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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슬럼프…누구에게나 오고, 언젠가는 지나가고, 극복하면 한단계 UP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슬럼프의 3가지 법칙

조던 스피스·리디아 고 등

잘나가다 3년여 성적 부진

긴 터널 지나 최근 우승컵

신체·심리·장비·기술 요인

부모나 코치와 갈등도 원인

신체적인 요인일 땐 휴식

장비·기술적 요인 땐 훈련

 

어린 나이에 주목받았지만, 오랫동안 성적 부진에 시달리던 천재형 골퍼 2명이 최근 잇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의 조던 스피스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그 주인공이다.

2013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한 스피스는 만 22세이던 2015년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와 US오픈을 제패하고, 플레이오프 페덱스컵까지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가 됐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어린 나이다. 거칠 것이 없는 듯 보였던 스피스는 그러나 2017년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정상에 오른 뒤 얼마 전 발레로텍사스오픈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무려 3년 9개월 동안이나 승수를 보태지 못했다. 세계 랭킹도 한때 92위까지 추락했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신분이던 2012년 만 15세에 CN캐나다오픈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0)투어 역대 최연소 챔피언이 되면서 등장했다. 2015년 만 17세에 역시 역대 최연소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러나 2018년 4월 메디힐챔피언십을 끝으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3년 만에 최근 열린 롯데챔피언십에서 트로피를 품었다.

스피스, 리디아 고처럼 스포츠에서 잘나가던 선수가 어느 날 갑자기, 별다른 이유 없이 평소보다 오랫동안 심각한 부진에 빠지는 현상을 슬럼프라고 한다. 슬럼프란 말은 원래 17세기쯤 ‘진흙탕에 빠지다’란 뜻의 스칸디나비아어에서 유래했다. 19세기부터는 주식 가격의 급격한 폭락이나 경기침체 등 경제용어로 주로 사용됐고, 최근에는 스포츠 용어로 더 많이 쓰인다.

슬럼프에 관한 최초의 체계적인 연구로 잘 알려진 미국의 스포츠 심리학자 짐 테일러에 따르면 슬럼프의 원인은 신체적 요인, 심리적 요인, 장비 요인, 기술적 요인, 그리고 부모나 코치와의 갈등 같은 사회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슬럼프에 대한 대처나 치료방법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피로나 부상과 같은 신체적 요인이 원인일 때는 잠시 운동을 떠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스피스의 경우 손목 부상이 있었는데도 충분한 치료나 휴식 없이 출전을 강행하다 손목 통증을 줄이기 위한 보상 동작으로 스윙이 망가지고 말았다.

장비 교체나 스윙 변경에 따라 슬럼프가 발생한 경우, 환경의 변화로 인해 신체의 협응 구조가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진 것이 원인이므로 반대로 강도 높은 훈련으로 자세를 빨리 안정화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리디아 고는 2017년 용품 계약에 따라 모든 장비를 바꾸고, 스윙코치까지 여러 차례 교체하는 등 지나치게 많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슬럼프의 탈출은 언제나 기본기의 점검에서 출발한다.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둔 미국의 잭 니클라우스는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10세 때부터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을 찾아 그립, 공의 위치, 어드레스 자세 등 기본기를 정밀하게 체크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경기의 승패나 결과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선수의 성향과 같은 심리적 요인 역시 슬럼프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결정적 실수나 패배를 자신의 재능이나 실력 부족 탓으로 돌리는 선수일수록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해석은 선수의 자신감을 떨어트리고 불안,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해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악순환이 이어지다 결국 슬럼프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슬럼프에는 다음 3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첫째,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반드시 한 번씩은 찾아온다. 둘째, 아무리 심한 슬럼프라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셋째, 슬럼프를 극복한 후에는 전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다. 오랜 슬럼프를 이겨낸 스피스와 리디아 고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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