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공천이 왜 거기서 나와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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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대선은 달랐다. 최종 경선에서 패배한 홍준표, 유승민 두 후보는 후보 확정 당일만 윤 후보를 축하하고 인정하더니 이후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홍 의원은 마치 정치평론가나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측 인사처럼 자기 당의 후보를 깎아내리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유 후보는 아예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두 사람 생각에는 윤 후보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자신들이 더 적합한 후보이고 자격이나 능력, 도덕성의 측면에서 더 낫다는 자부심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경선은 끝났고 국민과 당원은 윤석열을 선택했다. 그런데도 함께 최선을 다해 대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참된 정치지도자라 할 수 없다.
윤석열, 홍준표 두 사람은 불과 45일 남은 대선에서 힘을 합쳐 승리하기 위해 만났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홍 의원이 대선과 함께 치러질 재보궐 선거에 공천을 거론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오히려 갈등이 표출되어 만나지 않은 것만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홍 의원은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조치'와 '처가 비리 엄단 선언'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지만, 국정 운영 능력의 증거로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에 공천할 사람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사실상 두 곳의 공천권을 달라는 요구로 해석된 것이다.
홍 의원은 두 시간 넘는 만남 내내 화기애애했고, 공천 얘기는 마지막 5분에 잠시 언급된 것이라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방자하다'며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에서 '공천'이 언급되었다는 것 자체가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그야말로 '공천'이 거기서 왜 나오느냐 말이다. 의도와 상관없이 공천할 인사를 후보에게 거론했다는 것 자체로 이 만남은 공천 거래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소위 보수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알량한 욕심 때문에 대사를 그르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16년의 20대 총선은 당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된 선거였다. 그런데 박근혜-유승민 불화로 박근혜 대통령이 이한구 공천위원장을 앞세워 비례대표 공천과 일부 지역구의 공천을 좌지우지하려다 국민의 분노를 샀고 선거 결과는 오히려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모조리, 그것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패하다가 박원순, 오거돈 두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실시된 지난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결국 욕심에 눈이 멀어 유권자를 우습게 보고도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막중한 대선을 불과 45일 앞두고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보궐선거의 공천을 언급한단 말인가.
보수 정치권의 이런 과도한 욕심은 대선 후보의 경쟁 구도와 관련해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가 모두 후보 단일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지금처럼 2강 1중 구도가 고착화되면 야권의 후보 단일화 없이 정권교체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장동 의혹과 정권교체론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이재명 후보가 윤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은 3자 구도에서의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는 모두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1987년 민주화 직후 대선에서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노태우 정부가 탄생한 것이 연상된다. 35년 전 두 후보처럼 윤석열과 안철수 두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아니라 '기본'이라는 이름의 많은 정책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길을 걸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의 진정한 의미는 시장경제냐, 계획경제냐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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