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국가와 관계 악화하자
阿 등과 유대로 강대국 부상 꿈꿔
글로벌 중추국 지향하는 尹정부
명분·실리 균형 입각한 전략 필요
미·중 경쟁의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신냉전 구도가 공고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사우스’가 국제 질서 형성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사우스는 대부분 서구의 식민지를 경험한 국가들로서 상당수가 남반구에 위치해 있으며 서방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국가들의 집합을 지칭한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과거 식민 지배의 경험, 세계화로 악화된 불평등 구조 등으로 인해 서구와는 다소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의 독주에 반대하면서 다극 질서 구축을 외쳐온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반서방 대열에 합류시키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러시아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관계 증진 노력을 본격화한 것은 푸틴 집권 3기에 들어와서다.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할수록 러시아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대해 공을 들이게 됐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러시아가 글로벌 사우스를 더 중시하게 된 계기는 2022년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개전 초에 글로벌 사우스의 다수 국가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에 합류했다. 그러나 글로벌 사우스 국가 대부분은 서방의 대러 제재를 거부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입장에 고무돼 서방의 ‘패권’과 ‘식민주의’에 대한 반대를 매개로 양측 간 유대 강화를 도모했다.
예컨대 지난 2월에는 모스크바에서 ‘민족 자유를 위하여’라는 국제포럼이 열렸다. 60개국에서 400여명의 대표단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 주최국 러시아는 참가국들과 함께 서방의 ‘신식민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또한 지난 5월 세계 80여개국에서 1만1000명이 넘는 대표단이 참여한 가운데 ‘러시아와 이슬람 세계: 2024 카잔포럼’을 개최해 경제, 금융 협력 및 문화교류를 통한 러시아와 이슬람 국가 간 유대를 과시했다.
러시아는 다자 협력체를 통한 글로벌 사우스 포섭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브릭스(BRICS)를 견고한 반서방 다자 협력체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모스크바는 베이징과 함께 BRICS의 외연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2023년 8월 요하네스버그 BRICS 정상회의에서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글로벌 사우스 5개국이 추가된 ‘브릭스 플러스’의 출범이 결정됐다. 러시아는 상하이협력기구(SCO)를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7월 4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SCO 정상회의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낡은 유럽 중심 협력모델’ 대신에 다수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유라시아 안보·개발 협력체’ 구축을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같이 러시아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유대 강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강대국 부상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크레믈은 옛 소련의 아프리카 진출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계급투쟁, 반식민주의 등 이념을 앞세운 소련의 제3세계 정책은 오히려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역풍을 맞은 전력이 있다. 반서방 담론 확산에 전력투구하는 푸틴의 러시아 또한 이전 역사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자유민주주의’든 ‘반식민주의’든 특정 이념에 좌우될 정도로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윤석열정부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도외시할 수 없다. 에너지, 자원 등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등 안보이익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명분 못지않게 호혜적 실리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신냉전 구도에서 동맹외교와 가치외교는 필요 불가결하다. 그럼에도 글로벌 사우스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외교를 위해 명분과 실리의 균형에 입각한 현명한 전략과 접근법이 요구된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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