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바이든의 대북정책, 전략적 인내 2.0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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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제재를 강화해도
5월 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하고 향후 정책의 얼개를 발표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새 노선이 버락 오바마 시대의 '전략적 인내'와 사뭇 다른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을 30년 이상 관찰해 온 사람으로서, 조 바이든의 대북정책이 2009~2016년 오바마 행정부가 실시했던 '전략적 인내'의 부활이라는 것을 분명히 볼 수 있다.
새 대북정책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유의미한 양보'를 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표현했지만, 평양이 첫걸음을 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핵화를 집단 자살로 생각하는 북한 지도부는 미국이 희망하는 '첫걸음'을 뗄 생각조차 없다. 결국 미국은 계속 기다릴 것이다.
오바마 시대에 많은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에 희망을 걸고, 북한이 경제 압박에 굴복하고 비핵화까지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주지 못한다. 오늘날 미·중 신냉전 때문에 중국에 완충 지대로서 북한의 가치가 많이 높아진 상황에서 제재에 대한 희망은 거의 사라졌다. 중국은 북한이 치명적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조용히 제재를 위반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시대 8년간의 '전략적 인내'의 결과는 무엇일까. 이 기간 북한은 ICBM '화성14호' 및 '화성15호'를 성공적으로 개발했으며, 수소탄까지 개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전략적 인내 2.0' 정책은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미국이 '북한이 할 생각조차 없는 양보'를 기다리는 동안 북한 기술자들은 화성15호보다 더 위협적인 ICBM, 특히 미국 미사일 방어망(MD)을 무력화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이들 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를 많이 개량할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2.0'의 대안이 있을까. 이론상 대안이 있지만, 미국 국내 정치의 특징을 감안하면 이 대안은 불가능하다.
물론 비핵화는 꿈뿐이다. 북한 정권은 올해도, 2051년에도 핵을 포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특히 오늘날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어서 더욱 그렇다. 결국 북핵 해결보다 북핵 관리를 목적으로 볼 때가 이미 도래했다. 바꿔 말하면 외교와 상호 양보를 통해서, 북한이 핵 개발을 동결하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현실주의적인 대안이다. 아직 남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핵 보유국 북한은 뉴노멀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 사실을 보지 않은 척할 이유가 있다. 미국에서 국제관계 전문가 절대다수는 북한 비핵화에 희망을 잃은 지 오래됐다. 그렇지만 국민, 언론, 정치 엘리트들 그리고 의회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약소국인 북한의 위협을 견딜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때문에 비핵화보다 핵 관리를 위한 회담을 시작하고, 북한을 암묵적으로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미국 정부는 국내에서 심한 비판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행정부는 '미친 독재자에 굴복한 약골'로 묘사되고 국내 정치에서 손해만 입을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에게 '전략적 인내' 재개는 합리주의적 선택이다. 엘리트와 국민 모두에게 이 정책은 원칙적인 노선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략적 인내'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알맹이 대신에 인기 있는 모습만 있다. 그러나 민주국가인 미국에서 행정부는 민심을 무시할 수 없어서, 북한이 시끄럽지 않은 동안 미 행정부는 이러한 노선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국내 문제로 바쁜 미국 행정부의 당연한 선택이다. 특히 오늘날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문제를 외교 핵심으로 하고 있다. 워싱턴은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다면 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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