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그 사람을 찾습니다 #18] 종합격투기 선수 "방기훈"을 만나다.


국민대학교에는 종합격투기 선수 생활을 경험한 청년이 있다. 바로 경영정보학부에 재학 중인 방기훈씨의 이야기이다. 현재 그는 선수 생활을 마치고 복학하여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평범한 학생이지만, 그와 동시에 경험해온 선수 생홯을 토대로 자신만의 영역에서 종횡무진 달리고 있는 팔방미인이다. 종합격투기가 생소한 국민*인이라면 더욱이나 그의 종합격투기 선수 생활과 그만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것이다. 그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이러한 자신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평범한 듯, 특별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저는 경영정보학부 10학번 방기훈이라고 합니다. 학교를 다니는 중간에 휴학을 하고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다가, 최근에는 그 동안의 선수 생활을 갓 마친 후, 데뷔하려는 친구들이나 취미로 종합격투기 배우시는 분들을 도와주며 제 이름을 단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사실 장기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천천히 생활을 되찾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네요.

 


종합격투기는 이종격투기에서 시작이 된 스포츠로, 말 그대로 다른 종류의 격투 스포츠가 맞붙는 형태에요. 예를 들어 레슬링을 하는 선수랑 복싱을 하는 선수랑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와 같이 어떤 종목이, 혹은 조금 더 본질적으로 어떤 인간이 더 강한가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곧 종합격투기라는 스포츠를 만들었죠.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벨트 아래의 타격을 금지하고 상체만 때릴 수 있는 복싱, 그곳에 조금 더 추가가 되어서 킥을 사용할 수 있는 킥복싱, 무에타이, 타격을 배제하고 관절기와 던지기 기술로 싸우는 그레플링, 레슬링 등 보통의 격투 스포츠가 이런 식으로 무언가 하나로 상대와 겨룰 수 있게 룰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에 한 종목만 해서 다른 종목을 이긴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고 조금 더 복합적으로 수련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죠. 그리고 그것들이 맞붙기 위해서는 모두 허용이 되는 “종합격투기”라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했던 것이에요. 또한 그 규칙들 사이에서 선수의 안전을 위해서 누워있는 상대의 얼굴을 발로 밟아서 공격을 하거나, 상대방의 뒤통수를 공격하거나, 수직으로 엘보우를 꽂는 행위를 비롯해 눈을 찌른다거나, 무는 비신사적인 행동도 금지하고 있어요. 정리하자면 종합격투기는 모든 것을 안전한 범주에서 허가해서 누가 더 어떤 수련으로 더 강해졌는지를 겨루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맨손으로 싸웠어요. 하지만 현대화가 진행이 되면서 점차 글러브를 사용하게 되었죠. 여기서 이 글러브의 용도를 3가지로 나눌 수가 있어요. 먼저 첫 번째로 종합격투기가 상대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대회에서 이기기 위함이라는 것에 있어요. 그렇기에 영구적인 데미지를 주면 안 되는데, 내지른 주먹이 패딩 없이 그대로 상대방과 부딪히면 상대방의 얼굴이 함몰이 되거나, 사람 손이 부러지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나 사람 손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대게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약해서 프로 선수들도 부상이 잦아요. 너클뼈가 손 뒤쪽으로 밀려들어가기도 하고, 깨지기도 하고, 손목도 잘 부러지죠. 그렇기에 선수 서로의 보호를 위해서 종합격투기용 글러브가 생겼죠.

두 번째는 커팅의 문제예요. 여기서 커팅이라 함은 살이 찢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경기 도중에 선수의 출혈이 너무 심하면 경기가 중단이 돼요. 근데 만약 패딩이 없으면 아무래도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이 뜯겨나가게 되고, 결국 출혈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이 때문에 경기 전에 얼굴에서 잘 찢어지는 부위, 광대와 코, 눈 윗부분에 바셀린을 바르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때문에 이러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글러브라는 장치가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이건 제 생각인데 축구선수에게 축구화라는 도구가 있듯, 스포츠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장비는 갖춰져 있어야 사람들이 스포츠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글러브 없이 맨손으로 싸운다면 그냥 길거리 싸움이랑 뭐가 다른가에 대한 인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글러브를 통해 정해진 규칙을 통해 정식으로 겨루는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성도 있죠.

 


그렇죠. 점차 체계적인 룰을 통해서 정정당당하게 강함을 겨룰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기에 종합격투기라는 스포츠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죠. 때문에 배우러 오시는 분들도 점점 다양해지고, 많아지는 추세인 것 같아요. 제가 있던 체육관에서만 하더라도 점차 많은 사람들이 격투기를 배우러 오셨고, 액션 배우들을 비롯해서 아이돌 가수, 여자 배우들까지도 배우러 오시기도 했어요. 점차 안정성과 체계화를 갖춘 스포츠가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요.

 

 

 


어렸을 때 채널을 돌리다가 70kg의 선수가 120kg에 육박하는 선수를 이긴 경기를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경기가 바로 종합격투기 경기였죠. 우연히 이 경기를 접하고, 어린 마음에 큰 감명을 받아서 이 스포츠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주욱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어려서부터 격투 운동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했거든요.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복싱을 비롯해 킥복싱, 검도, 레슬링들을 하나하나 배워왔죠. 결정적으로 종합격투기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계기는 2009년 즈음에 정찬성 선수 경기를 보고 난 후였어요. 생전 처음 보는 스타일의 선수였는데 보고 있는 동안 피가 끓어오르면서 아, 이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사람이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죠. 때문에 기존에 운동을 배우던 체육관에서 나와서 주짓수 베이스의 종합격투기 체육관에서 운동을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실 격투기와 경영학의 시작은 서로 관련성이 없었던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두려움이나 망설일 이유도 없었던 것 같아요. 경영학과에 들어온 것, 격투기를 시작한 계기 모두 그냥 좋아서 한 거예요. 예를 들자면 경영정보학에서 IPO:Input-Process-output 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여기서 인풋이 시간이 됐든, 비용이 됐든 그것을 아웃풋으로 변환하는 데에 전공이 제약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거침없이 하는 것이 대학생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생에게 가장 큰 자산이 시간과 노력이니까, 제가 가진 시간을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판단했어요. 표현하자면 제가 경영정보학부 학생이니까 경영에 관련된 것으로 자신의 시간을 꼭 억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영학과 학생이 옷을 좋아할 수도 있고, 반대로 무용하는 친구도 수학을 할 수도 있죠. 하나에만 몰두하고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그저 제 마음이 이끄는 데로 좋고 재밌는 것을 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러한 답의 형태는 사람이 다양한 것만큼이나 다양할 테니까요.

 

 

 


사실 격투기 선수 생활이 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어려움이라고 말할 것까지는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격투기를 하다가 오른쪽 무릎 연골이 심하게 부상당한 적은 있었어요. 제가 주로 오른 발이 앞으로 나온 상태의 입식 타격으로 플레이했기 때문에 킥에 노출되기 쉬운 무릎의 부상이 조금은 부담이었죠. 하지만 이 부상은 오히려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했던 동기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은 것 같아요. 종합격투기의 큰 장점 중 하나가 그라운드 기술이 추가되면서 경기를 펼쳐나갈 수 있는 방향과 전략이 다양하다는 것인데, 이 부상으로 더 나은 경기를 펼쳐나가기 위한 다양한 옵션들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더 다양한 운동을 접해야 했고, 이 때문에 좋은 인연도 많이 생겼어요. 슬럼프 때는 조중연 관장님께서 많이 도움을 주셨죠. 이외에도 몇 차례의 크고 작은 부상을 겪으며 선수 생활을 했지만 이 부상들을 대단한 정신력과 노력으로 극복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즐겼어요.

 


기억에 남았던 순간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가장 큰 대회, 혹은 가장 좋은 성적의 대회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정찬성 관장님의 팀 이름을 달고 나갔던 King of the Grappling이라는 대회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관장님께서 체육관을 여신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들어가게 되었고, 체육관의 이름을 등에 걸고 출전한 첫 대회가 바로 이 대회였어요. 체육관을 열고 처음 출전한 대회였기 때문에 막다른 사명감으로 대회를 준비했죠. 하지만 당일 날 대회장으로 향하고 있는 도중에, 관장님께서 급한 사정으로 대회장에 오시지 못한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워낙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니 솔직히 좀 힘이 빠졌죠. 여차저차 대회가 시작되었고, 넋을 놓고 있다 보니 어느덧 제 경기가 시작되고 있더라고요. 대회장은 상대 선수를 응원하는 소리로 가득했고, 저는 우울한 마음에 경기에 잘 집중하지 못했죠. 여러 차례 점수를 잃고, 저는 시합 내내 밑에서 깔려서 공격당하고만 있었어요.

깔려있는데 힘도 안 나고, 참 경기가 하기 싫더라고요. 의욕 없이 경기를 펼쳐나가는 중간 많은 상대편 응원소리를 사이에서 “코리안좀비(팀 이름) 잡고 올라가자!” 하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어요. 이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정신이 팍 들면서 “아, 이거 진짜 지면 안 되겠구나.“ 싶었죠. 곧바로 경기에 집중이 되면서 유리한 포지션으로 전환했고, 트라이앵글 초크로 첫 경기를 이겼어요. 전체 시합에서 첫 경기였던지라 메달이 확보 된 것도 아니고 각별히 중요한 경기도 아니었는데, 그 겅기 때는 승리를 거두고 소리도 크게 지르면서 온 몸으로 승리의 기쁨을 누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과도하게 기뻐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 시합이 가장 크게 제 맘속에 자리 잡고 있어요, 종목이나 경력을 떠나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의 가르침 아래에서 무언가 이루어 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죠. 살아가면서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과 옛날 얘기 할 때면 어김없이 떠오를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운동을 하고나서 얻은 정신적인 부분이나 신체적인 부분의 강인함이 다른 일들에 도움을 받기도 하죠. 하지만 그보다는 전공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갇혀있던 생각이 많이 열리는 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학문이 다를수록 그들의 철학과 신념의 형태가 더욱 다양한데, 다른 필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큰 감명을 받죠. 또한 정신적인 부분 이외에도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여태껏 걸어왔던 길과 관련이 많은데, 체육관(팀)을 대표하는 로고나 단체복을 기획하거나, 격투기 대회 진행에 필요한 작은 이벤트나 대회 로고, 포스터, 팀 로고, 입장권 디자인을 의뢰 받고 맡아서 진행하는 사업을 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여러 종목의 운동을 해왔었기 때문에, 일반 디자인하는 친구들보다 그들이 요구하는 이미지나 형태에 대해서 더욱 정확하게 요구분석이 가능한 장점이 있죠. 운이 좋게도 이런 식으로 연이 잘 닿아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필드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경영학과 격투기의 연결고리가 되었네요.

 


어떠한 일을 시작하고자 할 때에는 바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뿐더러 어떠한 굴레나 전공에 대한 루트, 효율성이라는 굴레에 억압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공이라는 단어가 그저 부담스러운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떠한 일을 한다는 것은 그것보다 더 큰 차원의 일이라는 것이죠. 보이지 않는 굴레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아마 20대가 모두 지나버린 후에 후회하고 말 것이에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0대에는 여러 일을 경험함으로 더욱 큰 시야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이 있는 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한 가지에 묶여서 한 가지 생각밖에 못한다면 그 한 가지만 바라보고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뿐더러 자신이 시도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아주 훌륭한 투자예요. 즐거운 일이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또한 즐거운 만큼 유익한 일이기도 하죠. 아마도 20대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자, 쌓을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자신 있는 눈빛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를 보며 그의 단단하고 특별한 소신이 그만의 색깔을 만들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대화를 하며 만들어 내는 느낌과 태도는 곧 그의 방향이며, 그만의 매력이었다. 마치 인생이라는 책장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하나씩 넣듯, 그는 천천히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고르고 있었다. 먼 훗날에 그를 다시 만난다면 아마도 더 다양하고 멋진 책이 꽂힌 그만의 책장을 마주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인생에는 오답이 없다. 틀린 색깔은 없고, 옳지 않은 책도 없다. 본인의 주관만 확실하다면 아마도 그것이 지금의 본인에게 정답일 것이고, 이는 훗날의 자신만이 이룩한 기록이 될 것이다. 그러니 망설이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자. 확신을 가지고 지금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