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자유예찬! 우리의 권리, 언론정보학부 학술제 ADRUM

자유예찬! 우리의 권리, 언론정보학부 학술제 ADRUM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고 가을도 조금씩 겨울맞이를 준비할 즈음, 매년 국민대에서 낙엽이 떨어지는 속도보다 더 분주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유예찬 언론정보학부생들이다. 올해로 벌써 12번째를 맞이하는 학술제 준비로 한창이기 때문이다.
언론정보학부 학술제의 정식명칭은 ‘ADRUM’이다. 애드럼은 그리움이 사무치게 두고두고 보고 싶다는 뜻으로 동사 ‘애드럽다’의 명사형 ‘-을’을 결합하여 만들었다. 학술제 이름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센스를 듬뿍 담았다.
학술제에 참여하는 언론정보학부생들은 나뭇잎에 물이 들고, 색을 곱게 입은 잎사귀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또 다음을 기약하며 땅으로 다시 가는 이 계절 내내 오로지 ‘학술제’에 자신이 가진 열정을 쏟아낸다.


애드럼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동문인 이데일리 김형철 사장의 특강으로, 2부는 학부생들 전원이 참여하여 언론과 광고로 나뉘어 팀을 구성해 작품을 발표하는 기회의 장이 열린다. 3부는 졸업한 선배님들과 교수님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홈커밍데이로 채워진다.


애드럼의 묘미 중 최고의 묘미는 과연 2부라고 할 수 있겠다. 학부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 그 결과물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주제선정도 탁월했다. 대학생이라면 마땅히 가져야할 사회적 문제를 끌어다 왔다. 이제 한 달 가량 후엔 국민을 대표할 새 사람을 뽑게 된다. 올해 애드럼 주제는 ‘남겨진 권리’였다. 지난 총선에서 20대의 낮은 투표율이 각종 매체에서 다뤄지곤 했었다. 18번째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 일찍부터 나선 것이다.


언론정보학부는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야 말로 올바른 사회로 나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주제를 ‘남겨진 권리’로 택한 이유를 밝혔다. 광고와 언론으로 나누어 광고 전공조는 투표율이 저조한 20대를 투표장 앞으로 끌고 올 묘안을 앞다퉈 내놨다. 또한 언론 전공조는 사회 전박전으로 퍼져있는 선거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투표율 장려를 위한 그들만의 기발한 접근방식을 내보였다.
애드럼에서 보인 언론정보학부생들의 끼는 가히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른 통찰력을 PPT와 영상에 빼곡히 담아냈다. 어떻게 하면 저런 생각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넘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광고팀 발표에서는 실제로 전파를 타게 된다면 20대 투표율을 충분히 고취시킬 수 있을만한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조는 광고수업 때 배운 것을 정직하게 따라 기분에 충실한 기획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무엇이든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후에야 그 외에 것들을 쌓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었다. 왜 기존 광고들이 20대들의 손을 끌어 투표장으로 데려가지 못했는지에 대해 분석하며 흥미보다는 올해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공감’ 위주로 광고를 구성한 것이 눈에 띄었다.
영상과 친근한 학부답게 매 발표마다 화려한 영상들을 재생됐다. 20대들이 투표를 ‘안’한 것이 아니라 ‘못’했다고 하는 것에 착안하여 이 ‘못’을 빼기 위한 프로젝트인 MOT(=make over twenties)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가히 예술이었다.
또, 마냥 PPT 발표만이 아닌 TV 토론 프로그램의 형식을 따와 패널이 PPT를 발표하는 형식은 참신하고 참신했다. 이 팀이 남긴 메시지 또한 그랬는데, 투표가 궁극적으로 자기계발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그들이 선사한 슬로건도 우리들이 새겨야할 강력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투표로 스펙하라’.

광고에선 창의력대장들의 잔치였다면, 언론은 깨어있는 의식의 장이었다. 사회 전반에 걸친 투표에 대한 젊은이들의 문제를 같은 입장으로서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언론이라고 해서 뉴스처럼 딱딱한 건 아니다. 어떤 팀의 인트로는 마치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했다.
통계를 위해 길거리로 나가 설문조사도 하고 길거리 인터뷰도 하여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든 점도 돋보였다. 한 팀은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블라인드 테스트도 하며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임한 것이 눈에 띄었다.
투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게 만들어준 그 때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어른들의 입을 빌어 젊은이들이 가져야할 의식을 전해주기도 했다.
우리는 한 사람의 투표가 얼마만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한 팀의 영상에 따르면 한 표의 가치는 대통령임기와 우리나라 예산을 유권자의 수로 나눈 3천 2백만 원의 한표의 가치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 팀이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1000원이라거나, 가치가 없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우리가 투표에 대해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어 한 표가 가져온 역사적 변화들을 언급하면서 시계 속 12와 19를 방향을 바꿔 12월 19일은 우리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소중한 한 표 임을 오버랩 시켜 청중에서는 환호성이 터지고 저절로 박수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지기도 했다. 그 영상을 언어로 설명하려니 좀 구질구질해지고 그 의미가 퇴색되는 감이 없잖아 있어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그 영상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장이라도 추천하고 싶은 심정이다.
또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준 팀은 투표를 안하는 것은 (   )다로 시작해 그 빈칸을 ‘부끄러움’이라 채우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일상 속에 우리가 부끄럽다 여기는 일들을 보여주면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결국 부끄러운 일이라 말하는 의도도, 영상도 찬란하게 빛났다.
학술제는 1학년은 필수이지만 나머지 학년에겐 그야말로 남겨진 권리이다. 선택은 의지에 달렸다. 적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 할애해야하기에 학업과 동행하는데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우들과 합심하여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일을 기꺼이 해낸 모두가 주인공인 학술제다.

 
비록 1,2 위팀에게 수상하는 제도가 있긴 했지만 광고 네 팀, 언론 네 팀 모두 누가 더 창의적이고 멋지다고 할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저마다 각자의 개성과 스스로가 소중하다 여기는 가치들의 고스란히 배여 있는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충분히 존재의 이유를 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결과물로만 그들을 평가할 순 없는 건 그들이 학업에 열중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보냈을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2위가 발표되는 순간에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기도 하고, 발표가 된 후엔 세상을 다 가진 듯 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누군가는 끝났다는 안도감에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거나 혹은 청중들의 박수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챔피언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홈커밍데이 열기는 뜨거웠다. 분위기를 이어 또 다른 곳에서 그들이 품고 있는 또 다른 끼와 열정을 보여주는 무대가 펼쳐진 듯 했다. 마치 그들은 밤을 잊은 듯 보였다.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았고 11월 21일부터 25일까지 부재자 투표기간이다.
그들이 우리들을 투표장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노력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나 역시 부재자투표를 신청할 것이다. 더불어 학술제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이 투표참여에 대한 의식이 한껏 고취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들의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좋은 뜻으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