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국가대표 아이스하키선수 이내경을 만나다.


아침에는 군인, 낮에는 대학생, 저녁에는 국가대표? 스핑크스도 밤낮을 고민하다 결국은 포기했을 것 같은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이내경(체육학 전공 12)'이다. 아침 점호 후 ROTC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을 뛰며, 7호관에서 볼펜을 들고 전공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태극마크가 달린 선수복으로 갈아입고 하키스틱을 든다는 그녀. 누구보다도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 그녀를 만나보았다.

 

 


Q.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집 앞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인라인 하키를 하는 언니 오빠들을 보았는데 너무 멋있어보였다. 부모님을 졸라 인라인 하키를 시작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인라인 하키는 날씨와 장소의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마음껏 경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약이 적은 실내스포츠인 아이스하키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당시 부모님께서는 대학을 진학해야 한다는 걱정 때문에 하키에 대한 지원을 해주지 않으셨다. 1년 동안 모은 세뱃돈과 용돈으로 하키 장비를 사고, 부모님 몰래 장비를 숨겨두며 운동을 했었다. 그러다 걸려서 장비를 전부 압수 당하기도 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아예 운동을 할 수 없었고 대학입학이 확정된 후 바로 아이스하키를 다시 시작했다.

 

 

Q. 국가대표로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작년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되었을 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야 했는데 KOREA라고 쓰여 있는 유니폼에 내 이름이 새겨진 것을 보았을 때 뭉클했다. 유니폼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니 그제야 실감이 나고 부담이 되더라.

세계선수권 대회에 나가니 폴란드,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영국 각국의 선수들과 함께 링크 위에 서서 시합을 하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시합이 종료될 때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며 애국가를 제창할 때 정말 가슴 속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시합할 때에 한인회 몇 분이 오셔서 '대~한민국' 이라는 응원을 해주시는데 내가 마치 2002 월드컵 4강신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었다. 세계선수권 이후로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부담감,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Q. 아이스하키가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닌데 힘든 점은 없나?

아이스하키는 대한민국에서 비인기 종목이다. 다들 알다시피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 선수의 삶은 굉장히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 또한 그들과 다를 바 없겠지만 가장 힘든 것은 '관심'이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뿐더러 대표 팀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 또한 많이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든 것 같다. 비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에 필요한 것은 물질적 지원보다는 관심이 먼저 인것 같다.
(지난해 201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II-그룹B 대회에서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고 하여 올해 디비전II-그룹A 으로 승격한 여자대표 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Q. 힘들지만 포기할수 없게 하는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설명해달라

축구는 발로만 야구는 손으로 하는 운동이라면 아이스하키는 스케이트를 타는 발, 스틱을 쥐는 손, 팀웍이 모두 완벽해야 하는 운동이다. 아이스하키는 체력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선수교체를 심판의 휘슬 없이도 수시로 한다. 거의 5분마다 교체한다. 링크위에는 6명이지만 사실상 22명이 동시에 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어느 운동보다도 팀웍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전략을 생각해야하고 손과 발, 온몸을 사용해야하며 보이지않는 팀웍까지 내 모든 것을 다 발휘해야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지금 같이 더운 날씨에는 링크장에 들어갔을 때의 '시원함' 또한 아이스하키의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Q. 학군단 여후보생은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나?

어렸을 때 부터 남성적인 면이 강해 태권도, 축구, 아이스하키와 같은 운동을 즐겨왔고 꿈 또한 여군이였다. 학군단에 지원하면서 실제로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다시 받아볼 일 이 있었는데 생활기록부를 보니 장래희망 6칸(중1~고3)이 모두 '군인' 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많이 놀라웠다. (웃음) 육군사관학교에 가고 싶어서 대학진학도 포기하고 3수를 했으나 실패하고 체육대학이 유명한 국민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마침 여후보생을 모집하는 학교여서 망설임 없이 바로 학군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Q. 학군단에서 자치위원도 하고 성적이 좋다고 들었다.

자치위원은 쉽게 설명하면 학생회와 비슷한 개념이다. 지금은 54기 대외홍보과장을 맡고 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군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내가 군인이 되면'이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확고한 목표와 신념을 가지고 후보생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입영훈련과 교내교육에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목표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체력과 정신력이 필수 이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항상 엄격하려고 노력한다. 단장님과 훈육관님들이 그런 노력들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

 

 

Q. 선수 훈련, ROTC 훈련… 학업은 신경쓸 시간이 없을 것 같다.

매일 아침 6:00 에 기상하여 학군단의 아침점호 및 조조체육에 참여하고 이후 9:00 부터 1교시 수업에 들어가게 되며 학과 수업을 마무리 하게 되면 바로 18 : 00 까지 태릉선수촌 빙상장으로 향한다. 이때 약 1시간정도 소요가 되는데 이시간에 주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며 휴식을 취한다.  18 :00 - 22 :00 까지 지상훈련 & 아이스 훈련을 마치고 다시 학군단 기숙사에 도착하면 밤 11시가 훌쩍 넘게 된다. 이때부터 학과 수업의 과제와 공부를 한다. 보통 새벽 2~3시에 하루 일과를 마치게 된다. 운동하는 사람은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이 싫어서 절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대표 팀에 들면서 3점 후반대로 성적이 조금 떨어졌지만 유지하고있다.

 

Q.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장래희망은 어릴적부터 직업군인이었다. 지금도 꿈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요즘 스포츠 재활쪽에 관심이 많아졌다. 외국에서 스포츠 재활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 최종적인 꿈은 내가 배운 것을 바탕으로 군대체육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7월 한 달 동안 하계 입영훈련을 받고 온 이내경은 쉴새없이 또 '2014 여자 아이스하키 Summer 리그'에서 경기를 하고있다. 왠만한 아이돌 버금가는 살인적인 스케쥴이지만 정작 본인은 지치는 줄 모른다고 한다. 힘들지만 세 가지를 병행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그 일이 좋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가 좋고, 군인이 좋고, 전공이 좋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바쁜 지금이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독자들도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잊고있던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해보길 바란다. 그것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핑계가 무색해질만큼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또 하나의 국가대표가 탄생하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