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사람을 가르치는 건축, 국민건축 40주년!

9월 24일 오후 5시, 젊음의 기운이 감도는 대학로에서 국민대학교의 건축 트리엔날레가 열렸다. 건축 *트리엔날레는 건축대학 전 학년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참여하는 큰 행사로, 건축학과가 조형대에 속했을 당시, 3년에 한번 열렸던 조형전을 모태로 만들어진 건축 전시회다. 이번 건축 트리엔날레는 건축대학이 개교한지 4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에 더욱 의미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존의 트리엔날레와 다르게 국민건축 40년 역사를 오프닝에서 강의하는 것과 그 동안의 작품과 건축형태의 변천사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는데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이었다. 그와 함께 '건축은 사람을 가르친다- 國民建築 40:건축교육 40년 Educating architects for 40 years'를 모토로, 동시대 건축 흐름을 기반으로 전시 주제를 정해 1학년부터 5학년까지 그들만의 조형이미지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트리엔날레 : 비엔날레는 2년에 한번, 트리엔날레는 3년에 한번 열리는 축제를 의미함.

전시는 학교와 가까운 종로구 동숭동 HDC 지하 1층에서 이루어졌다. 식이 시작되기 30분전부터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건축학과 교수님들과 미술학부 교수님들, 그리고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타대학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모두들 국민건축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한 사람들이었다.

오프닝에서 국민대학교의 유지수 총장과 최왕돈 건축대학장이 각각 축사의 말씀을 전했다. 건축대학이 조형대학에서 별도의 기구로 독립해 나와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국민건축 40주년이 가지는 빛나는 의미와 앞으로도 굳건히 나아갈 국민건축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셨다. 이어 건축대학을 대표하는 모든 분들이 나와 컷팅식에 참여했다.

 

 

오프닝을 맞이하여 박길용 건축대학 명예교수의 국민건축 역사 강의가 시작되었다. 전시장 안 프로젝터를 이용한 교수님의 강의에서는, 재직 당시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설계와 세계건축사를 가르친 베테랑의 기운이 느껴졌다. 짧지만 깊이 있는 강의에 학생들과 교수님들 모두 눈과 귀를 기울였다.


"한국 건축교육은 1916년 시작되어 일제강점기를 거쳐 거의 100년 가까이 되었다. 혼돈, 이데올로기의 충돌, 미군정을 지나 1940~60년대 우후죽순으로 대학교육이 시작되었고, 국가주의가 팽배하던 1974년 국민 건축교육이 시작되었다. 조형대학 건축학과 김수근 교수가 초대 조형대학장을 지내고 일명 '김수근 효과'가 불었다. 2000년대에 들어 미디어가 다양해지고 전통뿐만이 아니라 여러 건축양식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건축대학'이라는 새로운 단일대학, 단일학부, 단일학과가 한국 최초로 국민대학교에 생겼다. 독립된 학과로서 이점이 많았다. 1976년의 '조형전'이 처음 시작되고 한국 모더니즘의 초기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1987년 '도시설계'가 나오고 주제가 있는 구조주의적 건축이 시작되었다. 그린디자인, 조명디자인의 보편화가 시작되었고 지금의 설계스튜디오 시스템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 이후 건축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하나의 주제 안에 여러 개인의 작업이 자유롭게 나오는 형상을 지향하고 있다. 그것이 오늘 날의 건축이다."

박교수는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서 이런 교육을 받고 여러분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 이유는, 그저 '그냥'이라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우리 학교에 몸담으신 많은 교수님들의 생각과 노력,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 때문이다."는 것을 강조했다.

 


강의 후 *크리틱 자리가 마련되었다. 각 학년별로 자신의 위치에 서서 차례로 교수님들의 크리틱을 받았다. 학부생을 향한 교수님들의 크리틱은 지난 3년간의 교육성과를 주기적으로 확인 할 수 있고 건축대학 학생들의 지식향상에 도움이 되는 특별한 행동이다. 한 학기 동안 밤을 새가며 열심히 만든 작업들이 학년 불문하고 교수님들의 냉철하고 엄한 평가를 받았다.

*크리틱 : 'critique(비평하다)'에서 온 말로, 대학에서는 한 분야의 전문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만든 발표나 작업물을 비평과 평론하는 시간을 의미함

 

 

모든 식순이 끝나고, 작업소개에 앞서 전시장을 소개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나오는 첫 번째 전시장에는 국민건축 40년 역사를 설치미술과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왼쪽 벽면에는 50cm정도 높이의 1학년 학생들의 작품들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다음 전시장으로 이동하면 두 갈래의 길이 보인다. 어디로 이동하던 자유다. 한쪽 벽면엔 3학년 작업들이, 또 다른 한쪽 벽면엔 5학년들의 작업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있다. 그 가운데, 2학년과 4학년의 작업들이 두 줄로 나뉘어 서있다. 2학년 작업 맨 앞에는 빔 프로젝터가 설치되어있다. 영상물 안에는 2학년들이 만든 '웨어러블 아키텍처(Wearable Architecture)'를 착용한 채 빙글빙글 런웨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건축대학 이경훈 교수에게 전시 관람에 대한 간략한 지침을 들어보았다.

"건축 트리엔날레는 1974년 창설된 이래로 매 3년마다 진행되는 큰 행사입니다. 올해는 불혹의 나이 40주년을 맞이하여 다른 사회문화 현상과 건축을 비유한 행사를 기획하였습니다. 국내 최초 스튜디오 시스템을 도입한 만큼, 준비과정에서 학생들은 외부의 유명 인사들이 크리틱을 해주는 시간과 교육과정의 변천사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1학년은 골드버그머신(Goldberg Machine), 2학년은 웨어러블 아키텍처(Wearable Architecture), 3학년은 가장 티피컬(Typical)한 건축교육, 4, 5학년들은 자유로운 상상력이 구현 가능한 스튜디오별 주제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점을 참고해서 전시를 관람하셨으면 합니다."

 

1학년들은 '골드버그머신(Goldberg Machine)' 프로젝트로 '자신의 방'을 만들었다. '골드버그머신'이란 거창하고 복잡하게 생긴 물체가 단순한 일만을 함으로 오는 풍자적인 면모와 의외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직설적이지 않은 풍자적 기법을 이용해 자신의 방을 새롭게 재구성하였다. 실내디자인이면서 건축의 가장 기본단위인 '자신의 방'은, 자신의 생활범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프로젝트다. 곳곳에 1학년답지 않게 섬세하고 깔끔하게 보드를 이어붙인 작품들이 눈에 띈다.


2학년들은 '웨어러블 아키텍처(Wearable Architecture)'라는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웨어러블 아키텍처'란 말 그대로 입을 수 있는 건축으로, 건축이 의상디자인처럼 보이지는 않으면서도 건축다운 모습이 나올 수 있도록 디자인한 특이한 시도이다. 범주 제한이 없는 현대의 예술 안에서 건축의 색을 살리면서도 다른 매체의 특징과 건축을 통섭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프로젝트다. 실제 사람크기의 작업은 마치 설치와 입체미술을 오가면서도 건축이라는 핵심을 놓치지 않은 완벽한 건축이었다. 오프닝 당시 그 옆에서 본인의 작품을 입은 채 서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3학년들은 가장 전형적인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마음으로 건축의 구조를 체득하고, 건축에 관한 사유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건축이 근본 학문이며, 건축의 가치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 집이 있듯이,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지향해 온 '건축물=집'을 손끝으로 만들어보며 깨닫는 것이 목표이다. 모든 학년의 프로젝트 가운데서 3학년 프로젝트야 말로 장소, 사람, 관계를 중시하는 건축의 기본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는 프로젝트다.

4학년과 5학년들은 각자 자유로운 주제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1~3학년은 한학기마다 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서 디자인과 기본 구조에 대한 기본기를 다지고, 4학년에 올라와서는 그동안 배운 것들을 심화시켜 '나의 개념','나의 생각'을 담은 건축을 창조하는데 힘을 기울인다. 실제로 어떻게 지어지고 디자인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시기이다. 골판지를 이용한 회오리 모양의 벽안에 4학년 학생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들은 모두가 하나의 콘셉트를 가지고 제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4학년다운 꼼꼼함이 돋보이는 작업이었다. 중간 중간의 건축적인 조명들이 눈을 사로잡기도 했다. 천장의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그들이 놀라웠다. 프로젝트의 중심부뿐만 아니라 서론, 본론, 결론, 그리고 마지막 마침표까지도 신경을 쓴 느낌이다.



5학년이 되면 실무에서 어떻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운영과정을 배움과 동시에 개인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 또한 활발히 이어진다. 사회에 나가 일을 한다는 것 이전에 한명의 건축가로서 자신의 건축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을 다시 한 번 흔들림 없이 재정비하는 시기이다. 5학년은 이번 트리엔날레에서 전 학년을 통틀어 가장 떨리고 생각이 많은 학년일 것이다. 그런 만큼 건축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들뿐이었다. 우드락, 하드보드, 그리고 아크릴판을 레이저 커팅한 작품들은 그들이 얼마나 완벽을 추구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곧 졸업을 앞둔 그들에게 그들이 열심히 한 만큼의 보상이 따르길 기대한다.


2014년 건축 트리엔날레는 성공적이었다. 이번 트리엔날레를 관람하면서 마치 장대한 영화 한편을 본 듯한 착각 속에 놓였다. 입구부터 작품이 끝나는 부분까지, 작업은 복잡하지만 길은 세련되게 정리되어 있었다. 덕분에 관객들은 길을 따라가면서 건축의 변천사를 볼 수 있었다. 초창기의 현대건축부터 지금 이 시점 활발히 신호하고 있는 현대건축까지, 몰랐던 건축에 대해 알게 되었다. 건축이란 인류 예술의 총체적 집합소다. 거창한 단어를 쓰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만의 조형언어가 따로 존재한다. 건축은 그 언어로 사람을 살리고, 가르치고, 키운다. 학생들이 자신이 5년 동안 배운 언어를 사회에서 구사해 나가면서, 전시장에서 느낀 그 자긍심을 언제나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국민건축 40주년, 앞으로도 좋은 가르침의 명맥을 이어 더욱 힘차게 달려 나가는 국민대학교의 건축학부가 되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