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재택근무? 대면근무?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이은형 국민대 교수·국민인재개발원장

 

역시 IT기업이 먼저 움직인다. 글로벌 메신저 라인의 해외사업을 맡고 있는 라인플러스는 이번 달부터 근무장소의 제약을 완전히 파괴한 ‘하이브리드2.0’ 근무제를 시작한다. 한국시각 기준 시차 4시간 이내의 해외지역에서도 근무할 수 있다. 카카오 역시 재택근무제를 전면 도입하면서 주 1회 오프라인 출근을 포함하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실시한다. 네이버도 6개월에 한 번씩 ‘주3일 출근’과 ‘전면 재택근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근무시간도 짧아지는 추세다. 카카오는 격주로 금요일에 쉬겠다는 ‘격주 놀금’제도를 발표했고, IT교육기업 휴넷은 아예 ‘주4일 근무제’를 표명했다. 토스뱅크는 일찌감치 자율재택근무에 격주 기준 주4일제를 시행 중이다. 몸집이 작은 스타트업과 IT기업을 중심으로 엔데믹 시대의 뉴노멀 근무체제를 시도하고 있다. 사실 IT기업이라고 뉴노멀 근무체제에 대한 정답을 안다고 단언할 수 없다. 어쩌면 당장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 봐야 한다.

 


*재사용금지

 

팬데믹이 끝나면서 근무체제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대미문의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긴급하게 대응했던 근무체제를 정상체제로 되돌려야 하는데, 무작정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팬데믹 당시의 근무형태를 유지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새로운 기준, 즉 뉴노멀을 정립해야 하는데 정해진 답도 없고, 벤치마킹할 전례도 없다. 목적지를 향해 떠날 때가 되었는데 좌표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혼란스럽기는 전 세계 조직이 마찬가지다. 트위터 에어비앤비 등 일부 글로벌 테크기업이 빠르게 재택근무를 뉴노멀로 결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선택이 간단하지 않다. 대면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를 도입하는 데도 전면 재택을 원하는 구성원들과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애플은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주 3회 사무실 근무’ 방침을 발표했는데 ‘애플카’ 등 주요 미래 사업을 맡아하던 이안 굿펠로우는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구글로 이직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직원들에게 ‘직급이 높을수록 회사에 나와 존재감을 보여라’고 메일을 날린 뒤 직원들의 분노와 반발에 부딪혔다. 국가 차원의 실험도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6월부터 직장인 3300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주4일 근무제’를 실험한다. 월급 삭감 없이 주 4일만 근무하면서 생산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실험한 후 그 결과에 따라 국가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재택근무를 원하고 상황도 그렇게 변화하고 있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모든 조직에서 재택근무가 최선일 수 없기 때문이다. 업종에 따라, 조직 특성에 따라 적합한 근무형태는 천차만별이다. 전원이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완전 오프라인 근무체제부터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근무를 자유롭게 시행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까지 스펙트럼은 넓다. 제조업이라서, 중소기업이라서 유연근무는 불가능하다고 지레 포기해서도 안 되고, 무작정 유연근무를 도입해서도 곤란하다. 결국 우리 조직에 맞는 최적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다행이라면 모든 조직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어떤 형태로든 근무형태의 유연화를 시도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하게 임시조치로 했던 변화에 대해 분석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업종, 직무, 조직특성 및 문화에 따라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리더는 대체로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다. 구성원의 근무 충실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불안한 마음이 깔려 있는 데다 대면근무를 통해 구성원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만나고 부딪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문제를 빠르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구성원들은 유연근무제를 선호하며 대면근무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리더와 구성원은 최적의 근무체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세계 어느 기업도 정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혼돈의 상황에서 각자에게 맞는 최적화 포인트를 찾아가는 대전환의 시대가 열렸다. 가야 할 길이라면 먼저 떠나자. 리더들은 지금 피플팀과 머리를 맞대고 조직의 뉴노멀을 찾아야 한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