도 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러시아 푸틴 정부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훨씬 다루기 힘든 상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가치 외교를 지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오바마 행정부 때도 그랬듯이, 민주당 정부는 민주주의 수호와 확산을 옹호하는, 즉 가치를 중시하는 외교를 추구한다. 이것은 미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국익을 앞세워 일종의 타협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바로 이 때문에 러시아는 2016 미국 대선 떄에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막고자 안간힘을 썼던 것이다.

민주주의 문제는 러시아에 아킬레스건과 같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도 다당제, 복수후보, 비밀선거 등의 민주주의 외양을 갖추긴 했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제도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조금만 들여다보더라도 러시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국가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는 것을 곧 알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2000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근 20년 남짓 계속 통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있었던 헌법 개정으로 다시금 대통령 후보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지도층 내부의 거래에 의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가 러시아인 것이다. 여기에 나발니 독살 음모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야권 지도자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러시아는 서구식 민주주의 개념을 비서구 국가에 적용하는 것에 반발하면서 '주권 민주주의'를 강변해 왔다. 2006년 수르코프 대통령 보좌관에 의해 처음 소개된 주권 민주주의 개념은 러시아 환경에 맞는 러시아식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것이었다. 그는 강한 국가, 강한 중앙, 강한 대통령이야말로 러시아 민주주의의 담보라고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서방식 자유민주주의를 따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매우 불행히도, 주권 민주주의의 방점은 민주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권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러시아 민주주의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이다. 

 

민주주의 문제는 러시아 국내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2000년대의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에서 일어난 색깔혁명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주의 문제는 러시아를 둘러싼 구 소련 지역 국가들 대부분에 치명적으로 민감한 이슈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자국의 뒤뜰에서 일어나는 민주화 바람을 해당 국가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라 해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들 지역의 민주주의 물결을 서구의 러시아 근외 지역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고 간주한다. 따라서 러시아는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깊이 개입한다. 친러 성향을 보이는 비민주적 정권을 지원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의 벨라루스 사태가 그 단적인 예인 것이다. 

 

러시아의 이러한 비민주주의적 행태를 미국이 관용할 것인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미 바이든 당선자는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주장하며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천명했다. 너무 당연하게도 러시아는 여기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가까운 시일 내에 민주화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향후 미러 관계를 규정 짓는 핵심 요인은 미국과 러시아가 민주주의 이슈를 넘어서서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이룰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뉴스타트 조약 갱신 여부가 이를 가름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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