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문화]사람 냄새나는 손 글씨가 그리운 오늘, 연하장 선물은 어때요?

내게 묻는다
네가
새 아침에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고

나는
누구도 눈 뜨지 않은

새벽에
소망의 하늘나무 한 그루를
심겠노라고

...후략
[새 아침에 - 황금찬
]

연말만 되면 우체국은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중에서도 연하장은 연말에 볼 수 있는 우리의 풍습이다. 시 낭송음이 흘러나오는 ‘시낭송 연하장’에도 실린 바 있는 황금찬 시인의 시 <새 아침에>와 같이 연하장은 묵은해를 잘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연하장은 15세기 독일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의 세함(歲啣)이라는 풍습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세함은 새해에 대문 안에 세함상이라 불리는 쟁반을 두고 세배 온 사람들이 명함을 두고 가도록 했던 풍습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정연학 박사는 “연하장은 직접 세배를 다니던 작은 규모의 농촌사회에서 좀 더 대규모의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 중 필연적으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며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사람들 간의 관계가 복잡해지며 일일이 새해인사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연하장이 이를 대신한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연하장의 변천

우리나라는 1957년부터 우정사업본부에서 매년 연하장을 발행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주로 엽서형을 발매했으며 크리스마스 카드를 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엽서형보다는 카드형이 많아지게 되었고 크리스마스 카드와는 분리되어 제작되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음성 녹음 연하장’과 ‘시낭송 연하장’이 발매되기도 했다.

연하장의 디자인은 기존 작가의 작품을 선정하여 발행했었지만 2004년부터는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을 뽑고 있다. 연하장의 디자인은 시대별로 차이가 있으나 다뤄지는 소재 면에서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박희우 우편취급국장은 “연하장의 소재로는 장수나 복을 상징하는 해나 학, 소나무 등이 다양한 겨울 풍경, 한국의 전통풍습과 함께 지속적으로 다뤄졌다”며 “과거에는 연하장이 단면으로 발매되었지만 지금은 돌출되어 입체감을 주는 등 고급스럽고 세련되어졌다”고 말했다.


 
연하장을 뒤로하는 현 시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연하장도 계속해서 변화해왔지만 일상에서 연하장을 보는 일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의 연하장 발행량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06년도에는 1039만 장이던 발행량이 2008년에는 915만 장, 그리고 2009년에는 742만 장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2006년에 비하면 약 30%가량 줄어든 셈이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하장을 청소년들이 개인적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기업에서 사업용으로 보내는 비중이 높다”며 “휴대폰, 인터넷 등으로 말미암아 개인이 우편을 통한 연하장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사라져서 연하장의 발행량도 줄어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지은(단국대 수학·2)양은 “친한 사람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안부를 전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굳이 카드나 편지를 써서 표현을 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연락을 하게 되더라도 며칠 후에나 도착하는 카드를 쓰기보다는 문자나 이메일을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연하장을 사용하지 않는 시대적 변화는 일선에
서 일하고 있는 집배원들이 가장 많이 체감하고 있다. 강북우체국의 김동렬 집배원은 “입사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요즘 들어 다들 집배원의 방문을 피하는 것이 느껴진다”며 “손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는 일이 줄어들면서 집배원은 돈 내라는 고지서만 전달한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이메일 연하장을 보내거나 문자메시지로 새해 인사를 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KT 홍보실의 선동철 과장은 “근래 들어 연말에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안부를 묻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연말에는 동시간대에 새해 인사를 위한 문자 메시지가 집중되면서 전송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하장 사용, 과연 구식일까?

이처럼 연하장의 사용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로는 앞서 살펴보았듯 인터넷과 핸드폰 등 통신매체의 발달이 주로 꼽힌다. 물론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의 경우 거의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견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하장을 손수 공들여 쓰는 일이 구식으로 취급되어야 할까?

매년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을 보내고 있다는 이예지(식품영양·1)양은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보여주기 때문에 감정이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카드를 아기자기하게 만들면서 받는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미소 짓는다”며 “문자나 전화는 기계적이고 흔히 볼 수 있지만 내가 손수 만든 카드에서는 나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주위 사람들도 흔히 이메일이나 문자로 축하메시지를 전하지만 직접 쓴 카드를 받으면 다들 감동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하장에는 이메일이나 문자와 같은 신속함은 없는 대신 자필로 쓰는 만큼 정성이 드러난다는 장점이 있다. 스스로 즐겁고 받는 사람도 감동받으니 1석 2조인 셈이다. 특히 요즘에는 연하장을 개인적으로 보내는 경우가 줄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은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에서 영업을 위해 연하장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연신내 대리점의 이정현 과장은 “아무래도 판매 부서다보니 고객에게 연하장을 많이 보낸다”며 “연하장에는 보통 연락처와 함께 거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데 문자 등에 비해 보이는 정성은 물론 눈에 띄는 시간 자체가 다르고 고객이 차량을 구매하는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하장을 알리기 위한 노력 계속돼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전국 우체국은 물론 인터넷우체국(www.epost.go.kr)에서 연하장을 판매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판매하는 연하장의 경우 연하장에 우표 값이 포함돼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대전둔산우체국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 우정사업본부에서 발행한 1958년도부터 2010년도까지의 우편연하장 460여 점을 전시했다. 이번 전시작품은 박희우 우편취급국장이 수집해 소장하고 있던 것이다. 대전둔산우체국의 조문기 우편팀장은 “연말연시를 맞아 우체국 고객 분들과 지역주민 분들께 연하장의 시대별 모습을 보여주고 관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에서 전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학교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연하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보팀에서는 연하장을 12월 1일부터 총 5천 2백 장을 배포했으며 현재는 매진된 상태다. 온라인 연하장 서비스의 경우 학교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지난달 3일부터 시작해 이달 중순까지 제공될 예정이다. 홍보팀 관계자는 “홍보팀에서는 매 년마다 연하장을 배포해 왔으며 2006년 부터는 온라인으로도 연하장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번 2010년 연하장에 그려져 있는 호랑이의 색은 학교를 나타내는 오방색을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학교를 홍보하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새해를 맞이한 오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며 주변 지인들에게 연하장 한 장씩을 보내보는 것이 어떨까? 손수 한 자 한 자 적어 넣은 연하장을 주고받는 일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시작도 없을 것이다.

 

 


원문보기 : http://press.kookmin.ac.kr/site/main/view.htm?num=9284

 

출처 : 국민대 신문          기사입력 : 2010-01-04 13:04