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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국회의원 숫자를 늘릴 경우의 수지타산 / 장승진(정치외교학과) 교수

국회 본회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 정개특위가 4가지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개별 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평가하기는 이르다(풀리지 않는 의문은 전면적 비례대표제라는 비현실을 넘어 초현실적인 안은 대체 왜 들어갔는지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비율이 2:1 정도가 되지 않고서는, 중대선거구제건 권역별 비례대표제건 무엇을 도입해도 우리 국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아무리 검색을 해 봐도 정개특위에서 제시된 방안이 비례대표 확대, 나아가 의원 정수 확대를 포함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기야 국회의원 숫자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늘리자고 주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 보면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이다. 더구나 내가 직접 뽑았다고 느껴지지도 않는 비례대표가 왜 늘어나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굳이 비례대표를 늘리고 싶으면 그만큼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정서적 반감을 잠시 내려놓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고 비례성이니 대표성이니 와닿지 않는 추상적인 가치를 외치려는 것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저출생 초고령화, 연금 개혁, 부동산 문제 등 한국 사회는 수많은 난제에 직면해 있다. 대부분 오래전부터 예견되었지만, 아직 전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밖에서 떠들어도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 안에서 논의되고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바쁘다. 매일 수많은 모임과 행사에 참석해야 하고, 주말에도 각종 경조사에 얼굴을 비춰야 한다. 여의도에서 정책을 검토하는 것보다 틈만 나면 지역구에 내려가 민원을 챙기는 것이 재선을 위해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다. 과연 이들이 한국 사회가 직면한 난제를 깊게 고민하고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의원들의 행태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지역구 중심 선거제도가 이들이 지금과 다르게 행동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역구 활동에서 자유로운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신이 전문성을 가진 영역에서 정책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원이 다음 선거에서 출마할 지역구를 찾아다니지 않도록, 비례대표로 재공천을 받고 원내 경험과 경력을 쌓아갈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원 각자가 대표하는 국민의 수를 줄일수록 국민의 의사가 더 쉽게 국회에 반영될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의원 1인당 인구 수가 감소할수록 정치적 안정성이나 법치주의, 반부패 등 민주주의의 질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특권은 희소성에 기반하기 때문에, 의원 정수 확대가 오히려 국회의원의 특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하다못해 단순한 손익계산만 해 보자. 의원 1인당 매년 8억 원 정도의 세금이 들어간다니, 100명이 늘어나면 4년에 걸쳐 3,2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들이 심의·감시해야 하는 국가 예산은 올해만 약 640조 원에 달한다. 늘어난 100명 중 단 한 명의 의원이 임기 동안 국가 예산의 0.1% 낭비만 찾아내도 수지타산이 맞는 것 아닌가?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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