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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의 귀를 때린 “아직 포기하지마”… 은퇴 갈림길서 메이저 우승[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챔피언을 다시 일으켜 세운 영화

 

데뷔 10년 만에 첫 우승한 뒤
성적 곤두박질… 당뇨도 겹쳐
런던행 비행기에서 기내 영화
남·녀 주인공 대화에 힘 얻어
퍼터 바꾸고 준우승 이어 우승

골프 실화 ‘내 생애 최고의…’
작품·대중성 겸비한 최고영화

 

 

올해 열린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제125회 US 오픈에서 우승한 미국의 J J 스펀(34)은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어 카드 유지를 걱정하던 처량한 신세였다.

 

2012년 프로에 데뷔한 스펀은 중간에 투어 카드를 한 번 잃었다가 복귀한 끝에 드디어 프로 데뷔 10년 만인 지난 2022년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감격스러운 생애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에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만 33세였던 지난해 시즌 중반쯤 불현듯 그는 이제 투어 프로 생활을 접을 때가 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성적이 좋지 않은 데다 지병인 제1형 당뇨와 독감 등으로 몸 상태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최고 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8년가량을 뛰면서 우승도 한 차례 해본 데다 부양해야 할 자녀가 둘이나 늘어나 은퇴하고 보다 안정적인 직업으로의 전직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때쯤 런던행 비행기를 탔다가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바로 2004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윔블던’이다.

 

은퇴를 고려하던 나이 든 테니스 선수가 우연히 한 여자 선수를 만나 사랑과 첫 메이저 우승을 동시에 얻게 된다는 뻔한 내용의 영화였다. 하지만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였던 스펀에게는 깊은 공감과 함께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된 계기가 됐다. 특히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인 리지 브래드버리 역을 맡았던 커스틴 던스트가 남자 주인공에 던진 “아직은 포기해선 안 돼!(You can’t give up yet)”라는 한마디가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이후 마음을 다잡게 된 스펀은 다시 우승을 위해 연습에 매진했고, 고질병이었던 퍼팅도 새로운 퍼터로 과감히 교체하며 반전을 노렸다.

 

그렇게 시작한 새 시즌, 스펀은 지난 3월 엄청난 상금 규모로 흔히 ‘제5의 메이저대회’라고 불리는 PGA투어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남자골프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와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매킬로이와 같은 최고의 선수와 연장전을 벌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앞으로 얼마든지 큰 대회에서 두려움과 중압감을 이기고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실제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까지 해버렸다.

 

요즘처럼 무더위와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스코어카드에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주말 골퍼들에게도 스펀처럼 골프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되살려줄 보약 같은 골프영화들이 있다.

 

굳이 극장을 찾지 않더라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다양한 영화를 저렴한 비용으로 집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가장 먼저 추천할 영화는 지금까지 대중에 공개된 골프 소재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최고의 영화로 평가받는 디즈니 제작의 ‘내 생애 최고의 경기’다. 1913년 US오픈에서 당대 최고의 골퍼인 영국의 해리 바든을 꺾고 우승한 약관의 미국 아마추어골퍼 프랜시스 위멧(1893∼1967)의 감동적인 실화를 그린 영화다.

 

다음으로 추천할 영화는 ‘해피 길모어’다. ‘웨딩 싱어’ ‘첫 키스만 50번째’로 유명한 코미디 배우 애덤 샌들러 주연의 영화다. 본격적인 골프영화라기보다 골프를 소재로 한 코미디물에 가까워 골프를 잘 모르는 가족들과도 함께 시청하기 좋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더 쇼트 게임’은 2012년 미국 파인허스트 골프클럽에서 개최된 US 키즈 골프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한 미국, 중국,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 등 8명의 어린이 골퍼들의 사연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스코어 때문에 재미라는 골프의 본질을 잊었거나 골프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 골퍼라면 이들 어린 골퍼들로부터 많은 감동과 함께 새로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