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골프 규칙 위반 예방책은
첨단 기술 활용해 사전 방지
감동적인 일화 발굴해 교육
규칙 준수한 골퍼에겐 포상
윤리강령 제정도 도움될 듯
처벌은 잠시 효과만 있을뿐
진정으로 인성 바꾸지 못해
감시체계 강화도 비효율적
요즘 골프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프로골퍼 윤이나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최근 규칙 위반 사실을 숨겼다가 3년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던 KLPGA투어 소속 골퍼 윤이나에 대한 징계 감경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었다. 지난해 열렸던 이사회에서 징계가 감면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비판적 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다가 재차 이사회가 열린 끝에 징계가 감면됐다.
이 상황은 한마디로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들기” 격이다. 선수 한 명에 대해 벌을 줄지를 놓고 이렇듯 요란을 떨 일인가 싶다. 그보단 향후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의 정비가 더 우선이지 않을까.
규칙 위반을 확실하게 적발해 엄정하게 처벌하는 건 가장 손쉬운 예방책이다. 감시 인원을 늘리거나 타 스포츠처럼 첨단 기술의 활용으로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보다 경기에 대한 감시체계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반대한다. 스포츠심리학자로서 조언하자면 처벌은 당장 나쁜 행동을 멈추게 하는 데 잠시 효과가 있을 뿐 진정 사람을 바꾸지는 못한다. 오히려 골프를 통해 훌륭한 인성을 만들고 인격을 쌓는 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심판 없는 경기, ‘신사와 숙녀의 스포츠’라는 골프의 오랜 전통과 정신을 해칠 수 있다.
협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골프 규칙과 스포츠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단순히 규칙을 알려주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도덕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예를 들어 재활용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색깔별로 구분해서 안내판과 함께 세워두는 것만으로 재활용 참여도가 증가한다.
어떻게 교육하느냐 하는 교육 방법도 중요하다. 윤이나는 “처음 겪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플레이를 이어 갔다”고 당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딜레마 토론을 추천한다. 도덕적 딜레마 상황을 한번 고민해보는 과정에서 도덕적 감수성과 추론 능력이 높아져 유사한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같은 종목 내에서 도덕적으로 본받을 만한 인물을 발굴·포상하고 이를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간의 행동을 교정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행동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바꾸는 데는 벌보다 상이 훨씬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올해의 선수상이나 신인상처럼 결과나 성적에 따른 포상만 할 것이 아니라, 규칙을 잘 지키고 다른 선수를 배려하고 돕는 이타적 행동에도 마땅히 상을 주어야 한다. ‘스포츠퍼슨십상’을 제정해 매년 골프기자단과 동료 선수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선배나 동료 선수 중에서 존경할 만한 도덕적 귀감이나 본받을 만한 감동적인 일화를 발굴해 교육하는 방법도 있다. 도덕심리학자인 미국의 새러 앨고어 교수에 따르면 자신을 희생하거나 베푸는 삶을 실천하는 이타적 행동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가슴이 벅차오르고 따뜻해지는 고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자신도 선하고 도덕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와 의향 또한 높아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행위를 촉진하는 데는 처벌보다 스스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아이비리그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시험 전 윤리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을 읽고 날인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부정행위 비율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인간에게는 자기 말과 행동에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남은 속여도 자기 자신은 속이기 싫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협회 차원에서 윤리강령을 제정해 신규회원 가입 시 서약서에 서명하게 하고, 매년 새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모든 선수가 모여 다 같이 큰 소리로 윤리강령을 선서하는 행사를 연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스포츠심리학 박사·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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