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아 ○○○ 알바? 그거 내가 해봤는데 말이야!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알바도 3년 정도 했다면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오랜 시간동안 한 알바만 파온 국민*인 3명을 어렵게 섭외했다. 돌잔치 MC 알바, 인형탈 알바, 마사회 알바까지! 흔하지도 않은 이 알바들,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어서 3년이나 해왔을까? 나도 할 수 있는 일인걸까? 인터넷 검색해도 찾기 힘들어서 직접 만나서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아 그 알바? 그거 내가 해봤는데 말이야!”

 

 

 

제가 군대에 있을 때부터 엠씨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전역을 하자마자 바로 실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을 찾아봤어요. 하지만 인터넷에 검색한다고 바로 나오지는 않을 것 아니에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국민대 다니는 어느 학생이 게시판에 ‘돌잔치 엠씨 알바를 뽑는다. 연락을 해라.’라고 쓴 글을 발견한거에요. 그게 되게 오래된 게시물이었는데 일단 전화했어요. 본인은 지금 안하지만 연락해줄 수 있다고 해서 군대 전역하고 한 달 만에 바로 알바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결혼식부터 중고등학생 수련회, 조폭 돌잔치도 해봤어요. 다양한 사회를 보고 있어요.

 

 

미아쪽에 있는 행사를 갔을 때였는데 엄마도 미인이고 아빠도 훈남이셨어요. 여느 때처럼 재밌게 진행하다가 돌잡이 순서가 왔어요. 아이가 돌잡이 용품 중 뭘 잡았으면 좋겠냐고 물었죠. 두 분 다 실이라고 답하시더라구요. 보통 적어도 한 분은 돈을 말하시지 두 분이 동시에 실이라는 경우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장난인 줄 알고 계속 되물었어요. 그래도 실이라고 하시길래 진심인가보다 생각하고 진행했어요. 제가 항상 마지막에 "아이가 건강하게 다 자랄 때까지 끝까지 지켜봐주실거죠?" 라는 질문을 해요. 이 가족을 축하하기 위해 이 행사를 하는 거다 라는 것을 하객들에게 강조하기 위해서 그런 질문을 해요. 그때 엄마아빠 표정이 유독 뭉클하시더라고요.

돌잔치가 끝나고 왜 아이가 실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하셨는지 여쭤봤어요. 아이가 더 어렸을 때 굉장히 아팠대요. 생사를 헤맸다고요. 그래서 아이가 실을 잡았으면,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가셨어요. 그 때 ‘내가 말하는 질문들이 이 사람들에게는 진정으로 와닿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감동을 많이 하고 돌잔치의 보람을 느꼈던 날이에요.

 

돌잔치 알바의 매력은 내 말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내가 하는 말에 따라 하객들이 움직이고, 분위기가 슬플 수도 있고 즐거울 수도 있어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사람들 앞에 나가서 할 얘기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때 재치있고 유머있는 말을 한다면 좀 더 집중되고 주목을 받을 수 있겠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좋아하는 사람, 앞에 나서서 말을 잘 하고 싶은 분께 추천해요. 처음에는 강력한 피드백이 날라올 수 있겠지만 그걸 통해서 경험하는 점이 분명히 있어요. 그것을 감당할 만한 자신이 있거나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카툰네트워크에서 인형탈 아웃소싱을 전담하는 회사에서 알바하고 있습니다. 카툰네트워크는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타임, 파워퍼프걸을 히트시킨 회사인데 행사를 주관하는 곳이지 인형탈을 실제로 코스튬플레이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전문적으로 코스튬플레이를 대행해주는 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인형탈을 직접 쓰기도 하지만 경력이 좀 쌓여서 규모가 큰 행사일 경우에는 다른 알바생들을 관리감독하는 팀장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주된 고객 층이 어린이들이고 또 여성분들이 좋아하세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미취학 어린이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갑자기 폭 안기는데 심쿵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의심을 하기 시작해요. “너 사람이지?”, “골격이 남자 같은데?”, “너 왜 다리에 털 났어?” 같은 날카로운 질문 공세가 쏟아질 때면 진땀 흘려요. 말을 할 수 없기 떄문에 몸짓으로만 표현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또 설득 당하는 아이들을 보면 괜히 뿌듯하고 귀엽습니다.

인형탈 알바가 특성상 완벽하게 착용하지 않고 일부분만 착용하고 돌아다니면 안돼요. 그런데 급해서 잠시 바지만 입고 돌아다니다가 어린이에게 걸린 적이 있었어요. 본의 아니게 동심을 파괴하게 되버려서 정말 미안했죠. 아무래도 그런 부분은 좀 주의해야 해요.

 

건장한 남학생들이 하기를 추천합니다. 여학생들이 하기에는 좀 버거운 부분이 있어요. 코스튬 특성상 생리적인 욕구가 많이 제한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에로사항도 있구요. 더운 날 인형탈 쓰고 돌아다니다 보면 탈 내부 온도가 사우나하듯이 거의 40도까지 올라가요. 그런데도 재밌어요. 이 알바는 즐기면서 해야해요. ‘하기 싫은데 돈 벌러 왔다’라고 생각하면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재밌게 놀러왔다. 놀면서 돈 번다’라고 생각하면 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힘든 만큼 경제적인 보수도 좋아요.

 

 


마사회 알바라고 하면 보통 경주로 자갈 고르기, 조랑말 관리, 깃발 올리기, 말 오줌 채취 같은 일들을 떠올리시는데 그건 과천 본점에만 있어요. 지점은 스크린으로 중계하기 때문에 안내, 발매, 질서 알바만 있어요. 안내는 스크린 좌석 티켓을 발권과 안내를 하고 발매는 마권을 판매하는데 큰 돈을 많이 만져요. 질서는 장 내의 안전과 질서를 책임져서 남자들이 많아요. 마사회 알바는 알바 구인 사이트가 아니라 마사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지원해요. 저는 우연한 기회에 잠깐 일했었는데 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알바를 지원했어요.

 

 

1년 기준으로 근무를 정상적으로 하면 성과급 100만원이 지급돼요. 중간에 들어온 사람은 50만원이구요. S/A/B/C 등급으로 나눠서 차등 지급하는데 그 차이는 크지 않아서 비슷비슷해요. 그리고 명절이나 근로자의 날에는 백화점 상품권이나 온누리 상품권이 보너스로 나와요. 이런 보너스까지 챙겨주는 알바는 정말 찾아보기가 힘들죠.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간식비도 따로 있어요. 복지가 정직원 못지 않죠? 그래서 신의 알바라 불리나봐요. 알바들끼리 농담으로 하는 말이 “빨리 나가야겠다”에요. 마사회 알바를 오래하면 안주하게 되서 취업 생각을 안 하게 되거든요.

 

전업주부이신데 심심하시거나 일을 좀 하고싶으신 어머니 세대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실제로 발매 업무 쪽에 어머니들이 많이 계신데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렇다고 보수가 적지도 않아서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주말에만 일하니까 평일에 투잡하면서 목돈 만들고 싶은 분에게도 좋아요. 그런데 멘탈이 약하다면 비추천해요. 경마장에서는 돈이 걸리니까 손님들이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CCTV가 있고 경비대원과 질서를 담당하는 알바도 있어서 실제 위험한 경우는 없지만 화내는 모습만 봐도 움츠러드는 여린 사람은 힘들어서 못 할거에요.

 

 

세 사람을 만나보았는데 알바를 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유은헌 씨는 MC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박원서 씨는 하는 일이 재밌어서 즐기고 있었고, 이수진 씨는 일하는 조건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 해왔다. 3년이 아니라 3개월마다 알바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는 사람도 많이 있다. 어느 누가 맞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떤 이유로 알바를 하든지 그 기간이 길다면 깊이 있게, 짧고 주기가 빠르다면 폭넓게 배우는 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알바를 통해 대학생활에 추억과 경험을 남기며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배우며 성장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