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일본군 위안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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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중국의 심양에서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 위한 남북해외여성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연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 등 남․북과 해외의 여성단체 대표들은 이번 토론회에서 ‘일본군 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해외여성토론회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일본군의 잔악무도한 성노예범죄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투쟁과 연대활동을 더욱 강력히 벌려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이런 국내․외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양 국가 간의 실질적인 대화는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로 계획해두었던 한일 사이의 국장급 협의도 의제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개최 전망이 불확실해졌다. 지난 반세기 동안을 이어왔고 앞으로 다시 반세기,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민*인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흔히들 피상적으로, 막연히 반일 내셔널리즘과 연결시켜 이 문제를 보는데 위안부 문제의 실상은 전시 상황이라는 극단적 폭력사태에서 벌어진 반인륜적 행태라는 것입니다. 현재 세계의 시선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모아지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대립구도 때문이 아닌, 전시상황에서의 대표적 인권유린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단 인류적 차원의 보편적 문제제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국민*인들은 일본군위안부라는 아픈 역사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공부하고 이를 넓은 틀의, 섬세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매주 수요일, 대한민국 일본 대사관 앞 평화로에는 노란 물결이 넘실거린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그 곁을 든든히 지키고 선 시민들의 노란 조끼가 만들어낸 그림이다. 이른바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로 공식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이다. 집회에서는 총7가지 사항(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1992년 1월에 시작된 이래 500회가 된 2002년 3월, 단일 주제로 개최된 집회로는 세계 최장 기간 집회 기록을 갱신하였으며 이 기록은 매주 갱신되고 있다. 참가희망자는 별도의 사전 참가신청 없이 시간에 맞춰 집회장소로 모이면 된다. 현장에서 단체 참가 방명록 작성과 자유발언 순서 참여 신청이 가능하며, 시위 주관을 희망할 경우에는 미리 정대협으로 연락하면 된다. 가까운 지하철역은 3호선 안국역(6번 출구), 5호선 광화문역이다.
무심코 잊고 지내기 쉬운 아픈 과거를 일상 깊숙한 곳으로 끌어올 수도 있다. 희움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브랜드다.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응용한 다양한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http://www.joinheeum.com) 가방, 파우치, 엽서 등 할머니들의 웃음을 닮아 소박하지만 빛깔고운 제품들이다. 책 ‘역사의 증언시리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애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든 기억을 얇은 종이 위에 깊숙이 새기고 있다. 얼마 전엔 모 연예인이 방송프로그램에 희움의 의식 팔찌를 착용하고 나와 주목받기도 했다. 희움의 판매수익금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활동과 대구에 지어질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사용된다.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할머니에게 힘이 되어드릴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세계인의 목소리를 모아 일본 정부에 외치는 ‘세계 1억인 서명 운동’이다. 이름과 이메일, 국가만 적으면 완료되는 이 간단명료한 운동은 1억 명의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고, 현재 백만 명 가량이 온․오프라인 서명에 참여했다. SNS와 메일을 통해서 서명 캠페인 참여를 독려할 수도 있고, 서명 용지를 다운로드 받아 주변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은 뒤 정대협의 메일, 팩스, 우편으로 보내도 된다. 서명에 걸리는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는다. 서명운동을 하는 그 1분은 그 어느 때보다 값진 1분, 숭고한 1분, 행복한 1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그곳에 나는 없었다’라는 제목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수용인원 명부와 시모노세키 재판 조서 등의 유물 자료는 당시의 암담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영상․만화 자료들은 그보다 더 잔혹하다. 단지 이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무자비하게 끌려가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했던 모진 나날들,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이 그저 놓인 대로 있었던 눈물의 세월들을 담은 영상을 보며 그 앞에 서 있기만도 벅차 자리에 앉고 말았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의 표정이 모두 힘에 겨워 숙연한 것은 당연한 일인 듯싶었다. 한편 박물관 1층에는 할머니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 언제라도 할머니께 안부와 응원을 전할 수 있다.
“내 몸은 뺏아가도 내 마음만은 안 뺏아간다. 그런 정신으로 내가 살았다.” 특별전의 회벽에 곧게 쓰인 어느 피해자 할머니의 말씀이다. 그랬다. 할머니들은 모든 것을 잃었지만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할머니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청아하고 순진하며 아름답다. 당당하고 강하게 세상과 마주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다. 홀로 서기엔 몸은 여위었고 눈은 흐려졌다. 이제 우리가 마땅히 그분들의 몸이 되어드려야 할 차례다. 그분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과거고 우리의 오늘이다. 역사를 기억하고 치유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는 국민*인들이 되었으면 한다.
사진출처 : 한국정신대대책문제협의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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