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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시론] 文정부의 인사 낙점 원칙 / 이호선(법학부) 교수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이 정부에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많이 겪는다. 인사 청문회 제도 자체가 문재인 정부 들어 요식 행위로 전락한 지 오래지만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인사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임명 동의안을 통과시켜 총리에 앉힌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선거가 국민 주권의 표시이자 국민이 스스로를 통치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의 출발이라면 정책 수립과 집행을 통해 국민의 삶에 영향을 직접 미치는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검증은 그에 못지않은 ‘국민의 자기 통치 원리’의 실질적 구현이다.

 

여당이 인사 청문 보고서 없이 단독 표결 처리하고 후보자 중 한 명이 사퇴한 것을 명분으로 심각한 자격 미달자인 임혜숙·노형욱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달면서까지 청문 보고서 채택과 임명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은 국회 본연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문 정부는 툭하면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해왔다. 일단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집값 폭등, 소득 감소, 실업 등의 객관적인 여러 경제 지표만 보더라도 이 정부는 박근혜·이명박 정부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퇴임하는 내년에는 실물경제가 더 바닥을 치게 될 가능성이 많다. 한마디로 능력 면에서 이 정부는 전 정부보다 열등함을 증명하고 있다.

 

도덕성도 마찬가지다. 문 정부의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들의 임명 과정에서 얼마나 국민 여론과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인사에 반영했는지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안대희·문창극 두 명의 총리 후보 지명자가 인사 청문회 전에 자진 사퇴했고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대통령이 직접 내정을 철회했다. 장관급으로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사퇴했고 특히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를 스스로 물러났다.


두 명의 총리 후보, 한 명의 부총리 후보, 네 명의 장관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거나 넘었어도 스스로 사퇴한 것이다. 전 정부에서 낙마한 후보자들 정도면 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임명을 강행한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낫거나 최소한 못하지는 않다. 한마디로 이 정부의 도덕성에 있어서도 전 정부와 비교해도 열등하다.

 

누가 사람을 기용하느냐에 따라 쓰임 받을 사람의 수준이 달라진다. 일류가 사람을 뽑으면 초일류를 뽑지만 이류가 사람을 뽑으면 삼류를 뽑는다는 말이 있다. 일류는 열등감이 없고 자신이 능력을 발휘해본 경험이 있기에 자기보다 나은 초일류를 모셔 오는 것이 모두에게 기회가 된다고 믿지만 이류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데려다 놓아야 그나마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남들이 자기의 무능을 알아챌까 전전긍긍하는 것은 이류 집단의 고유한 속성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는 말이 있다. 도덕성과 능력 검증은 따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권의 낯간지러운 멘트 속에는 그나마 역량은 있다고 선전하고 싶은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 보인다. 이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시작된다. 추천위원회에서 4등으로 턱걸이한 후보자를 낙점한 데는 이류의 선택 법칙이 작용했다. 김 후보자는 결국 검찰총장이 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모로 가기만 하고 여전히 저 어디 바닷가 도시 근처에서 배회하는 민낯을 보일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 자진해 물러난 어느 장관 후보자의 사퇴의 변이 새삼 돋보인다. “그간 공직 후보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마음을 어지럽혀드렸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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