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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골프 번아웃’ 털어내고… ‘시니어 오픈’서 볼 수 있을까[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US 시니어 여자오픈

올해로 7회째인 시니어 女오픈
통산 41승 올린 호주의 캐리 웹
만 50세 자격 넘겨서 처음 출전

애니카 소렌스탐·로라 데이비스
LPGA 출신 등 120여명 참가해

박세리, 현 47세로 자격 못미쳐
26년간의 골프 생활 은퇴하며
“즐거운 적 없었다” 언급했지만
팬들은 다시 경기에서 보기 원해

 

 

애니카 소렌스탐(54·스웨덴), 박세리(47)와 3강 체제를 구축하며 2000년대 여자 골프계를 지배했던 호주의 캐리 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CC(파73·6219야드)에서 개막한 US 시니어 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했다.

 

지난해 12월 만 50세가 되면서 시니어 투어 출전 자격을 얻게 된 웹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 7승을 포함, 통산 41승을 거둬 역대 다승 순위 공동 10위에 올랐다. 1996년 LPGA투어 신인왕, 1999·2000년 올해의 선수를 거쳐 2005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특히 1999년 듀모리에 클래식을 시작으로 2000년 US 여자오픈과 나비스코 챔피언십, 2001년 LPGA 챔피언십, 2002년 브리티시 여자오픈까지 역사상 LPGA투어의 5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이른바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골퍼다.

지난 2018년 창설되어 올해로 7회째를 맞는 US 시니어 여자오픈에는 LPGA투어 통산 72승으로 동시대 최고 선수였던 소렌스탐을 비롯해 초대 챔피언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 올해 86세의 조앤 카너(미국) 등 120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US 시니어 여자오픈은 지금까지 3개국에서 6명의 우승자가 나왔다. 지난해 우승자는 미국의 레타 린들리다. 린들리는 1995년부터 2012년까지 LPGA투어에서 활약했으며, 현재 시니어 투어인 ‘레전드 오브 더 LPGA’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린들리는 애리조나대 재학 시절에는 소렌스탐과 골프팀 동료로 함께 뛰며 기숙사 방을 같이 쓰기도 했다. 대학 시절 이미 슈퍼스타였던 소렌스탐에게 늘 뒤처졌던 린들리지만 지난해 US 시니어 여자오픈에서는 소렌스탐에 무려 7타나 앞선 9언더파의 스코어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1998년 US 여자오픈 우승으로 한국의 골프 열풍과 대중화를 이끈 박세리는 1977년생으로 아직 47세에 불과(?)해 출전 자격은 없다. 앞으로 US 시니어 여자오픈이 남자 대회만큼 점차 권위와 인기를 더해가고 LPGA 시니어 투어가 활성화될 경우 박세리의 시니어 투어 진출 여부가 관심을 끌 전망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육상선수를 하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골프로 전향한 박세리는 원래 골프에 큰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님을 보며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혹독한 훈련을 거듭한 끝에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 통산 25승을 거두었다. 2007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세리는 은퇴 후 한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아 은퇴할 때까지 26년간 골프를 쳤지만 단 한 번도 골프가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은퇴 후에는 거의 골프채를 잡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만큼 선수 생활과 골프가 지긋지긋했다는 얘기다.

 

60세가 넘어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외국과 달리 한국의 골프 선수들은 재미나 즐거움 같은 내적 동기 없이 돈과 명예 같은 외적 동기로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훈련과 극심한 경쟁 스트레스에 지속해서 노출되면서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소진 현상과 극심한 슬럼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30세도 안 되는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것이 일반화된 한국 여자 골프의 조로 현상은 천하의 박세리라도 피해 가진 못하는 듯하다.

 

박세리는 지난 2016년 공식적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은퇴했으며, 이후 방송 출연과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웹의 US 시니어 여자오픈 데뷔 소식을 들으며 지금처럼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골프 코스에서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그녀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에 그칠 공산이 커 그녀의 팬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