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인 현 정부의 바이든 행정부 접촉
북핵 문제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정책방향 필요
전시 작전통제권과 방위분담도 전면 검토 필요
일부 인사들의 미 부정선거 운운 자제해야
ⓒ연합뉴스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지 모르나, 미 대선의 향방은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의 출범으로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 측이 제기한 이전의 대부분 소송도 기각되었지만, 최근 기대를 걸었던 텍사스 주 검찰총장의 소송도 대법원이 기각하였다. 50개 주가 선거결과를 모두 인증(認證, confirmation)함으로서 총 538표의 선거인단에서 바이든 후보가 306표, 트럼프 대통령이 232표를 획득한 결과라 확정되었고, 12월 14일 각 주의 선거인단은 공식적으로 바이든을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2021년 1월 6일 상원에서 공식적으로 이 결과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상하원 모두가 동의해야 기존 결정을 바꿀 수 있는데,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여서 현 상태가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소극적인 현 정부의 바이든 행정부 접촉
선거가 종료되면 경쟁자가 바로 승복함으로써 공식적 절차와 상관없이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전과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쯤이면 미국을 동맹국으로 두고 있는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어야 한다. 바이든의 정책방향은 물론이고, 개인적 성향도 파악하고, 과거 발언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파악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이나 핵심참모들과 인간적 관계를 갖는 사람을 찾아서 연결망을 확보하고,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며, 그들에게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전달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채 수면하에서 시행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정부가 그러한 차원에서 노력한 바는 별로 노출되고 있지 않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은 11월 23일(현지시간) 국무장관과 국토안보장관 등 차기 행정부 국가안보팀 6명의 명단을 가장 먼저 발표했다. 국무장관에는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전 국무부 부장관,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지명했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는 35년 경력의 흑인 여성 외교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Linda Thomas-Greenfield)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정책차관보를 임명했다. 모두 오바마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고, 따라서 실무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지금쯤이면 한국의 각 정부부서는 자신의 상대역에 대한 광범하면서도 깊이 있는 분석자료를 확보하여 분석하면서 대응방향을 고심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안보와 가장 관련이 큰 국방장관으로서, 바이든 당선인은 12월 8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전 중부사령관을 지명했다. 오스틴은 흑인으로서 1975년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이후 2016년 전역했는데,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주로 근무했다고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방부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전역 7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한 예외를 적용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국방부의 경우 지금쯤이면 오스틴 내정자에 대한 상세한 자료들을 종합 및 분석하고, 주요인사들이 그것을 숙지하며, 한미연합 방위태세 발전에 참고해야 한다.
정부에서 이미 바이든 당선인은 물론이고, 각료 내정자들에 대한 복합적인 분석을 시행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모른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나서서 바이든 행정부의 면면을 철저하게 분석해야할 것이다.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방향을 분명하게 파악한 상태에서 향후 한미동맹과 북핵에 관한 적절한 관리방향을 정립하여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정책방향 필요
바이든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위하여 현 정부가 시급하게 재검토 및 새로운 정책방향을 정립해야할 사항은 북핵에 대한 대응방향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대화를 통하여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였고, 따라서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두 번이나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실패하였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분명한 핵무기 폐기 약속이나 일정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입장이다. 한국이 북핵에 대한 정책방향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견해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이전에 우리는 자체적으로 북핵에 대한 지금까지의 접근이 타당한지에 관하여 솔직하면서도 심도 깊은 토의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2018년 3월 5일 정의용 안보실장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한 후 “비핵화 용의”를 전달받아 공개하였고, 이로부터 시작하여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기는커녕 더욱 강화해왔고, 그 결과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다. 정부는 대화를 통하여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정책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기존 정책의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미국의 대북 정책방향과 일관성을 갖게 될 것이고, 한미동맹에도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무조건 촉구하는 태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11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기조 지속을 요구하였고, 강경화 외교부장관, 그리고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도 미국을 방문하여 바이든측 인사들에게 동일한 요청을 반복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실패를 목격한 바이든 행정부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요구를 했다는 것부터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그 일로 바이든 행정부 요원들은 이미 한국 정부를 의심하고 있을 것이고, 그들의 북핵 정책방향을 공유해서는 곤란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핵무기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없이 북한의 핵무기 폐기도 북핵에 대한 억제 및 방어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에게 북핵 폐기에 대한 현 상황을 함께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해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한미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가운데 경제적인 압박책도 강구해야할 것이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군사적 옵션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수용할 생각이 전혀 없는 대화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은 한미동맹만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전시 작전통제권과 방위분담도 전면 검토 필요
그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즈음하여 한국이 심층깊게 검토해야할 사항은 적지 않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와 현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사항은 방위비분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50억 달러 요구는 터무니없는 것이었지만, 어느 정도의 인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현 정부는 트럼프 정부에게 13억 달러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이것도 많은 액수이지만, 미국에게 액수를 이미 제시하였다는 차원에서 철회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을 출발점으로 하여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수 없고, 대신에 5년 단위가 아니라 10년 정도로 장기적으로 방위비분담 액수를 결정함으로써 그로 인한 한미동맹 동요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실질적인 내용으로 말하면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 임명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협의하기 전에 한국 내에서 냉정하면서도 심도 깊은 토론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2014년 합의할 때의 조건 즉, ①한국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고, ②북핵에 대한 초기대응능력을 구비하며, ③동북아시아 안보상황이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충족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북핵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 연기한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고, 바이든 행정부와는 원점에서 새롭게 문제를 논의해야할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동맹과 관련하여 제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안들을 미리 검토하여 한국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사안별로 미국의 예상 가능한 정책방향을 추정해보고, 그에 따라 한국이 어떻게 조정해 나가는 것이 최선인지를 판단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사전의 철저한 준비가 전제되어야 한미동맹에서 한국이 주도성을 가질 수 있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인사들의 미 부정선거 운운 자제해야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협조도 필요한데, 우선 일부 국민들이 이번 미국에 대선에 보인 지나친 관심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측의 부정선거 주장을 그대로 믿은 채 바이든 당선인이 부정선거로 당선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유튜버들이 이들을 선동하고 있고, 어떤 극단적인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정권을 유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내의 이러한 동향이 바이든 당선인이나 그 참모들에게 알려진다면 그들은 한국과 한미동맹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선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하더라도 남의 나라 대선에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맞지 않다. 선거의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 수준에서 알기만 하면 된다. 부정선거 주장이 있다면 “그러한 주장도 있네”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야 한다. 미국의 문제는 미국 사람들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국민들이 마치 우리 일인양 지나치게 나섰는데, 이것은 맞지 않다.
또한 처음에는 부정선거 의혹을 가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되어오는 과정을 통하여 트럼프 대통령 측의 주장이 모두 기각되고, 바이든 당선으로 굳어지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에 집착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일부 유튜버 중에는 현실을 알면서도 시청자 확보를 위하여 계속 근거없는 부정선거 주장을 전달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이들은 그들의 행동이 “혹세무민(惑世誣民)”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제해야 하고, 국민들도 그들의 유튜버를 보지 않아야 한다.
주도적인 한미동맹 발전 자세 필요
한미동맹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주(自主)’ 정신이다. 그런데 자주는 ‘자주’를 외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다. 북핵을 비롯한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의 의지와 힘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나아가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희생이나 부담을 담당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입으로 자주를 말하더라도 북핵에 대한 충분한 억제 및 방어 조치에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주라고 볼 수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먼저 노력한 다음에 동맹국인 미국의 지원을 요청한다는 자제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좌절감, 불확실성의 시대의 산물로 이해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선거부정과 같은 루머에 국민들이 더 이상 현혹되어서는 곤란하다. 미흡함이 없지는 않겠지만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나름대로 체계적인 선거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왔고, 실제로 공정한 선거가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음모론자의 말에 지나치게 현혹되는 것은 자신이 어리석음을 광고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바이든 행정부라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내가 나아가 우리 국가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