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또 다른 국민인] 멕시코에서 온 한국사랑, 폴리나!

외국에서 흔히 쓰는 'Korea Fever'라는 단어가 있다. 번역으로는 '한국 열병'정도다. 한국 열병? 왜 열병이라는 단어가 Korea(한국) 뒤 쓰이는 걸까? 영어권에서는 어떤 것에 심하게 심취해 흥분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Fever'라는 말을 쓴다. 이때의 흥분은 아플 때 몸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열광해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재미난 의미로,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국만 생각해도 가슴이 불타오르는 'Korea Fever'에 걸렸다고 한다. 이번 [또 다른 국민*인]에서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국민대학교 외국인 여학우를 소개하려 한다. 10년째 'Korea Fever'를 겪고 있고 앞으로도 겪을 것 같다는 멕시코 출신 교환학생 폴리나 고메즈 말티네즈(Paulina Gomez Martinez). K-POP을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 영화, 식문화가 가득한 10대를 보낸 그녀는 주변 친구들에게 한국문화를 권유하고 본인 스스로는 직접 한국으로와 2014년 겨울학기를 보냈다. 한국을 너무 사랑하는 그녀의 교환학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와 나라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MexicoCity)에서 온 폴리나입니다. 한국 나이로 24살이에요. 현재 대학교 4학년이고요. 가족은 아빠, 엄마, 그리고 제 강아지 루나(Luna)가 있어요.  저는 외동딸입니다. 사촌들이 있어 외롭게 자라진 않았습니다.

국민대학교에서 제 전공은 공업 디자인입니다. 정확히는 운송 디자인이죠. 처음엔 마케팅으로 멕시코 대학을 진학했어요. 하지만 배우면 배울 수록 마케팅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후 그림 그리고 설계하는 것이 좋아 공업디자인으로 전과했어요. 교환학생도 공업 디자인으로 왔고요. 지금은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북미에 위치하고 있어요. 미국과 국경이 가깝죠. 기후는 한국과 비슷해요. 대체적으로 따뜻한 편이에요. 겨울이 한국만큼 춥지 않을 뿐입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눈을 처음 봤어요!

멕시코에서는 한국만큼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가지 않아요. 이렇게 교육열이 높지 않죠. 한국은 고등학교 졸업자의 80%가 넘는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잖아요? 멕시코에선 제 초등학교 동창 100명 중 5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국제학교를 다녔기에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영어를 잘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Q.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멕시코에서 한류는 꽤 유명해요. '빅뱅', '소녀시대', '2NE1' 등 아이돌 가수들이 인지도가 있어요. 가수 '싸이'처럼 모두가 아는 건 아닌데, 일본문화와 다른 세련된 한국문화에 매료되는 친구들이 반에서 꼭 한두 명씩 있어요. 멕시코는 스페인 혼혈이 많아 동양인을 볼 기회가 적어요. 그래서 동양인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죠. 멕시코인들은 동양인, 특히 아이돌과 같이 생긴 한국 남자들이 귀엽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그렇고요. 실제로도 중국, 일본과 다른 한국 남자들만의 귀여움이 있어요. 그들만의 세련됨과 친절함이 있어요.

저의 한국사랑은 K-POP으로 시작되었어요. 처음 노래를 듣는 순간, 멕시코에서 듣던 일반적인 노래와 차별화된 색다름이 느껴졌어요. '빅뱅'과 '2NE1'의 노래가 제가 처음 듣고 반했던 K-POP이에요. K-POP이 좋아지니 한국 가수들에게 관심이 갔고, 그러다보니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좋아졌어요. 예능 프로그램이 좋다보니 한국 드라마가 좋아지고, 그렇게 한국 배우가 좋아지고…….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먹는 한식 맛이 궁금해 멕시코에 있는 한인 마켓에서 재료를 사 만들어 먹은 적도 있어요. 친구들과 한국 식당을 가기도 했고요. 식당에서 쓸 간단한 한국말도 배웠어요. 한국과 관련된 것이 너무 좋았어요. 한국에 있는 지금은 더욱 더 행복하구요.

 

Q. 한국의 어떤 점이 한국에 빠지게 만들었나요?

모든 것이요. 한국 아이돌, 한국어, 한국의 역사, 한식, 한국의 정…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게 좋아요. 특히 한국 아이돌은 정말 멋있어요. 다른 나라 노래와는 다른 매력이 있어요. 노래도 수준급이죠. 콘서트도 많이 갔는데, 역시 실력이 뛰어나더라고요.

한국어가 좋아요.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굉장히 과학적이고 섬세한 언어라고 생각해요. 배우면 배울 수록 재미있어요. 발음도 멋있고요. 멕시코는 스페인에게 1521년 점령당했다가 1810년 9월 16일 독립을 했어요. 식민 때의 영향으로 아직까지 스페인어를 쓰는데, 한국은 세종대왕이 만든 글자가 따로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여기 있는 동안 광화문에 있는 훈민정음 박물관도 갔어요. 일제 강점기 때도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와 언어를 유지하려 노력한 점이 자랑스러워요.

한국이 좋아진 계기하니까 종교도 생각나요. 멕시코는 식민지의 영향으로 토속신앙들이 많이 사라지고 기독교나 천주교 신자들이 많아요. 저희 가족도 천주교를 믿어요. 근데 한국은 종교에 굉장히 개방적인 나라죠. 토속신앙뿐만 아니라 기독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 등에도 열려있는 나라라고 들었어요. 그게 굉장히 신기했어요.

멕시코도 한국처럼 매운 음식을 먹어요, 밀가루 반죽에 매운 소스와 피클, 야채를 넣고 먹는 '타코'가 있어요. 그런 비슷한 것이 한국 음식에도 많아요. 김치전이나 파전이 그런 거예요. 한국의 전은 진짜 맛있어요. 밀가루에 김치와 해물, 고추 야채를 넣고 기름에 부치는데, 한 입 먹으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들과 전을 따로 먹으러 가기도 했어요. 그리고 막걸리도요! 전에는 술을 빼놓을 수가 없죠. 얼마 전 인사동에서 매실동동주도 마셔봤는데, 막걸리보다 더 맛있더군요. 원래 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 한국 와서 마시게 되었어요. 한국 식문화는 저게 너무 잘 맞아요. 음식 때문에 한국을 떠나기 싫을 정도에요.

 

 

폴리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멕시코에서부터 이어온 대단한 한국사랑이 느껴졌다. 폴리나에게 특별히 국민대학교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Q. 교환학생으로 국민대학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전부터 국민대학교 공업 디자인과가 유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인터넷으로 봤거든요. 세련된 디자인이 많아요. 공모전 수상도 많이 했고요. 사실 제가 멕시코에서 다니는 학교는 멕시코에서도 3위안에 드는 명문 대학이에요. 혹시나 해서 자매대학 표를 찾아보았는데, 다행히 표에 국민대학교 공업 디자인과가 있었어요. 그걸 알았을 때 너무 좋았어요. 국민대학교 공업 디자인은 외국인 교수와 영어수업이 많아 언어에 대한 걱정이 없어요. 그래서 다른 학교는 생각하지도 않고 국민대학교를 선택해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북한산이 너무 예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수업도 굉장히 좋지만요. 버스로 30분 거리에 광화문과 삼청동, 인사동, 종각, 종로 등 놀 거리가 많아 좋기도 해요.

 

 

Q. 국민대학교에 있는 동안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하하. 국민대학교에 있는 동안 정말 바빴어요. 과제 때문에요. 여기는 정말 과제가 많아요! 디자인 과제 때문에 밤을 샌 적이 많아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힘들었어요! 시험이 끝나고 잠깐 놀러가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나간 것 외엔 대외활동을 많이 못했어요. 서울 밖으로 나가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글로벌 버디(Global buddy)프로그램을 통해서 친구들과 서울 안에서 이곳저곳 구경했어요. 경복궁을 구경하고 인사동에서 맛난 한식도 먹었어요. 주말엔 국립현대미술관을 갔습니다. 남산에 가서 한복을 입어보는 체험도 했고요. 과제가 없는 날은 정말 재밌게 보냈어요.


활발한 대외활동은 하지 못했지만 열정적인 공업 디자인과 학생들로 인해 많은 걸 느꼈어요. 국민대학교는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있습니다. 정말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해요.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정말 뜻 깊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저 자신을 돌이보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최근에 한 디자인은 강아지를 위한 책상이에요. 개인 작업이었는데, 강아지가 먹기 편하게 책상을 디자인하는 거였어요. 강아지가 식사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나요?

 

 

Q. 국민대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밤에 친구들과 놀러간 것, 팀 프로젝트 결과물이 좋은 말은 들은 것, 학교 근처 예쁜 카페에서 수다를 떤 것 등 너무 많아요. 한 가지를 꼽지 못하겠어요. 그래도 꼽으라면 팀 프로젝트를 때 한강에 간 것이에요. 자전거 디자인을 하는 작업이었는데, 한강에서 팀원들과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 게 기억에 남아요. 같이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었어요. 과제 덕분에 한강에서 놀 수 있었네요.

 

 

국민대학교 수업으로 인해 학업에 있어 더욱 근면할 것을 다짐했다는 폴리나. 길었던 인터뷰, 마무리를 위해 간단하지만 많은 의미를 담은 질문을 해보았다.

 

 

Q. 직접 와 본 한국의 국민대학교, 오기 전과 비교했을때 달라진 생각이 있나요?

여기 오기 전, 제 주변 분들이 '한국은 동양 국가라서 여러 인종이 없어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당할 수 도 있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막상 와보니 아니었어요. 외국인에게 정말 친절해요. 학교 안에서 길을 묻거나 학교수업에서 모르는 걸물을 때 다들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죠. 제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잘 몰라 피부색 때문에 터키인 혹은 오세아니아 쪽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지내다보니 멕시코 사람인 걸 알고 멕시코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줘서 고마웠어요. 돌아가는 시점이 되니 그 모든 것들이 너무 감사해요.

한국, 특히 국민대학교 근처는 정말 안전해요. 많은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정말 여기만큼 밤에 다녀도 안전한 곳이 없을 거예요! 밤에 술을 마셔도 안전한 곳이라니! 학교 근처 24시간 가게도 많아요. 멕시코에 있을 때보다 국민대학교에 와서 훨씬 독립적이게 되었어요. 멕시코에선 밤에 돌아다니지 않았거든요. 국민대학교에선 밤이나 낮이나 혼자 학교 근처를 자주 돌아다녔어요. 생필품도 혼자 샀어요. 스스로 굉장히 강해졌습니다. 독립심을 배웠어요.

 

 

Q. 국민*인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국민대학교에서 지내는 내내 정말 행복했습니다. 너무 감사했어요. 과 친구들이 너무 좋아 국민대학교 과잠을 구매했어요. 멕시코에서 입고 다니려고요. 돌아가서도 지난 학기를 잊지 않을 거예요. 한국에, 국민대학교에 오게 되어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어요.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요. 떠나기가 싫어요. 가족이 그립긴 하지만 그만큼 한국을 떠나기 싫어요. 몹시 그리울 거예요. 저번에는 정말 울 뻔 했어요. 하지만 열심히 한국어 공부해서 국민대학교로 돌아올 거예요. 한국에서 디자인 공부하거나 취업하기 위해서요. 꼭 돌아올거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넘칠 만큼 보여주었던 폴리나.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사소한 한국의 모습을 사랑하고, 잘 알지 못했던 한국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은 감동을 전해준다. 그녀가 다시 한국을 찾을 때까지 더 많은 '또 다른 국민*인'들이 한국을 공부하고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국민대학교가 그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것처럼, 인터뷰를 마치면서 웹기자 온통 또한 좋은 추억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국민*인들과 함께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갈 것을 다짐하면서 올 한해 마지막 기사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