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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섬情談] 코로나 세대의 졸업 / 이경훈(건축학부) 교수

 

 

비대면 수업 학생들의 고립 좌절 헤아리지 못해… 결핍 딛고 걸출하게 성장하길


코로나 세대가 졸업한다. 공식적으로 졸업은 내년 2월이라 반년 이상 남아있지만, 졸업작품 전시회가 열렸으니 졸업이다. 5년제 건축 학제에서 남은 한 학기는 구조나 공법, 재료, 법규 등 다양한 강좌에서 익힌 지식을 종합적으로 구현하는 일로 채운다. 형태와 공간을 다루는 건축 조형 교육은 완성된 셈이다. 들뜬 분위기의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느낌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어느 해인들 졸업생들이 사연이 없고 애정이 덜 하겠냐마는 올해는 특별하다. 대학 생활 절반을 비대면과 거리두기로 보낸 ‘코로나 세대’의 졸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 졸업반 지도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선 학기 초에 만난 학생들은 낯설었다. 지난 3년간 마스크에 가려 있던 민얼굴이 외려 새롭고 어색했다. 그들 간의 교우 관계도 서먹해서 강의실 분위기가 예년과 달랐다. 모니터에 대고 말하는 게 더 익숙한지 쭈뼛거리며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는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회복이 되기는 했지만, 이들이 청춘의 중요한 시간을 지나며 겪었을 고립과 위축의 흔적이 남아있는 듯했다.


반면에 강의 준비와 참여는 어느 해보다 적극적이었다. 비대면 강의는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특히 건축설계 같은 실기 과목은 실물 도면과 모형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가르치는 이도 답답했고 배우는 학생들도 아쉬워했다. 원격회의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잠깐의 지연이 문제였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머뭇거리게 하고, 그 차이가 전체 대화를 부자연스럽게 한다. 발표와 토론에서 몸짓이나 표정 같은 비언어적 소통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루함을 깨는 유머는 상상할 수도 없었고 책을 읽는 듯한 대화가 건조하게 이어지기만 했다. 교수자로서 불평만 했지, 학생들이 모니터 너머로 감당했던 고립과 좌절, 불안은 제대로 헤아리지도 못했다. 그간의 외로운 작업을 보상이라도 하겠다는 듯 코로나 세대들의 대면 수업은 열의가 가득했다.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소통의 조건을 빼앗겼을 때를 떠올리며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했다.


비대면 건축 수업의 가장 큰 손실은 모형이다. 상상하는 형태와 공간을 축소해서 만들어 보는 작업은 건축이 시작된 이래로 건축가의 중요한 소통의 도구였다. 모형은 표현 수단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입체적 사고의 매체이기도 하다. 컴퓨터가 실제에 가까운 모델링을 만들 수는 있지만 아날로그 ‘손맛’과 거친 촉감은 형태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런데 코로나 세대 학생들은 직접 자르고 붙이고 쌓아 올리는 경험을 하지 못했고 동료들의 모형과 비교해보지도 못했다. 삼차원모형보다는 편평한 스크린과 이미지에 익숙하며 강하다. 하지만 이를 반드시 열등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이유는 그들이 만들고 살아갈 세상이 이 이미지 중심의 특성을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상현실이나 멀티버스의 세상에서 팬데믹의 상처 내지는 흔적은 변화의 징후이거나 진화의 단계일 수도 있겠다.


건축계에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저마다 자신들을 낀 세대라거나 불행한 세대라고 자조하지만 1980년에 입학한 학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중요한 1학년의 절반을 휴교 상태에서 공부해야 해서 중요한 교양과 기초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학번에서 걸출한 건축가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는 것이다. 교육보다는 방임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으른 교수들의 변명에 쓰이는 농담이다. 그들이 겪었던 불안과 방황이 토양이 돼 스스로 경험하고 고민하고 사고하는 훈련이 축적된 결과였을 것이다. 이후의 학업에 더욱 집중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마찬가지로 팬데믹 기간에 대학 생활을 보낸 이들이 결핍을 딛고 성큼 성장해서 미래의 도시와 건축을 푸근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바꿀지도 모르는 일이다.


코로나 세대가 졸업한다. 비대면의 시간 내내 방황했을 그들에게 진 안쓰러운 마음의 빚을 응원으로 대신 갚는다.


이경훈(국민대 교수·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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