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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초록별 지구향해 ‘우주 속 티샷’… 꿈꿔 보세요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 네버 인 - 우주여행시대와 골프

미국 최초 우주비행사 셰퍼드

무중력 체험도중 쓴 클럽보며

달에 가져가서 ‘샷’ 영감 얻어

1971년 2월 달에 착륙한 뒤

6번 아이언으로 ‘역사적 샷’

4번 시도끝에 40야드 보내

우주여행 시범비행 잇단 성공

인간의 ‘기발한 상상’ 현실로

 

 

 


지난 6월 21일 국내 연구진이 순수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 7번째로 무게 1t 이상의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지난해 영국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이 세운 버진 갤럭틱과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민간인 우주여행 시험비행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대중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오랜 꿈인 우주여행이 처음으로 현실화된 것은 미국의 아폴로 계획이 성공하면서부터다.


아폴로 계획은 1961년부터 1972년까지 나사(미 항공우주국) 주도로 진행된 유인 우주 비행 탐사 계획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뒤 1970년대 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총 12명의 우주인이 달을 밟았다. 이 중에는 앨런 셰퍼드(1923~1998)도 있었다. 그는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이자 3번째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4호의 승무원이었다. 무엇보다 셰퍼드는 달에서 처음 골프를 친 사람으로 유명하다. 셰퍼드가 달에서 골프를 치겠다는 다소 엉뚱한 발상을 하게 된 것은 골프애호가로 잘 알려진 미국의 코미디언 밥 호프 때문이었다. 아폴로 우주인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휴스턴의 나사 본부를 방문한 호프가 무중력 체험 도중 공중에서 허우적대다가 중심을 잡기 위해 평소 지팡이처럼 들고 다니던 골프클럽으로 바닥을 짚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셰퍼드의 머릿속에 문득 몇 달 후에 있을 달 착륙 때 골프를 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문제는 당국의 승인과 달까지 어떻게 골프클럽을 갖고 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장비 중에 달의 흙과 운석을 수집하는 데 사용하던 집게가 클럽 샤프트와 비슷했다.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 6번 아이언 헤드 연결이 가능하도록 장비의 끝부분을 개조했다. 실수를 대비해 골프공도 두 개 챙겼다. 남은 것은 당국의 승인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이런 장난 같은 아이디어를 허락할 리 만무했다. 다행히 셰퍼드에겐 운이 따랐다. 바로 직전의 아폴로 13호의 발사가 실패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자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던 당국이 그의 제안을 승인한 것이다. 1971년 2월 5일 드디어 달에 착륙한 셰퍼드 일행은 모든 임무를 계획대로 잘 마쳤다. 이제 드디어 골프를 칠 시간. 셰퍼드는 주머니에서 공을 꺼내 바닥에 떨어뜨린 후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태양을 등지고 어드레스를 했다.


두꺼운 우주복과 장갑 때문에 오른손으로 하프스윙 정도만 가능했다. 역사적인 스윙을 위해 우주복을 입은 채 집 근처 골프장 벙커 안에서 여러 차례 연습했지만 긴장 탓인지 두 번이나 헛스윙하며 흙만 퍼냈다. 마침내 세 번째 스윙에서 겨우 공을 맞힐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생크’가 났다. 다행히 네 번째 공은 그럭저럭 맞아 공중으로 날아갔다. 당시 셰퍼드는 공이 멀리멀리 날아갔다고 ‘뻥’을 쳤다. 하지만 최근 한 영상분석전문가가 당시 승무원들이 찍은 사진과 최신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공은 40야드(약 36.5m) 정도에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셰퍼드가 공기 저항이 없고 중력도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에서 지구에서처럼 스윙할 수만 있었다면 공은 4㎞는 족히 날아갔을 것이다.


셰퍼드가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자 세계 각국에서 축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중에는 샷을 한 후에 벙커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로열앤에이션트골프클럽(R&A)의 농담 섞인 편지도 있었다. 셰퍼드가 달에서 사용한 6번 아이언은 현재 미국골프협회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최근 인류는 2025년까지 한국도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53년 만에 달 표면을 다시 밟을 예정이다. 셰퍼드처럼 달에서 초록별 지구를 그린 삼아 깜깜한 우주 공간을 향해 멋진 티샷을 날리는 날이 오길 꿈꿔 본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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