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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손잡은 현대차, '파운드리' 발판 자율車 선두 노린다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반도체처럼 車도 파운드리 시대"
"제조 혁신 통해 사업 강점 발휘"
"파운드리 넘어 자율주행 '강자'로"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올해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 전환점을 맞으면서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판이 바뀌고 있다.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불릴 만큼 차량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중요해지자,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든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와 전통 완성차 제조 기업이 협업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파운드리(위탁생산)’ 얘기다.

 

 

자율주행차 파운드리는 고도화한 자율주행 기술을 가진 IT 기업이 필요로 하는 플랫폼(차량)을 현대차가 제조해 공급하는 사업이다. 마치 반도체처럼 하드웨어 센서, 자율주행 프로세서,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플랫폼을 탑재한 첨단 차량을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시장을 현대차가 열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글로벌 주요 자동차 기업 중 가장 먼저 자동차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이어 10월 구글 ‘웨이모’에 아이오닉 5를 파운드리로 공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은 싱가포르 현대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이포레스트’ 등 스마트 공장 사업을 통한 제조 혁신과 시너지를 주고받으며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공급에선 현대차가 자율주행차를 직접 조립하지는 않지만, 추후 계약에 따라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HMGICS 제작 자율주행 차를 아시아, 유럽, 중동 등의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향후 펼쳐질 자율주행 시장에서 단순한 차량 하드웨어 공급 업체로 남지 않도록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경험을 기존 SDV 사업과 연결할 필요도 있다. 향후 레벨3(조건부 자동화) 상용화 및 레벨4(고도의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선 안정화한 미래차 플랫폼과 소프트웨어·센서·인프라 등 신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의 자체적인 사업 로드맵을 구체화할 수 있다.

 

제네시스의 경험을 현대차·기아로 확장해 나가는 것처럼, 자동차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얻은 경험을 본격화한 자율주행 시대의 자산으로 삼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반도체계의 TSMC처럼, ‘자율주행 자동차 계의 절대강자’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