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북악의 가락, 여름을 울리다

 

매미소리가 시들해지는 여름의 끝자락이다. 더위는 꺾인 지 오래고 거리는 느리고도 빠르게 시간을 보낸다. 지난 22일(금) 종로구 인사동은 여느때처럼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러다 시계 바늘이 2시 30분을 가리킬 무렵, 사람들이 불현듯 가던 길을 멈추고 둥그런 원을 그리며 모여들었다. 이리저리 오가는 발길들을 붙잡고 그들의 시간을 한 데 묶은 건 다름 아닌 북악의 가락. 우렁차게 북을 치고 꽹과리를 울리며 소리를 만들어내는 주인공들은 국민대학교 북악 풍물 연합의 학생들이었다. 인사동 남인사 마당에서 벌어진 북악 풍물 연합의 신명나는 놀이판, 그 생생한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공연을 2주 앞둔 8월 초, 국민대학교 북악 풍물 연합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북악 풍물 연합에 속한 풍물패는 각각 소리마니, 울림패, 공풀이, 떼울림으로 일반적으로는 각 단과대별로 활동하며, 일 년에 두 번씩 네 팀이 모두 모여 여름방학 중의 정기 공연과 12월 31일 보신각에서의 송년굿을 꾸준하게 치뤄오고 있다. 여름공연의 일시와 장소, 공연 내용을 상의한 후 바로 연습에 돌입한 북악 풍물 연합. 8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학교에 출석 도장을 찍으며 연습에 매진했다. 연습이지만 저마다 악기를 하나씩 들고 둘러앉은 학생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평소보다 늘어난 인원수에 바로 합이 맞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내 서로가 서로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점차 호흡을 맞춰나갔다.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지나가버린 연습기간 속에 실력은 훌쩍 성장했고 마침내 공연일이 다가왔다. 일기 예보가 알리는 우천 소식에 일정 연기를 고민하기도 잠시, 하늘은 북악의 풍물패들이 한바탕 놀기 좋도록 따사로운 햇빛과 선선한 바람을 내려주었다.

 

 

꽹과리 연주자 중의 우두머리인 상쇠가 나와 관중들에게 공연의 주체를 알리고 흥을 띄우는 인사를 한 뒤 본격적인 놀이판이 시작되었다. 첫 순서는 길놀이였다. 길놀이는 정직한 이름 그대로 길을 돌며 악기를 연주하며 노는 공연으로, 남인사 마당으로부터 50m가량 되는 거리를 풍물패의 모든 인원이 일렬로 행진하며 흥겨운 소리를 만들어냈다. 커다란 음악 소리가 나는 곳에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으니 주위의 이목이 금세 집중되기 마련. 길놀이를 따라온 관객들로 순식간에 남인사 마당이 가득 차고 뒤이어 운우풍뢰, 영남, 웃다리, 삼도, 판 굿 순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삼도는 소리마니가, 그 외 공연은 울림패, 공풀이, 떼울림 세 풍물패가 함께 했다. 차례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연주자들은 쉬지 않고 다음 무대에 목소리를 높여 호응했다. 매 공연이 끝날때마다 관객들은 격려와 환호의 박수를 보냈고 마당의 여기저기에서 플래쉬가 터졌다. 멋진 소리를 담으려 동영상을 찍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살며시 고개를 틀고 공연의 순서는 동이 났다. 각자 들었던 채를 머리 위로 던지며 공연의 끝을 축하하는 시간, 열정과 보람으로 가득찬 얼굴들은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가쁜 숨을 고르며 소감을 말하는 학생들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은 동료에게 전하는 고마움이었다. 합주를 해야 완성되는 풍물놀이의 특성상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연습해 온 그들이다. 때문에 동료와 나누었던 진한 우정은 단연 일순위로 떠오르기에 충분했다.

한편 공연 장소인 인사동이 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곳인 만큼 관객의 대다수가 외국인 혹은 여행객이었다. 타국의 낯선 리듬과 운율임에도 어깨를 들썩이며 한국의 전통 음악을 즐기던 외국인들, 잠시 잊고 있던 우리것의 아름다움에 새삼 감탄하며 뜨거운 촬영 열기를 보여주던 꼬마 여행객들을 만나보았다. 재잘거리는 목소리로 칭찬을 연발하던 어린 학생들은 아직 풍물놀이의 흥이 가시지 않는 듯 들뜬 표정으로 감상을 전하고는 풍물패와 기념사진까지 남긴 뒤에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