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수 국민대학교 교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생, 살균에 대한 대중 관심은 크게 늘어났다. 손 소독제, 가정용 공기살균기는 물론, 각종 휴대용 살균 제품을 활용해 개인 주변 환경 위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요구를 반영한 살균 및 소독 관련 제품 출시가 꾸준히 증가하며 국내 살균 시장 규모는 1조원을 상회한다.
이 같은 배경으로 상당수 제품이 플라즈마 기술을 차용한다. 플라즈마는 기체 상태에 강력한 에너지를 가해 원자나 분자로부터 전자가 분리돼 이온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물질의 네 번째 상태로 알려진 플라즈마는 반도체 등 첨단 및 의학 산업을 넘어 농식품 분야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며 강력한 살균 능력을 가진다.
플라즈마 기술은 우리 일상에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가장 쉽게는 플라즈마 살균 원리를 앞세운 각종 살균 제품을 볼 수 있다. 공기살균기와 같은 제품이 플라즈마 이름을 차용하며 특성을 강조한다. 안전하고 목적과 용도에 맞는 제품을 찾기 위해서는 플라즈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명확한 개념과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현재 시중에서 광플라즈마, 플라즈마 이오나이저 등 여러 용어가 혼재돼 사용된다. 먼저 '광 플라즈마'는 자외선(UV) 램프, UV 발광다이오드(LED)와 UV 램프를 이용하는 광촉매 방식 제품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광플라즈마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램프는 파장을 갖는 빛만 방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UV 램프에서 방출되는 것은 자외선일 뿐 플라즈마가 아니다.
이오나이저를 이용하는 제품도 '플라즈마 이오나이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오나이저는 전하를 띠고 있는 먼지나 세균에 이오나이저로 발생시킨 음이온 또는 양이온을 전기적으로 흡착시켜 제거하는 기술이다. 이오나이저는 음이온과 양이온을 발생시킬 뿐, 저온 대기압 플라즈마와 같이 빛을 방출하거나 반응활성종을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플라즈마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진짜' 플라즈마는 무엇일까? 여러 플라즈마 적용 방식 중에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화된 기술은 저온 대기압 플라즈마를 활용한 유전체 장벽(DBD) 및 이송 아크(GAD) 기술 두 가지다. 두 기술 모두 플라즈마의 여섯 가지 물리·화학적 특성(중성입자, 하전입자, 활성종, 광, 전자기장, 열)을 가지고 있다.
두 기술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살균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오래 전부터 입증되면서 전 세계 많은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활발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유수의 대학에서 발표한 많은 논문이 저온 대기압 플라즈마 기술의 우수한 살균력을 뒷받침한다. 오존의 안전성 측면에서 발생되는 오존이 규정 값(0.03PPM)보다 적게 발생된다는 전제조건을 반드시 만족해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실제로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0년간 국내에서 발생된 국내 평균 오존농도는 0.023PPM이었다.
뿐만 아니라 저온 플라즈마는 유기화합물 제거에도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저온 플라즈마 기술이 바이러스 살균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UV 램프, LED 및 광촉매, 이오나이저 등 각기 상이한 기술을 채택한 제품들도 플라즈마라는 용어를 앞세운다. 이는 플라즈마 기술이 가진 살균력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플라즈마 살균 기술이 우리 일상과 더욱 가까워지는 만큼 안전한 사용을 위해 기술 및 용어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정립이 필요하다.
한건수 국민대 자동차공학 전문대학원 교수 gshan@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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