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이다!’ 이 한 마디로 힘이 솟는 게 우리다. 방학계획으로 제일 먼저 다짐하는 독서 그리고 함께 세워두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거리와 비례해 최대한 멀리 떠나는 것이 원칙일까? 요즘엔 해외로 가기 보단 국내로 발길을 돌리는 청춘들의 얘기가 많이 들린다. 그래서인지 서점에서 생소한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책이 쉽게 눈에 띈다.
그 많은 가짓수들 중 자연스레 손이 가는 책이 없다면 이번에 소개할 ‘그대를 위한 국내여행 참고서’ 기사를 적극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힘주어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민*인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담았기 때문이다. 국내여행이라면 자신 있다는 두 여인이 일러주는 ‘팁’을 잘 새겨듣자.
방수진(국사 10) 현재 국사학과 답사 학회인 ‘답사부’에서 학회장을 맡고 있다. ‘정기 학술 답사’를 다니면서 국내여행에 익숙해졌고 그 이후로 유일한 취미가 됐다.
박예림(행정 09)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해 휴학 후 국내 여행만 다녔을 정도로 여행에 경험이 많다.
지금까지 발을 디딘 지역
진 : 서울 근교는 물론이고 멀리는 제주도, 부산, 거제, 통영, 서산, 김제, 전주, 담양, 광주, 전주, 익산, 정읍, 고창까지. 전국 대부분의 도시들은 다 다녀온 것 같아. 학기 중에는 주말을 포함해 서울 근처로 여행을 다니고 방학 때는 4일을 기준으로 두 번씩은 꼭 떠나.
림 : 대전, 여수, 진주, 순천, 부산, 포천까지. 사실 특별한 계획없이 마음 가는 대로 떠나. 새로운 길을 가다 보면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는 것 같아. 계획하고 공부하고 동선을 짜다보면 결국 남들과 똑 같은 경험을 하는 거 같아서 말이야.
여행의 동반자는 누구
진 : 대부분 학과 친구들과 같이 가지만 혼자 가는 여행도 많아. 혼자 하는 여행은 복잡한 머릿속을 싹 정리해줘. 떠난다는 생각하나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느낌? 바리바리 짐을 싸서 꼭 멀리 떠나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림 : 혼자 출발 할 때가 많지. 혼자 가는 이유는 별거 없어. 내가 워낙 체력이 좋아서 내 일정을 같이 소화해줄 사람이 없어서야. 이왕 간 거 최대한 많이 보고 느껴야 하지 않겠어? 항상 혼자 출발하지만 혼자였던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부산에서는 친구와 만나 회도 먹고 포천에서도 서울에 있던 친구와 급 만났지. 혼자 떠난 다는 건 생각만큼 외롭지 않아.
국내여행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해
진 : 내가 국사학과이다 보니 ‘강의실 밖 역사’라고 해서 눈으로 확인해보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야. 물론 해외여행도 가고 싶지만, 그건 내가 국내에서 가보고 싶은 곳을 다 가본 후의 일이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사람사이의 정, 문화, 풍경은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이 국내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야.
림 : 자금 때문이었지. 해외는 너무 가고 싶은 돈은 모자라고 근데 떠나고 싶어 미치겠고. 그래서 국내로 눈을 돌린 거야. 지금은 해외에 가기 전 우리나라 먼저 다 돌아봐야겠다고 느껴. 보라카이의 바다는 정말 멋지지만 광안리 바다와 여수바다도 그만의 멋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기에 마음속에 더 사무치지. 한국에 다 있다니까~
주머니가 3%로 부족하다면
진 : 우선 난 4일을 기준으로 10~12만 원 정도 준비해. 돈이 부족하다 싶으면 식비를 가장 먼저 줄여. 너무 안 먹으면 진정 여행을 즐기는 것 같지 않아서 한 끼 정도는 그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음식을 먹어. 전주에서는 비빔밥, 담양에서는 떡갈비. 그리고 아침에 숙소에서 출발하기 전 주먹밥은 필수. 이동하는 중간 중간 허기를 채우기엔 딱이야.
림 : 여행은 배고파야 기억에 남는 법. 계획한 예산에서 반만 들고 반은 통장에 넣어 가져가는 편이야. 현재 손에 있는 돈으로 최대한 열심히 쪼들려서 다니는 것. 돈을 쓸 때마다 “나중에 이 소비를 후회하진 않을까?” 생각하며 쓰는 게 재미지. 언제 그래보겠어. 걱정을 많이 할수록 나중에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되는 거야.
민박과 마을회관을 적극 이용하라
진 : 숙식은 거의 주로 민박이나 마을회관을 사용해. 1인당 만 원이면 사용 가능하고 운이 좋으면 끼니도 때울 수도 있어. 작년 겨울에 갔던 민박집에서는 김치를 사고 싶다 했더니 만 원만 받으시고 “김치냉장고에서 마음껏 꺼내 먹어~”라고 하셨어. 그 날 저녁은 김치전에 김치찌개에 김치계란말이까지 김치파티를 한 기억이 나. 마을 이장님께 연락해서 숙소를 여쭈면 아는 분 댁이라도 연락해서 어떻게든 잘 머물다 갈 수 있게 도와주셔. 정말 감사한 일이지. 팁이 있다면 그 지역 관광 사이트에 들어가거나 문화 관광 부서에 전화해서 숙박업체를 알아보면 저렴한 숙박을 구할 수 있어.
우산과 우비 그리고 뻔뻔함은 필수
진 :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다 싸들고 갔지. 근데 이게 웬일. 여행가면 꼭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이 짐이 되는 거야. 가방은 왜 그리 무거운지. 그래서 여행 짐을 쌀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활동하는 순서대로 준비해. 하루에 쓰는 것만 챙기면 훨씬 빠르고 빠뜨릴 염려도 없지. 친구랑 떠난다면 나눠서 준비하는 것도 좋아. 마지막으로 어느 계절이나 상관없이 우산이나 우비는 필수!
림 : 처음 본 사람과도 마음을 터놓는 것을 즐겨야 해. “사진 찍어주세요. 열 장 찍어주세요!”라는 뻔뻔함도 필요하지. 또 한 가지는 계획에 얽매이지 말 것. 하루만 머무르기로 했어도 미치도록 아쉽다면 굳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길 필요는 없다는 것. 내 여행의 주체는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마.
이곳으로 떠나자
진 :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은 여주야.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갈 수 있는 지역이라 학기 중에도 부담 없고 방학 중이면 더욱 좋은 곳이지. 내가 다녀온 곳은 신륵사-세종대왕릉-파사성이야. 신륵사는 신라 때의 사찰인데 중요한 유적지인 동시에 관광지지. 남한강을 끼고 있는 모습이 정말 경이로워. 세종대왕릉은 효종대왕릉과 붙어있는데 둘을 잇고 있는 길이 수목원처럼 한적하고 아름답지. 파사성은 정상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경사가 높은 편이라 힘들지만, 정상에 가면 화려한 절경이 펼쳐져. 성곽을 따라 걷다보면 쉬어 가라는 듯 그늘을 내어주는 나무도 만날 수 있어.
림 : 제일 추천해 주고 싶은 지역은 여수 향일함. 우리나라에서 해를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이야. 새벽 4시부터 밤새 기차를 타고 등산까지 해서 올라갔는데 겨울이라 날씨가 안 좋아서 해를 볼 수는 없었고 너무 추웠어. 그런데도 그 힘들었던 게 아직도 기억나. 엑스포 공사 중이라 교통이 안 좋았지만 오동도는 진짜 재밌었어. 오동열차도 타고 끝없이 뻗은 바다(캬~). 정말 멋져.
처음 국내여행을 준비하는 국민*인에게
진 : 여행[旅行], 나그네처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국민*인! 어머니는 늘 나에게 “너는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니니 대학생활에 아쉬움은 없겠다”고 말씀하셔. 맞는 말이야. 대학생이 아니면 어디로 무작정 떠날 용기와 열정 그리고 무모함이 과연 나에게 있을까? 이번 방학에는 경주와 태안 쪽을 돌아보려고 해. 경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이라 기대가 커. 경주 출신인 친구가 적극 추천해 줬고 지난 학기에 수업 중에 불국사 삼층석탑에 대한 얘기 나온 적이 있어서 정말 궁금해. 이번 여행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돌아올 거야. 여행은 매일 똑같이 구르는 일상에서 벗어나 돌아와서는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왔는지는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젊음을 믿고 꼭 떠나길 바라.
림 : 이번에는 겨울에 못 갔던 ‘동양의 나폴리’통영에 가볼 생각이야. 혼자 떠나면서도 겁나지 않았던 건 우연히 만난 분들과의 좋은 인연 때문이야. 순천만에서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드린 분들과 인생얘기까지 나누고 부산에서 또 다시 만났을 때의 그 기쁨. 세상 정말 좁다 느끼면서도 정말 행복했어. 그러니 꼭 그 기쁨 누려라!
마지막으로 나만의 Best 1 여행지를 뽑는다면
진 :여주를 추천했다시피 여주에서는 재밌는 기억이 많아. 가끔은 목적지까지 히치하이킹을 하기도 하는데 경찰 분을 만난 적이 있어. 유적지까지 공짜로 입장하게 해주시고 유적지에 대해서 직접 설명까지 해주셨어. 매년 11월 달에 답사한 지역 사진을 주제로 사진전을 여는데 이번 년도에는 차를 태워주신 고마운 분들과의 추억을 주제로 전시해보려고 해.
림 : 예전부터 부산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다녀온 후에도 잊히지 않는 곳이야. 부산에서는 정말 행복한 기억밖에 없어. 겨울에 갔었지만 부산에 있을 때만은 날씨가 맑았어. 남포동을 간다면 씨앗호떡 강력추천. 또 기차에서 고등학교친구와 우연히 만나 광안리에서 먹는 회 맛은 정말 최고였어. 광안대교 야경도 일품이지.
여름이고 방학이다. 우리는 낯선 것들과 만났을 때 비로소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들이 일어난다고 한다. 내 애꿎은 주머니 사정만 탓하지 말고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려 몇 배의 가치를 누려보자. 돌아올 때는 누군가에게 전해줄 여행담을 가득 안고 돌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