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수님의 서재
Episode 29. 김은홍 교수님(경영대학 경영정보학부)

교수님의 서재 Intro 이미지

 


교수님의 서재 Name Card

 

나만의 책 이야기 Title Bar

나에게 서재는 개인박물관이다


저에게 서재는 개인 박물관이죠. 저의 역사, 즉 그 동안 제가 살아온 과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연구실을 처음 가진 게 1985년인데, 그 이후 지금까지 제가 교수로서 해온 강의, 연구, 집필, 학교행정 등의 활동과 관련된 자료들과 그 성과물들이 고스란히 이 연구실에 보관되어 있죠. 집에 있는 서재는 주로 결혼 이후 30여 년 동안 제가 직업과 무관하게 읽었던, 문학, 역사, 교양, 취미 등과 관련된 책들이 보관되어 있고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서재에 들어 앉아 벽면을 가득 채운 책과 자료들을 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면서, 지난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죠. 그래서 아마도 저는 앞으로도 전자책과 친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해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우리 세대는 어려서부터 비교적 책을 많이 읽었지 않나 싶어요. 어릴 때는 주로 부모님께서 사다 주신 위인전이나 동화책을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는데, 저는 특히 위로 세 분의 형님과 누님 한 분이 있어서 성인들이 읽는 책들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죠.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갔는데, 유신시대였던 당시에는 여러 가지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많은 대학생들이 정신적으로 방황을 많이 했었고, 그런 상황은 저로 하여금 더 깊이 책속으로 빠져들게 했어요. 그때 이어령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어요. 사실 이 책은 1960년대 초에 처음 발간되었는데, 이걸 읽으면서 ’나‘와 ’우리 민족‘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죠.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우리 고유의 풍토에서 찾으려는 작가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유려한 문장력으로 저를 사로잡았어요. 마차 길을 지프로 달리는 동안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시골풍경과 경적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피하는 촌로 부부를 보면서 ‘우리의 피부빛과 똑같은 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우리의 비밀, 우리의 마음이 있다’라는 깨달음으로 시작된 이 에세이는 우리네 삶 속의 다양한 소재를 흙(우리의 풍토)과 바람(서양의 문화를 실어 온 것)을 대비하면서, 비교문화적인 시각으로 우리 민족을 다시 보게 만들었죠. 우리 민족에 대한 성찰은 곧 나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고, 왕성한 독서를 통해 정신적으로 힘겨웠던 대학생활을 나름대로 보람 있게 보낼 수 있었죠.





올바른 강의를 위한 책


제 전공이 IT와 관련된 것이다 보니까 요새는 아무래도 전공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게 됩니다. IT라는 게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서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학생들에게 올바른 강의를 할 수가 없죠. 게다가 또 하나의 제 전공이 경영학이기 때문에 최신 경영기법이나 사례 등에 관한 책도 많이 보게 되죠. 그밖에는 최근에 화제가 되는 문학작품이나, 교양서적, 특히 여행관련 서적도 가끔씩 찾아서 읽기도 하지만, IT와 경영에 관한 단행본들이 워낙 많아서 다른 분야의 책에는 다소 소홀하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독서의 폭이 넓어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책을 고를 때는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 나오는 서평을 많이 참조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가급적 여러 분야의 많은 사람들의 서평을 두루 감안해서 책을 고릅니다.


습관이 되어버린 속독


저는 속독을 하는 편입니다. 어려서부터 가급적 많은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속독이 습관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속독을 해서 전체 내용을 이해한 다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속독으로 읽어 가는 방식이죠. 물론 책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죠. 예를 들어 시집 같은 걸 속독으로 읽는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단어나 문장 하나하나가 중요한 작품들은 애당초 속독이 불가능하죠. 그리고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수첩 같은 데 따로 적어 놓는 습관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일부 전자책 리더에는 아예 그런 기능이 들어 있어서 전자책이 좋은 것 같더군요. 특히 전공 관련 서적은 아예 책 전체를 요약해서 별도로 보관하기도 하죠.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읽는 책


아무래도 책 읽기 가장 좋은 건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있을 때죠. 특히 잠이 잘 안 오는 날에는 하룻밤에 두 세권씩 읽다가 밤을 꼬박 새기도 하죠. 그 다음은 기차나 비행기로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책을 찾게 되고요. 학교 연구실에서는 주로 전공과 관련된 책 이외에는 잘 안 읽습니다. 그래서 아예 학교에는 전공 이외의 책은 갖다 두질 않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역사소설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역사소설입니다. ‘삼국지’ 같은 소설도 좋지만 특히 요새는 이주호,황조윤의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같이 고증보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 많이 등장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지식과 비교하면서 다소 허무맹랑하기도 한 스토리를 음미하며 재미를 느끼죠. 그리고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도 좋아 합니다. 박경리의 ‘토지’라든가 조정래의 ‘태백산맥’, 또 최근 황석영의 ‘강남몽’과 같은 종류의 소설이죠. 저나 우리 부모세대가 직접 겪어 온 시대적 배경에 공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관심이 더 가는 거겠죠. 최근에는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같이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들도 좋아 합니다. 그밖에 킬링타임용으로는 추리소설이 최고죠. 집에 가면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시드니 셀던, 댄 브라운과 같은 유명 추리작가의 책은 거의 다 있는데, 가끔씩 다시 꺼내서 읽곤 해요. 저는 책에 관한 한 전자제품 사용설명서까지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인데, 판타지 소설 같은 건 별로 좋아 하지 않아요. 뭔가 현실성이 없어서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저는 20대를 공부하면서 보냈습니다. 대학 학부를 마치고, 석사를 거쳐 만 30세가 되는 해 2월에 박사학위를 받았으니까요. 물론 대학원 시절에는 아무래도 전공과 관련된 책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그래도 문학작품이나 역사, 교양 등의 독서도 꾸준히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역시 제 인생에 있어 전공분야 이외의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건 대학시절이었죠.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면서 소위 명작이나 고전이라 할 만한 책들은 거의 다 섭렵했죠. 아마도 ‘적어도 교양인이라면 이런 책은 읽어 봐야지’하는, 일종의 강박관념 비슷한 게 있었어요. 유신독재 치하의 당시 상황 때문이었겠지만,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이청준의 ‘당신들이 천국’이었던 것 같아요. 소록도 나환자수용소에 군인 출신의 원장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이 주제인데, 워낙 오래 전이라 자세한 내용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밖에도 최인훈의 ‘광장’,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서’ 같은 책들이 생각나네요. 우리 학교에서 ‘교양추천도서 100권’이라는 걸 지정해놓았는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적어도 그 책들만은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그리고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입니다. 대학생 시절의 버릇이 평생을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책을 통해 올바른 삶의 자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정의란 무엇인가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다녀갔지만 마이클 샌들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군요.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나 자기중심적이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죠. 사실 제가 봐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정의사회’라는 구호가 요란했던 시대가 있었는데, 과연 ‘정의’라는 개념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어요. 그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한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원하지 않나요?


사서삼경 다시 읽기


동양고전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어요. 대학교 다닐 때 그저 읽었다는 자랑 삼아 사서삼경도 읽어 봤었지만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책장만 넘겼죠. 이제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다시 한 번 체계적으로 읽어 보려고 합니다.





내 인생의 책 Title Bar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저 | 푸른숲 | 2005년 | 성곡도서관 링크

영화로도 제작된 책이죠. 저는 책으로 읽는 것이 더 와 닿았습니다. 우리나라 사형제도를 중심으로 해서 그밖에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길없는 길
최인호 저 | 샘터 | 1993년| 성곡도서관 링크

대중소설 작가로서 명성을 쌓은 최인호 작가가 보다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쓴 첫번째 작품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선불교를 재창건한 경허스님의 인생을 통해 '구도의 길'을 찾는 과정을 그린 책입니다. 전 3권으로 된 장편으로 좀 길긴 하지만 '사람은 왜 사는가'라는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꼭 한 번 읽어 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Covey, Stephen R. 저 | 김경섭 옮김 | 김영사 | 2003년 | 성곡도서관 링크

어려서부터 익힌 독서습관은 제 인생관과 가치관을 형성하고 지금 제가 교수라는 직업을 갖는데도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문장력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죠. 대학생 시절의 버릇이 평생을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책을 통해 올바른 삶의 자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박경철 저 | 리더스북 | 2011년 | 성곡도서관 링크

현직 의사 겸 증권투자의 귀재로 이름을 날리다가 청춘콘서트로 유명해진 박경철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사회와 자기인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해하고 풀어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일부 철학적 접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딱딱한 면도 있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진심어린 조언을 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이는 책입니다.
 
젊은날의 초상
이문열 저 | 民音社 | 1982년 | 성곡도서관 링크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져 있는 이 소설은 한 젊은이가 방황을 통해 자신을 찾아 가는 과정을 이문열 특유의 유려한 문장으로 그린 수작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